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위 반일(反日)감정은 「감정(感情)」이 아니다. 일제(日帝)시대 경험에서 자유로운 청장년층에겐 더욱 그러하다. 대한민국이 광복되던 1945년에 출생한 사람은 현재 63세. 일제(日帝)의 기억이 남아 있는 사람은 대부분 70을 넘은 사람들이다.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10대에서 60대의 사람들에게 「일본제국주의」란 역사책 속의 뼈아픈 기록이다. 이들에게 한국과 일본은 연간 483만 명이 오가는 이웃지간일 뿐이다. 문화, 학문, 음식 등의 다양한 교류는 서로를 더 친밀하게 느끼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한국의 청년세대는 어린 시절부터 일본의 만화, 영화, 드라마 등에 노출돼 살아왔다. 그들은 전(全)세계에서 일본을 제외하고 일본만화를 가장 많이 읽으며, 일본영화를 가장 많이 보고, 일본어(日本語)를 가장 많이 배운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일본은 유사한 문화권의 조금 더 잘 사는 나라 정도로 인식된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문제나 독도(獨島)영유권 주장이 순간적으로 자극하지만, 한국인은 노여움을 오래 품지 못한다. 동네 어귀 즐비한 일식집 맛있는 스시 한 접시면 일본은 여전히 재미있고, 맛있는 나라가 된다.
한국과 일본의 교류증진과 우호협력의 또 다른 배경은 가치(價値)의 공유(共有)에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국가적 이념을 함께한다는 것은 서로를 적대(敵對)할 수 없게 만드는 교집합(交集合)이다. 한국과 일본의 민주주의 진전은 더 많은 교류증진과 우호협력을 견인(牽引)한다. 한일(韓日) 양국의 청년은 바로 그 가운데 있다.
3년 전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에서 15박16일을 보낸 기억이 있다. Young Leaders Forum이라는 명칭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20~30대 청년 100여 명이 합숙하며 세미나를 가진 모임이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일본, 중국, 러시아, 몽골 등의 나라에서 청년들이 모여들었다. 며칠이 지나자 기자를 비롯한 4명의 한국인 참가자들은 주로 일본인들과 어울려 다녔다. 유사한 외모는 큰 이유가 못됐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자라 온 보이지 않는 기질이 우리를 묶어주는 듯 했다. 한일(韓日)청년들이 중국인들과는 쉽게 어울릴 수 없었던 것은 이를 반증해준다.
대한민국에 남아있는 소위 반일감정은 「감정」이 아닌 「이념」이다. 왜 그럴까? 북한정권과 남한 내 좌파세력은 자신들의 정당성을 폐쇄적 민족주의에서 찾았다. 그들은 대한민국과의 경쟁에서 이렇게 자부해왔다. 『우리는 다 실패했지만 친일청산만큼은 성공했다!』이것은 물론 사실이 아니다. 북한정권은 공식적으로 친일청산을 한 적이 없었다. 피 비린내 나는 공산숙청이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한반도 좌익세력은 사회주의 붕괴 과정에서 더욱 더 친일청산 문제에 매달렸고, 친일(親日)은 21세기에도 여전히 민족적 죄악(罪惡)인 양 선동해왔다. 남한에서 진행됐던 소위 친일인명사전 역시 좌익세력이 주도했다는 것은 그리 이상할 일이 아닌 것이다.
좌경사상, 좌익이념이 침투된 이들은 그들이 노인이건 청년이건 반일(反日)이 된다. 반일(反日)감정? 그런 건 없다. 있다면 친일(親日)과 친한(親韓)의 자연스런 감정을 가로막는 반일(反日)이념과 반한(反韓)사상이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은 향후 남미형 좌경화의 수렁에 빠질 것이냐? 그렇지 않으면 자유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일류국가로 도약할 것이냐? 이것은 반일(反日)이념과 친일(親日)감정의 미래 또한 결정하게 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