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부자 때려잡기'가 한창이다. 최근 국방위원회는 "전 사회에 뿌리깊게 침투한 자본주의적 요소를 뿌리 뽑자"는 지시문을 하달하고 불법으로 큰돈을 번 부자들을 대대적으로 감찰하고 있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검열은 당 중앙위 고위간부가 최고 책임자로 임명되고 보위부, 검찰 등 보위기관이 합동으로 전국을 돌며 진행하고 있다.

최근 입국한 한 탈북자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작년 중반기 함북 청진에서 처음 진행된 '비 사회주의 검열'에서 인민경비대 산하 남강판매소 소장 홍모씨의 집에서 200만달러가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홍씨는 막대한 돈을 국가에 헌납하는 조건으로 풀려나기로 했으나 보위부 조사에서 적선(敵線·적대국가 정보기관)자금 유입이 확인돼 처형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부자에 대한 검열이 시작됐다.

재산 출처를 해명하지 못하면 무조건 보위부로 압송해 적선 여부를 검열하는데 연루 사실이 밝혀지면 지위를 막론하고 최고형으로 처벌하고 있다. 백만장자들이 가장 많은 평양을 시작으로 청진, 신의주를 점검하고 있는데 지난 4월 신의주에서만 3명이 처형되고 10여명을 강제수용소에 보내는 공개재판이 열렸다.

검열단은 주민 불만을 접수받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집에 호화 헬스시설이나 사우나를 갖추고 첩을 얻거나 물과 쌀을 제외한 모든 것을 외제로 먹고 사는 자 등이 집중 제소되고 있다. 최근 북한에서는 노래방, 대형수족관, 호화 정원을 갖춘 단독주택을 갖는 게 부자들의 유행이다.

북한은 극단적 경제불황에 대외 원조마저 중단된 상태에서 식량난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자 체제 불만 세력이 커지는 것을 무마하는 수단으로 호화생활을 하며 주민 분노를 자아냈던 세도가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 김정일 정권으로 향하는 원성을 부를 독점한 세력에 돌리려 하는 것이다.

2000년대 이후 북·중 국경이 봉쇄된 이후 국가기관이 대중(對中) 무역 독점권을 가지면서 권력과 연계된 간부들과 장사꾼들이 막대한 재물을 모았고 이에 따라 백만장자들이 탄생했다. 무역권을 가진 군대와 보위부, 노동당 등 권력기관 무역 종사자들이 중국과의 무역과 밀매를 통해 쉽게 돈을 모아온 것이다.

일부 기관원들은 마약 유통으로 큰 돈을 벌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과거에는 해외에 돈 많은 친척을 둔 사람들이 부자였지만 최근에는 권력을 가지고 해외무역에 종사하는 간부들과 그 친·인척들이 부자로 부상하고 있다.

군인 출신 탈북자는 "청진에서 보위부가 파악한 부자 중 100만달러를 모은 자가 10여명이고 10만~50만달러를 모은 부자가 100여명에 달할 정도로 소수가 부를 독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양에서는 웬만한 고위층에는 백만장자가 흔하고 권력이 있어도 돈이 없으면 인정받지 못할 정도라는 것이다.

한 북한 경제관료는 김정일 위원장이 "대외 기관원들이 외화벌이를 핑계로 개인 비리가 도를 넘었다"는 보위부의 내부 보고를 받고 모든 외화벌이 기관의 개인비리와 행적 조사를 벌이도록 했다. 이번 조치로 중국에 상주하는 거의 모든 외화벌이 창구 관리들이 북으로 송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

고위탈북자들은 북한당국의 이러한 사정작업에도 '불투명한 체제하에서 생존하는 것은 오직 돈밖에 없다'는 간부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이런 비리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런 사람잡이는 핵심계층을 무너뜨려 결국 체제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조선일보 강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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