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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경제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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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개월 전 도강한 탈북자가 말하는 북한의 극단적 現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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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도강(渡江)해 최근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로부터 북중(北中) 국경지역인 함경북도 일대와 내륙 지역의 근황이 생생히 전해졌다.
16일 본지(本誌)를 방문해 인터뷰를 가진 함경북도 무산광산 광부 출신의 탈북자 김OO(男. 가명)씨는 이른바 ‘특급기업소’인 무산광산마저 자주 가동을 멈출 정도로 북한의 경제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증언했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에 따르면 특급기업소는 민생(民生)경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수령경제와는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주요 체제유지 수단이다. 때문에 다른 기업소들이 가동을 멈춰도 특급기업소만은 멈추지 않지만, 그런 특급기업소마저 수령독재가 야기한 경제난으로 인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씨는 이러한 최악의 경제난 속에서 300만 명이 아사(餓死)한 90년대 ‘고난의행군’ 시기가 다시 부활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 근로자가 받는 월 임금의 몇 배를 뛰어 넘도록 치솟는 물가 속에서 북중(北中) 교역으로 비교적 사정이 나은 국경지역에서도 작년부터 굶어죽는 사람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내륙에서는 이른바 ‘꽃제비(식량난으로 가정을 잃고 길거리에 내몰린 소년들)’가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정권은 이러한 참담한 실태를 외면하는 것은 물론 반(反)인륜적 탄압까지도 자행하고 있다.
남한과 국제사회에서 긴급 지원된 대북식량은 정권의 전용(專用)으로 주민들의 손끝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위태롭게나마 민생경제를 유지시키던 민간 차원의 북중 무역이 중단되는가 하면 주민들의 유일한 생명선인 산전(山田)마저 가혹한 세금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작년부터는 국제사회의 눈을 피해 공개총살이 다시 시행되고 있다.
대를 잇는 ‘빨갱이’ 집안에서 태어나 한 때 김정일에 대한 충성을 맹세한 시절이 있었다고 고백한 김 씨는 민족의 생존을 위해 북한의 개혁개방과 체제교체가 절실히 요구됨을 강조했지만 수령독재가 존재하는 한 조속한 변화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작년 12월 북한을 탈출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북한의 현 실상을 생생히 증언한 김OO씨와의 인터뷰 전문을 싣는다.
-인터뷰 전문-
[기자] 근래 북한정권의 무모한 행동들로 인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가해지고 있다. 90년대 ‘고난의 행군’과 비교했을 때 국경지역 기준으로 지금의 경제 사정은 어떠한가?
[김OO(이하 김)] 그때보다는 많이 낫다. 정부의 지원은 여전히 없지만 시장경제가 많이 트여서(활성화돼서) 스스로의 자립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굶어죽는 사람이 생겨나고 있다.
[기자] 물가가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김] 내가 탈북할 당시에만 해도 쌀 가격이 1kg당 북한 돈으로 1,800원 정도였다. 옥수수 가격은 1,200원 정도였고 구두는 한 켤레에 3~8만 사이, 양말은 한 켤레에 3~7백 원 사이였다. 국가에서 지정한 기준 가격이 있지만 시장에서는 실제 보장이 안 되고 있다.
[기자] 일반 근로자의 월급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인가?
[김] 무산광산 일반 노동자의 월급이 한 달 기준으로 3천 원 가량이다. 쌀 2kg 가격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국가에서 지정한 월급 기준이 그 정도이고 실제 광산 노동자가 받는 돈은 이리저리 제하고 나면 1,500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월급이 나오긴 하지만 휴지나 마찬가지이다. 배급은 한 달에 20일치 정도의 식량이 나온다. 남자들은 (직장에) 형식적으로 나가서 일하고 여자들은 장마당(시장)에 나가서 돈을 번다.
[기자] 식량배급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말인가?
[김] (특급기업소인) 무산광산 근로자에 한해서만 배급되고 있다. 중소 규모의 기업소 같은 경우에는 없다. 무산광산은 생산된 광물 중 약 80%를 중국에 팔고 대체물자로 식량과 기름, 디젤유를 가져오는 형식으로 유지되고 있다.
<함경북도 무산군 삼봉거리>
[기자] 국제사회의 대북지원 식량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가?
[김] 남한이나 유엔에서 지원된 쌀 모두 전혀 받아보지 못 했다. 대신 남한에서 지원된 쌀은 대한민국 마크가 다 붙은 상태로 장마당(시장)에서 유통되었다. 남한에서 출하된 모습, 정부나 단체가 지원한 모습 그대로.
[기자] 일반 주민들의 고통이 말이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김] 지난 2007년에 황해도에 갔다 오면서 보니까 급작스레 쌀값이 올라 ‘꽃제비’들이 길거리에 많이 늘었더라. 식량난은 평안도와 황해남도가 제일 심하다. 쌀 고장이기는 하지만 농민들이 분배를 타지 못하니까. 70~80년대까지만 해도 여기(평안도와 황해남도)에서 쌀을 가져왔지만 요즘은 오히려 국경지역(함경북도 등)이 사정이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보따리상들의 활동은 많이 제한되어서 2000년대 초에 비해 90% 가량 줄어든 실정이다. 심지어는 (과거 보따리 무역이 활발했던) 함경북도 회령과 무산 같은 곳에도 중국 상인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무산군에만 해도 생필품을 파는 보따리상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대신 골동품이나 북한에서 개인이 제조한 마약을 중국으로 가져가는 상인들은 조금 있다.
