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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산(産) 마약 밀수 현장[사진=주간조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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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2일 유엔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안 1874호를 본격 가동시킨 이후 최근 북한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유엔결의안 1874호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연루된 국제 금융거래 및 자산, 재원에 대한 동결을 명시하고 있으며, 미국은 필립 골드버그(Phillip Goldberg) 국무부 대북제재 조정관을 파견해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이를 적극 시행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북한정권에 대한 금융제재에 나서는 이유는 비단 대량살상무기뿐만이 아니다.
미국 국무부와 중앙정보부(CIA), 재무부, 국방부 등 14개 부처로 구성된 ‘북한실무그룹(North Korea Working Group)’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김정일은 마약밀수 등의 수법을 동원해 연간 3~5억 달러의 비자금을 조성한 후 이를 해외 비밀계좌에 은닉해왔다.
정권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북한의 마약밀수는 이미 물증(物證)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지난 2003년 북한정권은 호주에 무려 1억5천만 호주달러(한화 약 1천5백억원) 상당의 헤로인(heroin)을 밀수하려다 적발되었다. 당시 호주당국은 나흘간의 추격 끝에 마약 밀수선인 ‘봉수호’를 나포했으며, 2006년 호주 현행법에 따라 해상에서 격침시켰다.
국제사회에서 자행되는 북한정권의 마약범죄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은막에 가려진 땅’ 북한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은 아직 외부세계에 거의 드러난 바가 없다.
이런 가운데 기자는 최근 함경북도 청진 출신으로 북한 마약제조에 직접 가담한 경험이 있는 김OO(男. 가명)씨를 어렵사리 설득한 끝에 그로부터 북한 내부의 참혹한 실태를 들을 수 있었다.
[北 ‘필로폰 조직’ 경험자가 말하는 북한의 마약 실태]
함경북도 청진은 회령, 무산, 온성, 혜산으로 통하는 교통요충지인 탓에 북한 동북쪽 마약제조 및 유통의 중심지로 자리잡은 지역이다. 그곳에서 나고 자란 김 씨는 민간차원에서 마약을 제조해 유통시키는 이른바 ‘조직’ 출신이다.
중국과 베트남을 거쳐 작년 국내에 입국한 김 씨는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마약과 관련된 북한 내부의 충격적인 실태를 대부분 알고 있었으며, 민감한 사안임을 고려해 신분이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김 씨에 따르면 북한정권은 평양시 상원군과 함경남도 흥남에 각각 제약공장을 운영했다. 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 300만 명이 아사(餓死)하는 참상이 발생하던 와중에 제약공장에서 마약 제조공장으로 둔갑된 이 기업소들은 제약회사 간판만 걸어둔 채 북한의 대표적인 마약 생산기지로 탈바꿈했다.
이들 공장은 하루 약 6~10kg 규모의 ‘빙두(필로폰(Philopon)의 은어. ‘얼음’으로도 지칭됨)’ 등을 생산했으며, 이는 2009년 기준 현재 시가로 약 100만 달러(한화 약 13억원) 상당에 달하는 양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정권은 또 고난의 행군 당시 북한 전역에 아편(阿片)의 원재료인 양귀비 재배도 시행했다.
정권은 이 식물을 ‘백도라지’라 속이고 7월이면 어린 학생들까지 재배에 동원했으며, 때문에 양귀비를 간식으로 먹은 학생들이 마약중독자가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근래까지만 해도 각 기업소와 협동농장에는 매년 아편생산 달성치가 부여되었다.
정권은 이렇듯 주민들의 희생으로 제조된 아편과 상원 및 흥남의 제약공장에서 생산된 ‘빙두’를 중국 삼합회(三合會)와 일본 야쿠자(役者) 등 국제 범죄조직과 연계해 각각 다른 루트로 해외에 밀수한 뒤 김정일의 비자금을 충당했다.
그러나 호주당국에 의해 북한 마약밀수선이 나포되는 사건이 발생해 국제사회의 비판이 높아지자 2003년경 상원제약공장을 전격 폐쇄했으며, 대신 함경북도 청진시 라남구역에 위치한 마약 제조공장을 비밀리에 가동시켰다.
이들 마약 제조공장은 근로자들에게 높은 임금과 일제(日製) 또는 중국산 TV와 같은 고급 전자제품을 제공하는 등 혜택이 높아 근무 희망자가 줄을 잇고 있으나, 실상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김 씨에 의하면 공장에서 제조되는 필로폰은 모두 인체에 유해(有害)한 성분들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제조과정에서 강력한 유독성가스가 발생해 근로자들은 물론 인근지역 주민들까지도 대부분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때문에 지난 2006년경 김정일이 현지지도를 위해 흥남과 인접한 함흥시를 방문했을 당시 흥남제약공장의 가동이 약 열흘 전부터 전면 중지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개 민간 마약조직의 한 번 입산(入山)에서 생산되는 필로폰 양이 0.5~1kg]
무색무취(無色無臭)의 백(白)색 결정성 분말인 필로폰은 암페타민(amphetamine)과 함께 각성제 단속법의 적용을 받는 불법 약물로서, 강력한 중독성으로 인해 투약자에게 호흡중추 흥분, 혈압상승, 환각과 정신분열을 야기한다. 필로폰은 마약 중에서도 가격 대 비용에서 효용이 높아 국제사회, 특히 동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고 있다.
그런데 정권에 의해 시작된 필로폰 제조는 북한의 극심한 경제난과 맞물려 민간에까지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김 씨에 따르면 민간에서의 필로폰 제조는 흥남제약공장에서 근무하며 기술을 익힌 근로자들이 돈벌이를 위해 개인적으로 마약을 제조하면서부터 시작되었으며, 현재는 평양시 상원군과 함경남도 흥남, 함경북도 청진을 중심으로 북한 전역에서 성행하고 있다.
민간에서의 필로폰은 당국의 단속을 피해 암암리에 제조되고 있으며, 중국 범죄조직으로부터 재료를 사들이는 브로커와 제조자, 유통자 등으로 구성된 전문 ‘조직’이 전담하고 있다. 이러한 조직은 북한 전역에 수백 개가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들은 적발 시 최고 사형 혹은 무기징역을 감수하면서까지 제조에 나서고 있다.
필로폰 제조는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흰 색의 유독성가스로 인해 단속에 걸릴 가능성 때문에 일반적으로 깊은 산 속 혹은 책임자에게 뇌물을 주는 방식으로 군(軍)부대 내의 빈 건물에서 이루어진다. 보통 한 개 조직이 한 번 입산(入山)할 때마다 제조되는 양은 약 0.5~1kg 가량이며, 모두 유통시키고 나면 다시 제조에 착수한다.
필로폰 제조 과정은 비교적 단순하다.
유독성가스 발생이 가장 많은 주요과정을 산 속 등 은폐된 곳에서 끝내고 나면 생산된 원액(原液)을 일반 가정집으로 가져가 유리병에 붓고 이불을 덮은 채 바닥 온도를 약 30℃로 유지하며 아랫목에 둔다.
적절한 온도에 노출된 원액은 약 이틀 뒤에 얼음 형태로 변하며, 약 10~15일 후에 비로소 강력한 각성제로 완성된다.
그러나 원액 자체가 인체에 유해한 물질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제조자는 필로폰에 절대 손을 대지 않으며, 이들 사이에서는 제조과정에서 쌓인 ‘독’을 소독하기 위해 사과를 먹는 풍습이 퍼져 있다. 때문에 장마당(시장)에서 유독 사과를 많이 구입하는 사람은 필로폰 제조 연루자로 의심받기도 한다.
북한이 마약으로 뒤덮인다!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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