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문은 닫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인지, 아니면 “남측이 스스로 지쳐 물러나기를 기대하면서”(양무진 경남대 교수) 펼치는 지구전(持久戰)인지.

북한이 19일 개성공단에서 열린 제3차 남북 당국 간 접촉에서 돌연 작년 12월 1일부터 시행한 공단 통행 및 상주인원 제한 조치를 풀 용의가 있다고 밝혀 진의가 무엇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북한은 작년 말 개성공단을 오가는 통행 횟수를 하루 19회에서 6회로 줄였고 남측 상주인원도 880명으로 제한했었다.

북한은 그러면서도 토지임대료로 5억달러를 내고 근로자 월급을 300달러로 올려 달라는 종전 요구는 되풀이했다. 또 이날로 82일째 억류 중인 현대아산 직원 유모(44)씨에 대해선 “별일 없다”고만 말하고 유씨 가족의 안부 편지를 전해 달라는 우리측 부탁을 거절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유씨 문제는 남북 합의서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통일부가 전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이 유씨를 재판에 회부할 경우 합의서대로 남측과 협의하겠다는 뜻으로 본다”고 했다. 남북은 다음 달 2일 개성공단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북한의 느닷없는 제안에 대해 조영기 고려대 교수는 “협상을 질질 끌면서 상대를 지치게 만든 뒤 필요한 것을 얻어내는 게 북한의 전형적인 협상 수법”이라고 했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미국의 금융제재로 돈줄이 마를 경우에 대비해 당분간 공단을 유지, 돈을 최대한 챙기다 안 되면 공단을 닫아도 늦지 않다는 계산”이라고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공단 제한 조치 중 일부를 풀겠다고 했고 대화 모멘텀이 이어진 것을 볼 때 공단 유지에 대한 북측 의지는 확인한 셈”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날 개성공단을 ‘국제 경쟁력 있는 공단’으로 조성하자는 차원에서 북측에 중국·베트남·중앙아시아 등의 공단을 남북 합동으로 다음 달부터 시찰할 것을 제의했다. 또 토지임대료와 임금 인상은 수용할 수 없지만 기숙사와 탁아소, 출퇴근 도로 건설 등은 협의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했다.

반면 북측은 지난 1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개성공단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장담할 수 없다”는 발언과 한·미의 대북 압박 공조 등을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의 비난은 ‘외세에 민족 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 문제를 언급한 것이 기분 나쁘고 한반도 정세가 위기’라는 수준”이라고 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모임인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주요 쟁점에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은 안타깝지만 북측이 육로 통행 제한 조치 등을 풀 용의를 밝힌 것은 개성공단을 유지·발전시키겠다 의지를 보인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출처: 조선일보 안용현 기자, 박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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