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기록서 삼국지(三國志)를 보면 조조(曹操)는 대권(大權)을 찬탈할 마음을 품었음에도 불구하고 황제를 측근에서 보좌하며 “이 조조는 반역의 뜻이 없다!”고 단언한다.

그는 겉으로는 황제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면서 황제의 이름을 빌어 사실상 자신의 음모를 펼쳐 나간다. 무지한 백성들은 조조의 뜻이 곧 황제의 뜻인 줄로 여기지만 조조의 음모는 머지않아 곧 현실로 나타난다.

조조의 사망 이후 권력을 물려받은 맏아들 조비(曹丕)는 결국 황제를 폐위한 후 권좌를 차지해 한나라(漢國)를 멸망시키고 위나라(魏國)를 건국한다.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조조의 음모가 결국 성공한 것이다.

그런데 그때로부터 약 2천년이 지난 최근, 조조의 이야기와 비슷한 사건이 대한민국 서울에서 벌어졌다.

현병철 신임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위원장 취임 이후 최근 자문기구인 북한인권포럼 소속의 두 위원, K씨(한성대 교수)와 P씨(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다른 이유도 아닌 바로 인권위 내부에서의 ‘북한인권 부각’에 반발해 위원직을 사퇴했다.

지난달 27일 제출한 사퇴입장서에서 이들은 “정치화된 인권위가 그 동안의 가이드라인마저 무시하고 북한인권위원회로 전락하지 않을까 싶다”고 사퇴의 변(辨)을 밝혔다.

이들이 말한 ‘무시된 가이드라인’은 도대체 무엇일까?

이들이 사퇴입장서를 제출한 때와 비슷한 시기에 인권위에서는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과 개성공단 억류자 문제’를 주제로 하는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들은 한 결 같이 북한의 참혹한 인권유린 실태를 지적하며 문제해결의 열쇠로 ‘북한 독재정권에 대한 원칙 있는 정책’을 제시했으며, 더 나아가 이들은 북한인권포럼 위원으로 위촉되기까지 했다.

인권위의 내부에서 P씨와 K씨의 말마따나 지난 10년 동안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철저한 외면과 무시로 일관해 온 ‘기존의 가이드라인’이 무시된 것이다.

사실 K씨와 P씨는 표면적으로는 북한인권과 관련된 단체들에서 활동해왔다. K씨는 현재 국무총리 산하 납북자피해지원단의 심의위원을 맡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은 북한인권을 외치면서도 실상 그와는 정 반대의 행보를 걸어왔다.

K씨는 작년 언론 인터뷰에서 탈북자를 이산가족의 범주에 포함시킨 채 북한인권 해결을 위해 이명박 정부가 기존의 ‘대결 시각’에서 벗어날 것을 주장했으며, 심지어 P씨는 올해 초 인권위의 북한인권 논의에 ‘정치적 배경’이 있다고 주장하며 결사반대의 뜻을 피력했다.

말살된 북한인권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수천수만 명의 탈북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있듯 북한인권 문제의 해결 방안은 오로지 수탈과 억압을 거듭하는 북한 독재정권의 붕괴뿐임은 삼척동자(三尺童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지난 10년간의 ‘화해와 대화’는 결국 인권유린의 지속, 그리고 대량탈북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소위 북한인권 활동을 한다는 이들은 인권위의 이름을 빌려 무슨 목적인지 몰라도 속으로 전혀 다른 엉뚱한 소리를 하고(表裏不同)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같은 ‘표리부동’의 경우라도 삼국지의 조조는 둔전법(屯田法) 등을 시행해 백성들의 인권을 보장한 반면, K씨와 P씨는 북한 독재정권에 대한 무조건적 굴종 논리를 강변하며 북한주민들의 인권을 압살하려 했다.

십목소시(十目所視)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여러 사람이 다 같이 보고 있다는 의미로서, 곧 그 어떤 흉계를 꾸미더라도 결국에는 세상 사람을 속일 수 없다는 뜻이다. 이들이 조조와 달리 결국 사퇴를 통해 패배를 선언한 것은 단순히 겉과 속이 달라서가 아니라 의도가 불순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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