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 언론에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3남 김정운이 확정된 것처럼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북한 내부에선 후계설이 전혀 언급되고 있지 않으며, 대부분 사람들은 김정운이 누구인지도 잘 모른다고 한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한 북한 관리는 “중국에 와보니 김정운이 마치 후계자가 다 된 것처럼 떠들썩하지만 북한 내부에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아무런 말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김정운의 사진은 물론 그의 경력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도 공개된 적이 없는데 그가 후계자로 공식 내정됐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북한에서 김 위원장의 가족, 특히 자녀에 관한 사항은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범죄행위로 간주될 정도로 베일에 싸여 있다. 평양 고위 간부들 사이에서 그래도 많이 알려진 이름은 장남 김정남 정도다.

함북 회령의 당 간부 운전사는 한 탈북자와의 통화에서 “김정운이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봤다. 대부분의 북한 사람은 잘 모른다”고 했다. 최근 북한을 탈출한 군(軍) 출신 탈북자도 “요즘 군부대 내의 강연 내용 중 김정운이나 후계구도에 대해 언급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올해 초 ‘발걸음’이라는 노래가 군부를 중심으로 보급되면서 김정운을 후계자로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노래라는 말이 돌았다. ‘척척척 발걸음, 혁명의 대를 이어 앞으로 나아간다’는 가사가 후계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노동신문 등에선 ‘혁명의 혈통’, ‘혁명의 계승자’, ‘주체혁명 위업을 대를 이어 계승하자’는 문구가 자주 등장했다. 그러나 이런 표현들은 예전에도 있었기 때문에 김정운과의 구체적으로 관련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최고위 탈북자는 “지금 북한에서 후계자를 세우는 것은 쉽지 않다”고 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후계자로 지명되기 전인 1960년대 중반부터 아버지 김일성을 따라다니며 간부들과 인맥을 넓혔다.

1974년 2월 노동당 정치국 위원으로 공식 피선되기 전 ‘주체예술론’을 발표하고 ‘김일성상’을 받기도 했다. 당시 김일성은 김정일의 이복동생 김평일을 총애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일부 간부들이 그를 미래의 후계자로 예상하고 줄을 섰다가 멸문지화를 당하기도 했다.

북한의 혁명역사를 전공한 한 탈북자는 “김정일 후계구도를 완성하는 데 북한이 쏟아부은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고향 ‘백두산밀영’을 날조하고 전국에 김정일을 칭송하는 구호나무를 만들어내는 장기적인 준비 과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은 김 위원장이 김일성의 아들이기 때문이 아니라 수령의 전사 중 가장 능력 있고 충성심이 높기 때문에 후계자가 됐다고 선전했다”면서 “김정운을 공식 후계자로 세우려면 이런 식으로 새로운 명분을 세우는 체계적인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권력이 김일성·김정일에 이어 3대로 넘어갈 경우 ‘혈통’과 ‘수령의 전사’가 합쳐진 새로운 우상 숭배의 모델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 어떤 이론도 발표되지 않았다고 했다.

출처: 조선일보 강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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