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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임진강으로 대량의 물을 예고도 없이 흘려 무고한 국민이 목숨을 잃었다. 정부는 북한에 해명을 요구하는 통지문을 보냈고 북한은 성의 없는 회신을 즉각 보내왔다. 아마 며칠 지나면 이 일은 또 잊혀질 것이고,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에는 동일한 사건이 또 발생할 것이다. 이런 식의 수박겉핥기식 대응과 처방이 거의 관례화하다시피 되었다. 언제나 희생당한 사람만 억울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물을 무단으로 방류하여 사고를 일으킨 북한은 비난할 대상도 되지 못한다. 물론 북한의 책임을 철저히 묻고 통상 하는 말처럼 재발방지를 약속케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남북관계에서 우리가 북한의 약속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은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만약에 북한의 약속을 믿고 우리가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소홀히 한다면 이것은 한국정부의 실수다.
수공(水攻)은 옛날 전투에서도 잘 쓰이는 전략 중의 하나다. 북한이 강 상류에 댐을 건설하였다면 그 물은 언제나 수공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북한이 그 물을 수공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비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북한의 선의에 기대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 놓지 않았다면 이것은 한국 정부의 대응실패다.
이번 사고의 경우에도 수자원공사의 장비가 하필 그 때에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필 그 때에 작동하지 않았다는 발표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다. 어쩌면 평소 작동하지 않았다고 간주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위기에 작동하지 않는 장비나 시스템이라면 평소 작동했다고 변명하는 것은 책임회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강가에 주둔한 군부대에서는 강물이 불어나는 것을 초기에 알았다고 한다. 바로 초병(哨兵)이 있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수자원공사 직원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근무수칙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안일하기 짝이 없는 근무수칙이다.
북한이 댐에 가두어 놓은 물을 공격용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 문제가 국방문제, 즉 안보문제라는 것을 말한다. 안보문제를 수자원공사가 다룬다는 것도 문제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천관리 및 민간인 통제 권한이 없는 국방부가 책임지는 것도 옳지 않다. 안보측면에서 하천을 관리할 체계를 정비하여야 할 것이다.
희생된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위험한 곳에 숙영을 하는 것은 스스로 판단이 흐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숙영의 제일의 원칙은 강바닥이나 강가에 텐트를 치지 않는 것이다. 설마하는 방심(放心)이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이들을 일일이 통제하면 마치 경찰국가인양 정부를 공격하였을지도 모른다.
문제의 핵심은 이런 사고에 대해 적(敵)을 비난만 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적이 취할 수 있는 최악의 공격에 대해 우리는 최선의 방어책을 평소 마련해 두어야 한다. 이번 물난리로 인한 인명손실은 우리 정부의 미흡한 대비책에 더 큰 잘못이 있다고 본다. 적이 공격하는 것을 나쁘다고 비난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고 또 도웅이 되지도 않는다. 북한을 비난하기 앞서 우리가 더 많이 반성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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