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체제가 지난 5월 25일 감행한 2차 핵실험으로 한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핵무장 저지 정책은 파산된 것이다.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지난 18년간의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구사하였다. 한국은 전술핵을 철수시키며 평화적 핵재처리까지 포기하며 북한과 ‘한반도비핵화선언’을 타결지었다. 심지어 핵과 상관도 없는 한-미간동맹간의 팀스피리트(Team-Spirit)훈련도 폐기시켰고 북한의 에너지문제를 해결하겠다며 4조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북한 신포지역에 경수 핵원자로를 건설하거나 매년 중유를 제공해오기까지 했다.

그러나 돈을 대며 무장을 해제한 것은 한국이었고 오히려 북한은 그 기간에 한국과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가며 핵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온 것이 확인된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선언’(1991) 타결 이래 무려 18년간의 노력이 무산된 것은 물론이고 한국은 북한의 핵위협에 직접적으로 노출되게 되었다. 2006년의 핵실험과 그에 따른 유엔 제재결의안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추가적 핵개발을 막고 개발된 핵무기를 포기시키기 위해서는 대북 핵정책에 대한 방향이 확고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무기는 결코 협상용이 아니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에 합의하는 일이다. 한국 사회에는 지난 20년간 북한 핵개발을 둘러싼 인식과 대응방식에 온갖 논란이 난무했고 북한의 핵무기개발을 앞에 두고 일치단결하기는커녕 오히려 국론 분열과 남남대립으로 일관했었다. 진보좌파 단체는 물론이고 민주당이나 김대중, 노무현대통령 등 국가 최고지도자와 국정원, 통일부 등 정부기관까지 나서 북한의 핵개발은 보상을 해주거나 일괄타결 등 협상으로 혜택을 주면 포기할 것이라는 일관된 주장을 펼쳐왔다.

심지어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할 의지도 없고, 그럴 기술도 없다고 했던 것이 얼마전까지의 일이다.

북한은 단지 보상(reward)을 바라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급부를 주면 포기할 것이라거느니 심각한 에너지부족 문제이기 때문에 중유나 전기를 보내면 포기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신포 원자로 건설의 실패를 보면서도 몇 조원의 비용 부담을 전제하며 대북 송전(送電) 계획까지 세워놓은 것이 불과 2년 전이다.

심지어 북한이 문제가 아니라 미국 부시(Bush)정부의 대북 강경책이 원인이기 때문에 북한에 다소 유화적 정책을 펴온 미국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 모든 논란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문제는 우리의 의지나 바람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치달아 왔다. 북한에게 핵무기는 경제적 보상이나 협상력의 제고와 같은 다른 무엇을 얻기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며 ‘핵보유 국가’로 등장하겠다는 것이다. 1960년대 중반이래 핵무기를 보유하겠다는 것은 단 한번도 중단되거나 포기된 적이 없는 일관된 목표였다. 핵무기 보유로 미국에 대해서는 한국과의 동맹을 해체시키고 유사시 한국에 대한 개입을 막는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에 대해서는 경제기술력의 차이로 벌어진 국방력의 열세를 비대칭무기인 핵을 통해 일거에 뒤집고 공세와 위협의 대상으로 전환시키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김정일체제에게 핵무기 보유는 그 어떤 비상 상황에도 체제를 지킬 수 있고 개인숭배적 공산전체주의 사회를 영구적으로 유지시킬 수 있다는 유일무이의 전략 목표였던 것이다.

