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권은 작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줄곧 역O와 같은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해 정부를 비난하며 이른바 ‘남조선 인민’들에게 반(反)정부, 반미(反美), 선군정치를 기반으로 하는 적화통일을 위한 봉기를 촉구하고 있다.
 
그리고 마치 이에 호응하기라도 하듯 국내에서는 정계와 민간을 막론하고 소위 ‘진보’라 자칭하는 세력들이 입을 모아 이명박 정부를 독재(獨裁)정부라 규정하며 대규모 반(反)정부 폭동을 일으켜 급기야 청와대로의 진격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북한 정세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들 ‘진보’와 북한정권의 주장이 대부분 일치함을 알고 있다.
 
단적인 예로 작년 전국을 휩쓸었던 촛불난동의 유행어인 ‘미친소’는 북한정권에서 사용한 표현이며, 이명박 정부를 ‘독재정권’으로 규정한 것도 북한정권이다.
 
이 같은 일치는 우연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그 표현이 같아도 너무 똑같고 사용된 시기 또한 너무 똑같다. 
 
본 지(誌)는 지금까지 중국 연변(延邊)지역 등에서 입수한 북한 문건들을 토대로 이 같은 북한정권과 국내 좌파진영의 언행일치(言行一致)가 결코 우연이 아닐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 근거로 우선 헌법(憲法)을 파괴하고 국회를 무법천지로 만들며 ‘생존권 사수’라는 간판 아래 전개되는 각종 불법폭력 시위를 반(反)정부 투쟁과 연결시키고 있는 소위 ‘진보정당’들의 정체이다.
 
[“北사회주의 정권이 주체인 통일전선 형성 위해 민노당원 1만으로 백만 군중 결집시켜라”]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대남(對南) 공작기관인 반제민족민주전선(반제민전)은 2006년 8월 ‘박진호’라는 정체미상(未詳)의 인물 명의로 자체 웹사이트에 게재한 ‘김태정 동지의 [상설연합체 건설 주장은 과연 타당한가?]에 비판’ 제하 문건에서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을 ‘통일’의 핵심세력으로 규정했다.
 
“<중략>진보정당은 통일전선을 건설하는 추진주체이고 통일전선 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것은 각계각층 대중단체들의 선진적인 활동가들 대부분이 민주노동당 당원으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현재 민주노동당의 구성을 봐도 쉽게 알수 있습니다. 따라서 진보정당은 통일전선의 부분이지만 다른 가입단위와 동등한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되는 것입니다..<중략>
 
<중략>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은 통일전선과의 관계에서 통일전선의 한 부분이나 통일전선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봐야지 진보정당이 통일전선체 운동의 하위범주라고 보는 것이 오류입니다..<중략>” 
 
북한정권은 반제민전을 남한에서 자생(自生)한 친북단체라 주장하고 있지만, ‘박진호’라는 인물이 국내외 좌파진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이 문건은 북한정권의 적화전략을 반영해 대남 공작기관이 작성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수십만 개의 남한 주민등록번호를 입수한 북한정권이 국내 인사들의 명의를 도용해 이적(利敵) 표현물을 작성, 국내에 침투시키고 있는 정황은 북한 통일전선부 요원 출신의 탈북자 장진성(가명)씨에 의해 증언된 바 있다. 

북한 언론매체에 논문 등이 기고되는 대표적인 재미(在美) 종북학자인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이 작성해 2006년 9월 민노당 기관지 ‘이론과 실천’에 실린 것으로 전해진 ‘통일전선을 형성하기 위한 진보정당과 대중조직의 투쟁’ 제하 문건에서는 민노당의 역할이 보다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중략>현 시기 민주주의혁명의 당면과업은 각계각층 대중조직에 망라된 노동계급과 근로대중 100만 명을 민주노동당의 깃발 아래 결집시키는 것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이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선진역량으로 육성, 배치한 1만 명 당원들이 각계각층 대중조직에 망라된 100만 명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을 통일전선의 깃발 아래 결집시키는 것이다.
 
1만 명의 선진역량이 100만 명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을 하나의 전선에 결집시키면 그것이 곧 통일전선을 형성하는 것이다. 1만 명의 선진역량이 촉진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으면 100만 명이 결집하는 통일전선을 형성할 수 없다. 100만 명이 하나의 전선에서 투쟁하는 거대한 질적 변화는 선진역량의 촉진요인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다..<중략>
 
<중략>6.15 공동선언에 따라 민족통일전선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6.15 공동선언을 지지하는 민족자본가와 통일전선을 형성하는 주체는 남(한국)의 진보정당과 진보적 대중단체들이 아니라 북(조선)의 사회주의정권이다..<중략>”
 
이상의 문건들을 종합하면 민노당은 북한정권의 통일전선 형성을 위해 투쟁하는 핵심 정당으로 나타난다.
 
