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300만 주검을 넘어 탈북한 우리를 기다린 것은 한 줌 햇살조차 들어오지 않는 흙구덩이 아래 지하였다!"
베이징 왕경구 삼리촌 소재 한국 영사관 주변에 둘러쳐진 탈북자 진입 방지용 철창. 유 씨는 "이 나무가 이렇게 자라는 동안 아마 아무도 진입에 성공하지 못한 듯 했다"고 회고했다. 중국 정부는 짐승에게나 어울릴법한 이런 울타리를 치면서까지 탈북자들에게 자유라는 인간의 가장 기초적인 권리조차 허용할 수 없었던 것일까. Copyright ⓒ 2003-2007 by 유상준
이제 갓 13살이 된 탈북한 아이(오른쪽)와 유 씨. 이 아이는 2004년 1월 14일 극적으로 대사관 진입에 성공해 한국으로 올 수 있었다. 대사관 담을 넘어 한국에 입국해 이 사진을 찍기까지 아이의 눈에는 과연 어른들의 행동이 어떻게 이해되었을까. Copyright ⓒ 2003-2007 by 유상준
두만강 인근의 땅굴을 다루었던 지난 1부에 이어 2부를 보도한다. 2부부터는 중국대륙 내부 깊숙한 산중의 땅굴 사진들이 본격적으로 다루어진다. 아울러 지금 바로 이 순간에도 중국 대륙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을 탈북자들에 대한 인권 유린의 생생한 현장과 그들의 모습도 공개될 예정이다.
첫 기사가 보도된 뒤로 기자는 주변의 평범한 탈북자들에게 ‘땅굴’의 존재를 아는지 물어보았다. “이러한 땅굴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예? 몰랐습니다” 그들의 반응은 놀랍게도 한결같았다. 그들도 ‘땅굴’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땅굴이 있던 야산의 인근 마을에서 살았다는 탈북자조차도.
아무쪼록 이번 보도를 통해 세상으로부터 철저히 버림 받아야만 했던 땅굴 속 탈북자들이 겪었을 시련과 절망과 아픔의 눈물들이 우리 사회에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하나의 큰 촉매제로 작용하기를 바라는 심정을 덧붙여 본다.
(기자 주 - 당시 땅굴에서 살았던 탈북자들 중 극소수가 한국에 입국하여 현재 서울특별시 중랑구, 경북 대구시, 강원도 원주시에 거주 중이라는 정보가 최근 입수되어 보다 정확한 보도를 위해 그들의 행적을 수소문중이지만 아직 연결되지 않고 있다)
우거진 수풀을 헤치고 드디어 나타난 자그마한 공터. 유 씨는 이 곳 어딘가에 땅굴의 입구가 있다고 한다. '과연 어디에..?' 마치 숨은그림 찾기를 하는 기분이 들 정도이다. Copyright ⓒ 2003-2007 by 유상준
조금 접근하자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한다. 주변은 온통 거친 흙돌과 잡목 투성이라 조금만 발을 헛디뎌도 큰 부상의 위험이 있었지만 용기를 내 조금만 더 접근해보기로 했다. Copyright ⓒ 2003-2007 by 유상준
드디어 드러난 어두운 터널. 유 씨는 여기가 땅굴의 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문이라기 보다는 마치 겨우내 산짐승들이 머무는 동굴의 입구를 연상케 한다.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만한 좁은 문을 향해 참담한 마음을 억누르고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옮겨 내부로 들어가보기로 했다. Copyright ⓒ 2003-2007 by 유상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땅굴의 지하 내부. 후에 4부에서 소개될 땅굴에 비하면 희미한 햇살이나마 비치고 있다. 그러나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 완곡히 휘어진 채 땅굴을 떠받치고 있는 나무 기둥과 어지러이 찢겨진 비닐 조각들이 탈북자들이 떠날 당시의 상황을 말해주는 듯 하다. 그들이 머물렀을 당시에도 상황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았으리라.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어떻게든 소재를 알아내어 땅굴을 습격하는 중국 공안의 집요한 추적을 피해 탈북자들은 거처를 옮겨 또 다른 제2의 제3의 땅굴을 건설한다고 한다. Copyright ⓒ 2003-2007 by 유상준
땅굴의 벽면.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나무 기둥과 포대 사이로 흙담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Copyright ⓒ 2003-2007 by 유상준
또 다른 벽면. 대륙을 엄습하는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저 스티로폼 한 장으로 버텨낸 듯. Copyright ⓒ 2003-2007 by 유상준
땅굴의 바닥. 이부자리 하나 없이 저 흙바닥 위에서 잠을 청했을 탈북자들의 눈물이 아직 고스란히 배어있는 듯 하다. Copyright ⓒ 2003-2007 by 유상준
바닥 한구석에서 눈에 뜨인 땅굴의 '부엌'. 땅을 파 내고 장작을 던져 불을 지폈던 아궁이가 비로소 이 곳에 사람이 머물렀음을 짐작케 해준다. 그들에게 이 아궁이는 추위를 달래고 배고픔을 달랜 가장 큰 재산이었을 것이다. Copyright ⓒ 2003-2007 by 유상준
땅굴의 천장. 흙덩이를 떠받친 포대 자루가 묵직하다. 언제 무너질지 모를 천장을 바라보며 잠을 청했을 탈북자들에게 과연 단 하루라도 달콤한 꿈을 꿀 사치스런 여유가 있었을까. 하지만 후에 공개될 또 다른 땅굴과는 달리 이곳에 머물렀던 탈북자들은 그나마 다행히도 희미한 햇살이나마 쬘 수는 있었을 것이다. Copyright ⓒ 2003-2007 by 유상준
탈북자 망명 지원활동을 위해 대륙을 누비던 중 또 다른 지역에서 마주친 땅굴. 이미 오래 전 무너지고 사라진 땅굴인 듯 했다. 혹시 이 곳에 머물렀던 탈북자들의 꿈도 땅굴과 함께 사라진 것은 아닐까. 유 씨는 다시금 이 무너진 땅굴의 내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로 했다. Copyright ⓒ 2003-2007 by 유상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