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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실험 이후 대응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2일 방한하는 미국의 '범정부 대표단' 중 스튜어트 레비(Levey)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임스 스타인버그(Steinberg) 국무부 부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에는 스티븐 보즈워스(Bosworth)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비롯 월러스 그렉슨(Gregson) 국방부 아태차관보, 제프리 베이더(Bader)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 보좌관 등 미국의 아태정책 핵심 인사들이 망라돼 있다.
이처럼 화려한 면면의 대표단 중에서도 유달리 레비 차관에게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은 그가 전임 부시(Bush) 행정부 때부터 북한·이란·시리아 등 이른바 불량국가의 '돈줄 봉쇄'를 주도해 왔기 때문이다. 그의 동참은 최근 미국 정부가 검토 중인 대북 금융제재를 관련국 협의를 통해 구체화시키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기 충분한 것이다.
레비 차관은 부시 행정부 외교안보정책의 핵을 이뤘던 '네오콘'(신보수주의자) 계열로 분류될 정도로 강경파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때 그의 유임을 두고 '이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는 2006년 북한과 불법성 자금을 거래해 온 마카오의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대해 금융거래 제재 조치를 발동해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 조치로 북핵 6자회담이 1년 넘게 공전(空轉)하기도 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그를 유임시킨 것을 볼 때 적성국가에 대한 금융제재는 여전히 유효하며 그의 성향이 대북 제재 논의 과정에서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레비 차관은 이번 순방 과정에서는 미국의 직접적인 대북 제재보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을 통한 다자(多者) 차원의 제재에 우선 초점을 맞춰 관련국 설득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미국이 양자 차원 제재를 검토할 수 있겠지만 시점은 안보리 결의 이후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미측이 이미 안보리에 제시한 대북 결의안 초안의 내용은 상당히 강경하다. 기존 안보리 결의안 1718호상에는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거래와 관련한 기업·금융기관에 한정해 자산을 동결하거나 거래를 차단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번 새 결의안에는 자산 동결 범위 등을 확대해 북한에 대한 포괄적인 금융제재를 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레비 차관이 주도한 재무부 팀은 BDA 제재 당시 장부(帳簿) 분석을 통해 북한의 전 세계 금융 네트워크 규모를 상당 부분 파악해 놓았기 때문에 이 제재가 실효화되면 북한은 매우 강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레비 차관과 대표단은 이번 순방에서 특히 한국 다음으로 가는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해외금융 계좌는 상당수가 중국 본토 및 마카오와 홍콩의 중국계 은행에 집중돼 있어 중국의 도움 없이는 제재가 효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출처: 조선일보 임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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