그러나 거듭된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그 기본적 사회합의조차 불가능해 보인다. 여전히 이명박정부의 대북 강경책 때문에 남북화해와 협력이 차단되고 있고 그것이 바로 북한이 핵실험과 같은 강경정책으로 가게 한 원인이라는 논리와 선전이 난무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김정일과 북한이 아니라 오히려 이명박정부를 향하여 대북강경책을 포기하라고 남북평화조치를 실현하라고 아우성이다. 미국을 방문하여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일리가 있다”고 핵개발을 두둔한 노무현대통령은 국민적 ‘추앙’의 대상이 되어있고 통일부장관때 북한의 1차 핵실험에도 대북지원을 확대하자던 정동영은 화려한 복귀로 차기 대권을 내다보고 있다. 특히 2차 핵실험을 겪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을 보면서도 김대중전대통령은 오바마(Obama)정부가 김정일을 홀대했기 때문에 김정일은 핵실험과 같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식의 선동을 계속하는 상황이다.

지난 18년간의 잘못된 핵정책에 대한 문제제기와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시키지 못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 대북정책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며 북한의 의도대로 행동해주었기 때문임을 인정할 때 새로운 대북정책으로 나아갈 수 있다.

1994년 클린턴정부때 미국이 군사 대응까지 불사하며 북한의 핵포기를 강제하고자 했을 때 그것을 막아선 것은 다름 아닌 바로 김영삼정부였다. 그것도 모자라 김대중과 노무현정부는 햇볕정책이란 이름으로 매년 1조원이상씩 북한에 공물(供物)을 갖다 바치며 북한의 핵개발을 간접 지원하였다.

두차례의 서해도발이나 강원도지역의 잠수함 침투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돈과 물자를 주며 북한 달래기에 나서고 6.15공동 선언과 10.4 공동선언으로 북한을 지원한 것은 결국 한국의 좌파정부가 북한의 핵무기보유를 지원한 공범(共犯)적 역할이었던 것이다.

북한 핵무기에 가장 위협을 받는 대상이자 궁극적 타격 목표인 한국 사회가 북한체제의 본질을 명확히 이해하고 더 이상 북한에 끌려 다니거나 내부 분열되지 않아야 한다. 이제나마 북의 핵개발에 대한 수많았던 억측과 변명 논리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적을 앞에 두고 내부 분열로 가지 않고 그 위협에 당당히 대응하는 것만 가지고도 북한이 핵개발 목표의 일부는 저지시킨 것이다.

김일성-김정일체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북한 핵개발이 기도하는 목적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단호하고도 일관된 대응으로만 나갈 수 있다면 그 자체가 북한 핵을 포기시킬 수 있는 커다란 기반인 것이다. 유엔의 1817호 및 1874호 결의안에 의거하여 한국이 선도적으로 철저한 대북 압박에 나서며 국제사회와 철저히 공조한다면 그것이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는 가장 기본적 조치인 것이다.

한국과 국제사회가 북한 핵전략의 본질을 이해하고 일관된 대응을 해나가는 것과 함께 북의 핵무장을 저지시키는 최대 사안은 바로 중국의 참여다. 북한 핵무장에 중국도 반대할 것이라는 것은 아전인수(我田引水))적 착각이다. 오히려 중국은 북의 핵개발전략을 함께 즐기고 있다. 2006년도 북한의 1차 핵무기 실험을 할 때까지는 그래도 반신반의할 수 있었지만 더 이상 중국을 믿는다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다. 중국이 북핵 저지에 나설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기대는 핵개발을 시도 중인 북한에 적절한 보상만 해주면 포기할 것이라는 착각과 똑같은 착각이었다. 안타깝게도 중국이 가진 야망은 더 크고 음흉하다.

중국을 지배하는 독점적 정치세력으로서의 공산당이 북핵과 관련해 추진하는 야심은 두가지다. 하나는 중국에서 공산당 지배(共産黨 支配)를 흔들리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도 아닌 위성국이자 종속국인 북한마저 자유민주적 시장경제로 전환되는 것은 중국 공산당 지배에 위협적 사안이 된다는 판단이다.

중국은 1,300여km나 되는 국경을 북한과 마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북-중 국경선 및 평양은 중국의 중심부는 물론이고 수도 베이징과도 너무 가깝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고 북한 변화는 자유민주주의의 확산이 되어 중국 변화와도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경제적으론 제한적 시장경제를 유지하더라도 정치적으론 공산당 독재를 유지해야할 중국에게 북한 변화는 곧 공산당 독점지배의 변화를 초래할 위협요인이기에 현재의 ‘공산주의 북한’은 유지되야만 하는 것이다.

