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회장이 육로로 평양으로 들어갔다. 개성공단을 거치는 육로 이용은 상당히 이례적인 대우라고 한다. 언론에서는 현정은 회장의 이번 평양행에 대해 ‘특사’라는 표현도 쓰고 있다. 뭔가 상당히 무게가 있는 임무가 있음을 짐작케 한다. 그러나 우리는 단순히 북한이 억류시킨 현대 직원 유씨의 석방에 눈이 멀어 눈에 보이지 않는 불미한 거래가 있지 않은지 걱정스럽다.

그리고 이번 방북을 계기로 금강산관광이 재개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금강산관광은 김정일이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달러화를 갖다바치는 창구일뿐이다. 그것도 김정일이 기분에 따라 열기도 하고 폐쇄하기도 하는 한국을 통제하는 수단의 의미도 있다. 개성공단을 가지고 출입통제를 통해 한국을 들고놓듯이 한국과 북한이 유지하고 있는 모든 관계는 북한의 횡포앞에서 무력하다.

북한에 돈을 갖다 바칠 때는 그에 상응한 양보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 유지되고 있는 모든 경제지원은 김정일의 독재권력을 강화하는데 쓰이거나 군사력을 강화하는데 또는 핵실험을 하는데 쓰이는데 문제가 있다. 만약에 금강산관광 대가로 휴전선에 배치된 장거리포 몇 문이라도 폐쇄조치한다든가 또는 북한 동포에게 자유롭게 여행할 자유를 허용하는 등의 민주화 개혁과 연관이 되어 있다면 우리는 그 이상의 돈을 갖다 바쳐도 환영할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독재자의 권력만 강화하여 북한동포의 인권유린을 묵인하고 군사력 강화를 지원하는 것은 이적행위일 뿐이다.

김정일이 한국에서 제시한 여러 인물들의 명단을 보고 현정은 회장을 특히 선택했다고 한다. 이것은 어쩌면, 현대의 대북사업에 대한 배려를 넘어, 김정일이 현대는 한국의 기업이 아니라 북한의 기업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북한은 언제나 한국의 당국자와 대화하기를 꺼리고 정당 및 사회단체 대표들과 대화하기를 좋아한다. 모두 대남전략의 일환이다. 이번의 경우도 그런 차원에서 인선이 이루어진 것은 아닌지 한번쯤 의심해볼 만하다.

남북관계가 경색되면 마치 무슨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친북좌파나 친북좌파에 장악된 언론이 떠든다. 그러나 체제를 달리하고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적대적 집단과 평화롭게 지난다면 그것이 오히려 정상이 아니다. 북한과는 평화롭게 지낼 수가 없다. 서로 으르렁대며 맞서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특히 북한의 김정일이 존재이유가 없는 군사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시대착오적인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한 북한과 한국이 평화롭게 지낼 수는 없다. 평화롭게 지낸다는 것은 북한동포의 노예적 생활을 묵인하는 것이며 김정일의 군사독재 및 인권유린에 동조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과 북한은 서로 다투는 것이 당연하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두 여 기자를 석방하는 수단이 되었지만 그것도 김정일이 아쉬워 미국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창구로 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대북강경정책에는 변함이 없다. 지금 김정일이 현정은 회장을 만나는 것도 김정일이 아쉬운 곳이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이 만나자고 하였다고 하여 무조건 안도의 숨을 내쉬며 이제 경색된 남북관계가 좀 부드러워질 것이라고 좋아할 이유가 없다. 김정일은 필요하면 언제나 미국인도 한국인도 납치하여 그것을 미끼로 흥정을 하기 때문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김정일의 이런 행동에 덩달아 춤을 같이 추는 것은 김정일의 나쁜 행동에 상을 주는 식으로 잘못된 것이다. 김정일의 잘못된 행동은 단호하게 고쳐야 한다. 이런 식의 거래는 앞으로 얼마든지 필요하면 한국인을 납치해도 좋다는 허가를 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결과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숨은 거래는 없는지 경계한다. 원칙을 벗어난 거래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납치도 수단으로 사용하는 김정일의 경우 우리는 그의 나쁜 짓에 대해 보상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 현정은 회장이 어떤 역할을 하며 그 결과 어떤 거래가 이루어지는지 경계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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