요즘은 북한에 ‘외화벌이 회사’가 많이 생겨서 세관을 통해 중국과 직접 거래하는 방식으로 생필품 등을 들여와 장마당과 수매상점, 일반상점에 공급하고 있다.
[기자] 북한경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느낌이 피부에 와닿는다.
[김] 무산광산을 예로 들면 북한에서 얼마 안 되는 특급기업소 중 하나인데도 국선(國線)으로 전기를 제공하는 발전소가 한 번에 보름에서 한 달씩 1년에 두 세 번은 가동을 멈춰서 광산이 가동을 못 하는 실정이다. 보름에서 한 달씩 전기가 끊어질 때마다 광산 전반이 다 멈추게 되는데 (특급기업소가 가동을 멈춘다는 것은) 대단한 사고이다. 겨울에 가동이 멈출 때에는 승강장이 다 얼어붙어 얼음을 깨느라고 근로자들이 모두 동원되기도 한다.
<민둥산 지하에 위치한 무산광산>
[기자] 범위를 좁혀서 무산군 주민들의 생활상이 궁금하다.
[김] 학교 교과서 같은 경우는 정부에서 요즘 과거에 비해 약간 수정한 내용으로 새로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학용품은 학생들이 100% 자체로 장마당에서 구입해서 조달하므로 학생들의 사정도 어려워지고 있다. 때문에 전체 학생 중 약 30%가 학교를 결석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에서 요구하는 것이 너무 많아 부모들이 우선 등교시키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나마 경제사정이 나은 국경지역의 특성상 굶어서 결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배급이 안 나오니까 웬만한 집은 1년에 소비되는 전체 식량 중 약 70%를 민둥산에 스스로 개간한 소토지(작은 규모의 논밭)에서 해결하고 있다. 협동농장보다 소토지가 오히려 식량생산이 더 많다.
<무산군 학교>
[기자]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주의의 특성상 소토지 개간은 원래 불법이 아닌가?
[김] (과거에는 그랬지만) 근래에는 단속하기는커녕 오히려 경작지를 내주고 있다. 대신 면적을 재서 평당 세금을 약 1천 원 씩 매기고 있다. 세금의 규모는 경작지의 질에 따라 달라진다.
[기자] 그래서 민둥산이 늘어나는 것인가?
[김] 소토지 개간도 원인이기는 하지만 앞서 땔나무를 자꾸 베다보니 민둥산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제는 무산군 읍내에서 땔나무를 구하려면 100리 밖에까지 나가서 나무를 베어야 한다. 백두산지구 혹은 사리원지구의 김정일 별장 인근 정방산에 (나무가) 조금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정부에 의한 가스, 석탄 제공은 꿈도 못 꿀 지경이다. 나무가 점차 없어져 후대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 가장 큰 근심이다. 죄악이라 할 수 있다.
<민둥산을 뒤덮은 산전(山田)>
[기자] 정권이 단순히 민생(民生)을 외면하는 것을 넘어 공개총살 등 주민들에 대한 반(反)인륜적 탄압도 자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김] 작년만 해도 함경북도 청진에서 한 차례 공개총살이 자행되었다.
[기자] 이런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정권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탄(ICBM) 발사 등 무력증강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김] 한미일(韓美日) 3국이 북한을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키려 한다는 것은 주민들도 알고 있다. 2006년 무산군에서 약 700리 떨어진 길주군 풍계리에서 1차 핵실험을 단행한 정부는 이를 이용해 ‘제국주의자들이 우리식 사회주의를 없애려 한다. 장군님(김정일)이 있기에 우리는 강하므로 승리한다’는 식으로 주민들을 선동했다.
98년 발사된 인공지구위성인 ‘광명성1호’같은 경우에도 정부는 위성이 정상적으로 궤도에 도착해서 지구를 돌고 있다고 선전했다. 하지만 남한에 와보니 그때 당시도 그렇고 최근의 광명성2호도 실패했다고 한다.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고 그렇다.
[기자] 북한을 벗어나 비로소 진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는 의미로 들린다.
[김] 남한에 오기 전부터 중국에서 인터넷을 해보니 알면 알수록 김정일이라는 사람에게 환멸이 가더라. 처음에는 충성했었는데, 우리 집안은 대대로 이른바 ‘빨갱이’ 집안이었는데, 이제는 환멸이 가더라. 사람이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중국에 와보니 내가 어떻게 거기(북한체제)에서 더 살 것인가 감이 안 잡혔다.
북한이 조속히 개혁개방으로 돌아서서 체제가 바뀌었으면 하지만 빨리될 것 같지는 않다. 그것이 빨리 돼야 민족이 사는데. (정부가) 마지막 발악을 하니까 그 발악 속에서 녹는(고통 받는) 것은 인민들이다. 세상이 점점 더 비참해지고 있다. ‘인권’이라는 말이 북한에서는 새롭게만 들리니까. 정말 제대로 된 인권은 보지도 못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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