[“진보정당은 국민을 진보강령으로 교양해 ‘자주민주통일’ 투쟁으로 동원하는 역할 수행”]
 
국내 종북 지하조직인 자주민주통일투쟁위원회(자민통위)가 2002년 7월 ‘현준혁’이라는 정체미상의 인물 명의로 작성해 자체 웹사이트에 게재한 ‘진보정당은 통일전선의 합법적 주체세력이다’ 제하 문건에서는 민노당 뿐만 아니라 모든 진보정당들의 역할이 보다 자세히 설명되고 있다.
 
“<중략>남측에서 진보정당은 남측사회에 대한 과학적 성격규정에 의거하여 자주민주통일을 강령으로 하며 기층민중과 중간세력을 모두 포괄하는 통일전선적 합법정당이 되어야 한다. 진보정당은 국민대중을 진보강령으로 교양하고 대중조직과 통일전선을 강화하며 자주민주통일투쟁으로 동원하는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우리에게 진보정당은 전위당과 민족민주전선의 합법정치부대이다. 민족민주세력의 정치적 별동대인 진보정당은 의회나 선거, 일상활동에서 그 대변자 역할을 한다. 진보정당은 전위당의 최저강령, 민족민주강령으로 기층민중과 중간세력을 묶어세우는데서 민족민주운동을 대중화하는데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중략>
 
<중략>민족민주세력이 집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치세력화되어야 한다. 민족민주세력의 정치세력화는 진보정당을 건설하여야 해결된다. 진보정당은 통일전선의 주체세력이며 민족민주세력의 정치세력화를 실현하는 조직이다. 현시기 진보정당건설은 민족민주운동의 주체를 강화하고 그 역할을 높이기 위한 관건적 문제로 된다.
 
남측의 식민예속화와 정치불신이 심화될수록 진보정당의 필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6.15공동선언과 조미공동코뮈니케 이후 진보정당은 더욱 절박한 요구로 되었다. 앞으로 민족통일기구가 수립되고 일반민주주의가 실현되며 단계적 미군철거가 단행되면 진보정당은 비약하게 될 것이다. 진보정당만이 미군철거와 보안법철폐, 연방제통일을 강령으로 삼으며 대안정치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다.
 
미군철거를 강령으로 하는 진보정당만이 미군철거를 강령으로 하는 대규모 민족민주전선건설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진보정당은 대규모 민족민주전선을 주동적으로 이끌면서 반미구국항쟁을 추동할 것이다. 민족민주세력은 진보정당의 의의를 옳게 보고 그 건설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현준혁’이라는 인물 또한 국내외 좌파진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인물로서, 이 문건도 북한정권의 전략을 반영해 대남 공작기관이 작성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현준혁은 과거 20세기 초에 사회주의 운동을 전개했던 인물이다.
 
‘자주민주통일’은 북한 노동당의 최저강령으로서, 국민대중을 진보강령으로 교양하고 대중조직과 통일전선을 강화해 자주민주통일 투쟁으로 동원한다는 것은 곧 작년 촛불난동과 같은 기만선동을 펼쳐 국민들이 북한정권의 의도대로 움직이도록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계급은 전면 총파업 투쟁으로 자본계급 파탄시켜 ‘사회변혁’ 전진시켜라”]
 
작년 10월 민주노총 산하 화학섬유노조 곽민형 비대위 수석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은 현장 노동자들의 투쟁에는 무관심하고 방북(訪北)에만 열정적” “매년 6.15와 8.15 행사에 반정부, 반미, 친북 구호를 외치며 동원됐지만 이를 거부하거나 비판하는 것이 민주노총 내에서 용인되었는가”라며 민주노총을 전격 탈퇴했다. 
 
곽 전 수석부위원장의 주장을 반영하기로 하듯 북한정권은 최근인 28일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 보도를 통해 “투쟁으로 노동운동 탄압을 짓 부셔야한다”며 국내 노동단체들의 반(反)정부 시위를 촉구했다. 
 
본 지(誌)가 입수한 문건들에도 소위 ‘진보정당’뿐만 아니라 생존권 사수라는 미명 아래 각종 무차별적인 반(反)정부 투쟁을 전개하는 대다수 노동단체들과 이들이 부르짖는 6.15공동선언 및 10.4선언의 정체가 드러나고 있다. 
 
문건들은 비정규직 철폐투쟁 및 중소기업의 민주노조 조직화 사업과 이를 통한 중소자본가 및 각계각층 근로대중의 결집을 통일전선 형성의 전략투쟁으로 설명하는가 하면, 전면적 총파업 투쟁으로 자본계급을 파탄시키고 진보정당의 집권투쟁과 통합해 ‘사회변혁’을 전진시켜야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그리고 6.15공동선언 및 10.4선언에 주체사상이 구현되어 있다고 적나라하게 밝히고 있다. 
 
북한정권이 문건에서 말하는 노동계급의 전면적 투쟁 및 이와 결합된 진보정당의 집권투쟁을 통한 통일전선 형성 전략이 현재 국내 정세와 그대로 맞아 떨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노동계급을 이용한 북한의 통일전선 형성 전략을 차회(次回)에 알아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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