북한 핵개발과 관련된 중국의 또 다른 야심은 한반도에서 미국 영향력을 퇴각시켜는데 북한 핵을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수천년 동안 한반도는 중국의 헤게모니(hegemony)하에 있던 나라다. 그런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하고 한국이 미국과 동맹체제를 굳건히 하고 있다는 것은 참기 어려운 일이다. 북한 핵을 허용하느니 차라리 미국의 헤게모니가 압록강까지 진출하는 것은 막아야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과거처럼 중국이 별 볼일 없는 나라였다면 몰라도 이제 중국은 어제의 그 중국이 아니다. 쏘련을 대신해 미국과 패권을 다투고 최고의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군사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며 위안화를 세계 기축통화로 요구하는 상황이다.

중국의 코앞에 미국 주도질서가 확대되고 미군이 주둔한다는 것은 중국의 동북아 패권전략에 커다란 차질이라는 것이다.

결국 공산당 지배체제의 안정화와 한반도에서 미국 헤게모니의 퇴출이라는 중국의 야망이 바로 북한의 핵개발을 제한 허용하며 함께 활용하게 되는 이유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바로 북-중간의 2인3각 전략이다. 중국은 공산당 지배의 안정화에 필요한 시기까지는 북한 핵개발을 묵인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그 핵을 한반도에서 미국 영향력을 퇴출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점까지는 북한핵을 함께 활용하자는 전형적인 이이제이(以夷制夷)전략에 있다.

북한이란 변방의 이(夷))로 또다른 이(夷)인 한국과 미국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대외적으론 북핵 반대를 명백히 하면서도 결정적 상황에서는 핵개발을 용납하는 이중 전략을 쓰고 있다. 어차피 북한 핵이 중국을 겨냥할 수 없고 북한에 대한 중국의 독점적 영향력이 계속되는 한 앞으로 약 20년이 걸리더라도 미군이 한국에서 철수하고 한-미동맹관계가 단절되어 결국 한국이 중국 영향력 아래로 들어 갈 때까지 중-북 핵공조 전략은 계속될 것이다. 공산당 지배가 안정화되고 한-미 동맹관계가 퇴조되는 그 때가서 북의 핵개발 포기를 요구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의 북한 핵개발 허용 전략이란 제한적인 것이면서도 더 크게는 미국과 한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더구나 공산당 권력유지에도 활용하고 패권 확대에도 도움되는 북한 핵을 중국이 나서서 막을 이유도 없다.

6자회담 의장국으로 중국이 국제무대의 중심이 된 것도 사실 북한 핵개발 덕분이었다. 그것이 바로 북한의 핵개발을 활용하는 북-중 공산당 공조 전략이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시키고 핵무기를 포기시키도록 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보다 원칙적이고도 단호한 역할을 주도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도 공동 대응하겠지만 우리만큼 절실할 수 없다.

불은 불이지만 강 건너의 불일 뿐이다. 우리 사회가 북한체제 변화 및 북한 핵보유저지라는 단호한 입장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정부와 국민이 일관되게 대응하지 않으면 해결되지도 않고 누구도 적극적으로 나서주지 않을 일이다.

이와함께 더 이상 북한만을 대상으로 압박과 제재로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 압박을 중국이 터주며 공조체제를 유지하는 한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전략이 확인된 이상 이제 새로운 차원의 대북 핵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것은 국제사회가 나서서 북한과 공조하는 중국의 전략이 오히려 중국 국익에 반한다는 것을 확증시키고 국제사회의 비난의 대상이 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 비핵화란 이제 대북한은 물론이고 중국을 대상으로 한 양면 전환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한국정부와 국제사회의 과제다.

출처 : 한국발전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