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힘

방송 3사, 특히 KBS와 MBC의 힘은 막강하다. 그것이 포털과 결합할 때 그 힘은 그 어떤 것으로도 막을 수 없다. 진실이라는 것도 그 앞에서는 나약하다. 실태조사의 수치와 우리가 경험한 사건들은 이 사실을 간명하게 증명한다. 한국언론재단에서 2년마다 한 번씩 시행하는 매체영향력 등에 대한 기간의 영향력 변화추세와 2008년 조사 결과는 방송사와 포털의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방송 2사의 합계는 54%에 달하고 3사 합계는 57%이다. 여기에 3사의 라디오 등을 합하면 60%에 육박한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와 다음의 영향력 합계는 21% 대이다. 메이저 3사 신문의 영향력은 고작 8.7%에 불과하다. 방송사에서 만들어진 것이 포털을 통해 유통될 때 80%대 8.7%의 여론지형 형성은 불가피하다. 열배의 힘을 가졌는데 그 게임은 보나마나 아닌가?

게다가 신문은 이미 일정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비용을 지불하고 본다. ‘보수지’든 ‘진보지’든 그곳의 주장은 여론의 확장성이 없다. 저 신문은 항상 저러지 하고 만다. 그러나 방송은 무작위적으로 노출되고, 우리 어린 학생들도 본다. 초등학생조차 ‘쥐박이’를 입에 달고 다니던 2008년 비극의 봄! ‘거짓과 광기 100일’의 경험은 방송의 거대한 힘을 더 이상 논의할 필요조차 없게 만든다.

우리가 방송의 거짓과 편파성을 용서할 수 없는 가장 첫 번째 이유는 어린이들에까지 자신의 적대의식과 미움을 주입시켰다는데 있다.

2. 선동

거대한 힘을 가진 방송사가 중요 사건에 대해 편파적이거나 거짓을 유포한다. 김대업이나 김경준 등 사기꾼의 입을 빌어 야당의 유력한 대통령후보를 비난하고도 아무런 사과가 없다. 여기서 권력을 비판하는 방송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오로지 권력과 연대하여 야당후보를 공격하는 야합적 흉상만이 발견된다. 편파나 거짓보도도 그 자체로 심대한 문제인데 그것도 모자라 국민선동까지 나선다. ‘촛불아 모여라 될 때까지 모여라’(MBC 뉴스데스크 보도 타이틀), ‘Again 6.10항쟁?! 깃발대신 촛불을 든 사람들’(MBC 생방송 오늘아침 보도 타이틀). 이 두 타이틀을 보면 방송이 국민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어떻게 선동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주부들이 주 시청자인 ‘생방송 오늘 아침’ 프로그램 중 하나의 영상전개 장면을 간단하게 살펴보자.

87년 6월 시위 모습. 그 후 21년, 2008년 6월 경찰의 진압 모습 소화기를 뿌리는 모습. 시위대 쓰러져 있는 모습, 끌려가는 모습에 자막으로 “이 모습이 우리의 지금....” 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어서 촛불시위하는 모습, 질서 있게 앉아 있는 모습 후 거리행진 모습 이어서 경찰이 소화기 뿌리는 모습과 시위대가 앉아서 눈 씻는 모습을 보여주며 “경찰이 물대포 집중 난사”라는 자막과 영상을 방영하고 있다. (---) 쓰러진 시위대의 모습에, “경찰의 강경진압에 부상자 속출”이라는 자막. “쓰러진 여성시위참가자를 집단 구타하는 경찰”이라는 자막과 영상. 청소년이 “우리 때리지 말아요!!” 라고 외치는 장면. “경찰진압에도 불구 촛불민심은 밤새 꺼지지 않았다”는 자막과 영상. 지친 경찰들에게 사탕을 나누어주는 한 아주머니 영상 등이 이어진다.

(6월 30일 과격시위vs강경진압 1박2일 촛불집회-공언련 모니터 자료)

87년 6월 민주화운동과 촛불시위를 오버랩 시키며 경찰의 폭력성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이 화면전개 양상을 보면 이 프로그램 제작자의 의도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그들은 촛불시위를 6월 민주화운동에 등치시키고 있으며, 질서유지를 위한 경찰의 공권력을 독재자의 폭력적 행위로 이미지화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에 장시간 노출되어 있는 주부들이 유모차를 몰고 나오지 않으면 그것이 이상한 현상일 터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6월 민주화운동까지 서슴없이 왜곡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의 목적은 무엇인가?

3. 적의

PD수첩으로 대표되는 시사교양프로나 뉴스뿐만 아니라 주부들이 주 시청자인 아침 생활방송까지 이런 상태이니 방송인의 이념적 편향성은 특정 프로그램에 국한되어 있는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떻게 이런 방송물이 제작되어 우리 국민에게 방영될 수 있었을까?

PD수첩 김은희작가의 이메일은 어떻게 이런 거짓과 편파, 선동이 일어났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광우병에 필이 꽂혀서 죽을 만큼 광적으로 일했다. 총선 직후 이명박에 대한 적개심이 하늘을 찌를 때라 더 그랬다. (시위현장에서)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보여? 만족해?” 이런 질문에 “홍OO의원을 아직 못 죽여 만족 못한다. 출범 100일 된 정권의 정치적 생명줄을 끊어놓고, 과거 그 어떤 언론이나 운동세력도 해내지 못한 일을 했다”고 김은희 작가는 기록했다. 이 기록에는 일관되게 적의가 흐른다.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잘못을 해서 그것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100일된 정부가 잘못할래야 잘못할 시간이나 기회도 변변하지 않다. 따라서 본질은 정권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적의 그 자체이다.

이 적의는 반민주적이다.

