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회장 현정은이 김정일을 만나고 현대그룹과 북한의 아태평화위원회가 남북이산가족상봉 등 5개항에 합의하였다고 공동선언문을 발표하였다고 한다. 현정은 회장이 정부의 특사였는지 아니면 북한이 한국 정부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현대와 합의하였는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모든 합의에도 불구하고 남북문제가 정부 대표를 거치지 않고 일개 기업체 총수를 통해 합의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북한의 아태평화위원회는 통전부장을 겸임하고 있는 김양건이 대표로 있다. 바로 대남전략의 총수가 이끄는 조직이다. 이 조직과 현대그룹 회장이 남북간의 중요한 현안 문제에 대해 합의하고 공동선언문을 발표하였다고 한다. 현대그룹이 국민으로부터 그런 권한을 위임받았는지 의문이다.

어떻게 풀리든 남북관계가 풀리면 그만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남북관계는 그렇게 풀려서는 안 된다. 북한의 언제나 한국을 공작차원에서 접촉하고 있고 그 공작의 핵심이 한국정부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한국의 민간단체나 기업과 직접 거래하기를 좋아한다. 북한이 수시로 남북 정당 및 사회단체 대표자 회의를 소집하고자 하는 것도 이 차원에서 행해지는 것이다.

아태평화위원회는 지금껏 한국의 통일부와 대화를 하였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 비핵개방3천 정책을 추진하면서 북한은 불만을 갖게 되었고 대화가 단절되었다. 특히 북한은 6.15공동선언과 10.4합의의 실행을 한국 정부에 요구하였다. 그러나 금강산관광객의 사살로 인해 금강산관광도 중단되고 이명박 정부가 6.15와 10.4의 이행에 대해 명확한 언질을 주지 않자 이명박 정부를 흔들기 시작했다. 김대중도 이에 동조하여 이명박 정부를 흔들기 위해 광우병 촛불 시위를 선동하고 이명박 정부가 독재라는 식으로 매도하였었다.

그런데 김정일이 이번에 현정은 회장을 만나고 또 현대와 이산가족상봉 등 5개 사항에 합의한 것은 결국 한국 정부가 현정은 회장을 통해 뭔가 양보의 뜻을 전달하였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현정은이 전달하였다는 선물보따리에 무엇이 들어있었는지 그것을 알기 전에는 이것이 어떤 거래인지 알기 힘들다.

그런데 현대와 아태평화위원회의 합의문서를 보면 끝에 “쌍방은 역사적인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따라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민족공동의 번영을 위한 협력사업을 적극 발전시켜 나갈 의지를 표명하였다”라는 문구를 삽입한 것으로 보아 이명박 정부가 그 실천을 약속한 것인지 아니면 북한이 일방적으로 그 문구를 삽입하였는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8.15경축사에서는 그런 언급이 없었기 때문에, 만약에 현정은을 통해 한국 정부가 북한에 6.15선언과 10.4합의를 이행할 것을 약속하였다면 이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만약에 그런 약속을 하였다면 이명박 정부도 김대중이나 노무현 정권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꼴이 될 것이다.

하여간 현정은 회장이 북한에 가서 김정일을 만나고 또 남북 당국자 사이에서나 할 수 있는 공동선언문에 합의하고 돌아오는 것은 어떻게 보아도 현정은 회장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 밀사였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아무리 친북좌파로부터 압박을 받기로서니 이런 방법으로 김정일에게 굴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이 김대중을 병문안 간 것이 바로 이런 양보를 전제로 한 것이라면 이것은 역시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아직은 초기단계라 협상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기에 더 기다려 보아야 하겠지만, 이런 비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절대로 남북문제가 풀리지 않으며 특히 자유통일은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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