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운(26)이 김 위원장의 후계자가 된 것으로 보도되는 가운데, 중국 마카오와 베이징 등지에 머무르고 있는 장남 김정남(38)이 사실상 망명 상태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은 5일 김정운을 중심으로 한 새 권력체제 구축 과정에서 김정남과 가까운 인물들이 잇따라 체포되고 있고, 이런 상황을 권력 이양기의 숙청이라고 판단한 김정남이 귀국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산케이는 ‘한국 등의 정보 관계자’의 말을 인용, 지난 4월3일 오후 8시쯤 평양에서 김정남의 측근 여러 명이 구속됐으며, 7일 또 다른 측근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또 김정남이 4일 베이징에 체류 중인 첫번째 부인 최혜리에게 전화를 걸어 “어젯밤 동급생들이 연행됐다”고 말했으며, 4월7일에는 제3국에 머물고 있는 또 다른 측근에게 전화해 “최근 나의 주변 사람들이 국가안전보위부에 연행되는 등 심상치 않은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어 당분간 평양에 들어가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는 이어 김정일 위원장의 매제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지난 3월 초순 김정남·김정운 형제와 차남 김정철(28)을 ‘면접조사’ 했으며, 그 직후 김정운이 후계자가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김정남 주변을 둘러싼 일들은 그 직후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정남은 지난 2월16일 김정일 위원장 생일 때 평양을 다녀온 것을 마지막으로 북한에 들어간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미국은 지난해 말부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3남 김정운에게 권력을 승계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데니스 와일더(Wilder) 전 미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이 5일 밝혔다.

지난 2월까지 조지 W 부시(Bush) 전 미 행정부에서 한반도 문제를 담당했던 와일더 전 국장은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지난해 8월 뇌졸중으로 쓰러졌다가 연말에 건강을 회복해서 현지 지도를 다녔으며 이때부터 후계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원인 그는 “미국은 (당시부터) 북한이 권력 승계 작업에 착수했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며 “후계 문제는 처음부터 김정일 위원장의 머릿속에 입력돼 있었던 것이고, 뇌졸중 발병(發病)을 계기로 후계 작업을 서둘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군부나 당 간부 대신 아들을 후계자로 내세운 배경에 대해 ”북한은 그동안 김일성-김정일로 이어지는 혁명의 전통을 강조했다”며 “김정운은 김 위원장과 상당히 닮았다고 하는데 이것도 후계자가 된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후계작업 착수와 관련) 미국은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의 문헌자료를 많이 참고했다”며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의 생일인 2월 16일자 사설에서 '백두의 혁명전통 계승'을 상당히 강조했는데 우리는 이것이 북한의 3대 세습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고 말했다.

와일더 전 국장은 김정운이 권력을 장악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이 지난 4월 국방위원회를 개편하면서 매제 장성택을 국방위원회에 포함시켰다”며 “이는 장성택을 김정운의 보호자 겸 후견인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또 “만일 김 위원장이 몇 년 내에 사망한다면 김정운은 끝내 권력을 잡지 못할 수 있으며, 그럴 경우 장성택이 군부를 장악해 권력을 잡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출처: 조선일보 신정록 기자, 이하원 기자

더 자세한 북한뉴스를 원하신다면

http://freedomfighters.co.kr/ (클릭)

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