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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북한에선 김정일 시대가 망할 때가 됐다고 말하고 있습니다.”(탈북자 A씨)
8일 탈북자 정착교육시설인 하나원 개원 10주년 행사가 열린 경기도 안성의 하나원 본원. 남한 적응 교육을 받고 있는 탈북자 4명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함북 인민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올해 1월 탈북한 A씨(31·여)는 이날 내외신 인터뷰에서 “이제 북한은 배급이나 노임(월급)으로 먹고 사는 사람은 없다”며 “‘고난의 행군’이 15년을 넘다 보니 (주민들은) 더 이상 국가를 바라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간호사 월급은 북한 돈 1500원이다.
그러나 한 달을 먹고 살려면 최소한 2만원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A씨는 “간호사 생활을 하면서 장사도 했다”며 “미래가 없어 탈북했다”고 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은) 장사를 하거나 농사를 지어서 (생존 문제를) 자체 해결한다”고 전했다. ‘남한에서도 간호사를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또렷하게 “예”라고 답했다.
함북 제철기업소 노동자였던 B씨(37·여)는 “(하나원에서) 가장 욕망이 높은 게 컴퓨터 교육”이라고 했다. 그는 “컴퓨터가 있다는 말만 들었지 한 번도 (키보드를) 눌러 본 적이 없다”며 “너무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고 했다. 하나원 퇴소 후 취업에 대한 불안감이 있지만 “한국은 배워야 산다고 하니 배워서 직장을 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에 두고 온 아들 이야기가 나오자 금세 얼굴이 어두워졌다. B씨는 “2005년 중국으로 탈북한 이후 (자식 생각에) 너무 울다 보니 이젠 눈물도 말랐다”며 “(남한에서) 열심히 사는 게 (앞으로) 자식을 만나는 방법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2003년 우연히 한국 영화 ‘약속’을 보고 남한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지만 그 문제로 처벌될 상황에 놓이자 급하게 탈북했다고 한다. 양강도 출신의 C씨(35·여)도 “지난 95년 무렵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를 (비디오 등으로) 많이 봤다”며 “드라마를 보면 (남한 주민들은) 사람다운 인생을 사는 것 같았다”고 했다.
평양 출신의 D씨(62·남)는 “러시아 벌목공으로 일하다 겪은 경험을 말했다가 정치범으로 3년간 수감됐다가 나왔다”며 “최근 서해갑문(김정일 위원장의 업적으로 선전)에 가서 서해갑문 때문에 대동강 물이 다 썩었다고 말한 게 다시 문제가 되는 바람에 탈북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들 탈북자들은 북한 후계자로 거론되는 김 위원장의 3남 김정운에 대해 “북한에선 한마디도 그런 소문을 듣지 못했다”며 “김정일 가계에 대해선 일체 말을 못하게 돼 있고 말하면 가장 심한 벌을 받는다”고 했다. 중국이나 러시아에 나와서 김정운이란 이름을 처음 들었다는 것이다.
이날 행사에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탈북자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코리안드림을 성취할 수 있을 때 선진사회와 통일국가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에 제2 하나원 착공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강원도 화천군 등이 유력한 후보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념식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박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이홍구·김하중 전 통일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하나원은 1999년 개원 첫해 28명의 수료생을 배출한 이후 올해 6월까지 1만4000여명의 탈북자를 교육했다.
출처: 조선일보 안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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