민주적인 선거로 선출된 정부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6월 민주화운동 이후 일관되게 견지해온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 6월민주화운동의 성과물을 정면으로 부정하며 6월 운동을 거론하는 것은 그야말로 언어도단이다. 그런데 PD수첩 제작진이나 MBC 노조는 국민건강을 걱정해서 그런 보도물을 만들었고 김 작가의 이메일 내용은 개인감정일 뿐이며, 그의 감정이 제작물에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가 없다고 반박한다. 과연 그것이 김 작가 개인의 생각일까?

몇 가지 자료를 살펴보자.

“비민주적 요소를 개혁 또는 극복하고 이것을 기반으로 보도의 공정성과 편성, 제작의 자율성을 확립하는 한편, 무엇보다도 사회민주화에 기여” (1987년. 12월. MBC 노조 창립선언문 중에서)

“MBC 노조는 힘겨운 파업을 통해……제도개선투쟁에 힘을 쏟았다. PD 수첩 등 ‘진실보도’를 추구하는 ‘PD 저널리즘’이 꽃피기 시작했고······ 6월 항쟁이 미완의 혁명이었기 때문에 상식과 이성이 지배하는 세상이 오지 않았고, 혁명의 향기 대신 부패와 타락과 야만의 악취가 진동하는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면 방송이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이채훈 MBC PD ‘상식을 향한 멀고도 험한 길 - 6월 항쟁 20년에 되돌아본 방송’ 중에서)

“ 미국의 협정문 초안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은 ‘한국을 미국의 식민지로 만들려는 시도’로 규정 한다.” - 제147호 언론노조 성명

“이 (민주주의) 위기를 돌파하는 길은 풀뿌리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의 후보들이 대거 진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 제137호 언론노조 성명

MBC 노조의 창립선언문, 이채훈 MBC PD의 글, 언론노조의 두 성명을 보면 이들의 일관된 정신세계를 알 수 있다. 80년 학생운동세력이 5공(共)의 권위주의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싸움의 무기로 들었던 이념에서 한 발자욱도 벗어나 있지 않다.

그들에게 방송은 사회민주화의 도구이다. 현재는 미완의 혁명상태이며 이 상태에서 방송이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이채운 PD의 말을 인용하면 ‘혁명의 적’에 대한 공격이 바로 방송의 사명이다.

100일 된 정권의 생명줄을 끊기 위해, 미국의 식민지적 책동인 FTA를 좌절시키기 위해 만든 것이 바로 2008년 4월 29일의 PD수첩인 것이다.

홍정욱에 대한 개인적 원한이 김은희 작가에게 별도로 없었던 것으로 글에는 비쳐지는데 그렇다면 그녀의 분노는 MBC 노조와 언론노조의 성명서에 나온 것과 같은 종류의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동료 방송인들에게서 조차 ‘해방구’로 불리는 PD수첩의 경우 이런 이념적 적의 정도가 더 강하면 강했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이 옳다.

더욱이 비정규직인 작가와 정규직 PD들과의 심각한 불평등관계임을 상기할 때 김 작가의 개인적 감정이 투영되어 그와 같은 거대한 허위보도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 모든 일은 MBC 노조의 창립선언과 언론노조의 성명에서 확인된 내용을 실현하기 위해 해방구에 있는 PD수첩 제작진이 방송을 그들의 도구로 사용한 것이라고 확정할 수 있다.

4. 방송법

요즘 방송법 개정 논의가 첨예하다. 시대착오적이고 배타적인 방송독점체제를 차제에 꼭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1988년에 청산했어야 할 뒤늦은 숙제이다. 또한 그것은 디지털화, 세계화시대에 외면할 수 없는 시대발전의 요구이다. 개방을 해야 할 때 하지 않으면 주어지는 것은 결국 식민지이며, 민주화를 해야 할 때 하지 않으면 대립과 갈등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장기간 지불해야 한다.

현재도 그 비용지불이 끝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때의 중요성이 새삼스럽다. 시대의 요구란 이처럼 도도하고 두려운 것이다. 개방이나 민주화만큼의 총체적인 문제는 아니지만 미디어 체제의 정비도 지금의 때에 반드시 해야 할 일 중의 하나이다.

5. 정의

특히 공정성을 존재근거로 삼는 공영방송의 편파성·의도적 왜곡성이 심각한 지금의 상황에서 방송의 다양화는 절실하게 요구된다. 방송이 다양하게 존재하게 되면 불량방송은 시청자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러한 현상은 공영과 민영을 구분하지 않고 적용될 것이다. 다양한 방송은 시청자의 선택폭을 높이는 것과 아울러 방송작가와 외주제작업체의 심각한 종속관계를 정상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1800명의 MBC 직원 중 1300명이 파업해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거의 차질이 없는 MBC! 그 힘은 외주제작업체와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방송작가들에게서 비롯된다.

MBC 정규직이 이들의 노동에 의존해서 평균연봉 1억 1400만원을 챙기고 있다.

이 왜곡된 구조가 우리 방송을 기형화시키고 그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다양한 방송의 등장은 방송작가와 외주제작업자들의 힘을 증대시킬 것이며 그들의 성장은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기존 방송계의 노동질서를 해체시켜 갈 것이다.

그것은 방송이 발전하는 길이자 정의가 자리 잡아 가는 과정이다.

다행히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에서 여론독과점에 대한 방지장치를 제안했다. MBC와 KBS2를 조중동과 재벌에 넘겨주려 한다는 거짓말은 존립할 수 없다. 밥그릇과 편안한 종속관계를 지키고자 하는 노조집단의 파렴치함이 선명하게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이 파렴치함에 우리의 미래와 정의를 맡겨둘 수는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