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중 국경도시인 OO시에서 수십만 명의 재중(在中) 탈북자들 중 한 명의 탈북자를 또 만났다.

최OO씨(男. 가명).

약 10년 전 최초 탈북 이후 이미 수차례 북송된 경험이 있다는 그는 그 과정에서 얻은 끔찍한 상흔과 가장 근래에 북송되었던 참담한 경험을 기자에게 털어놓았다.

우선 그는 불문곡직(不問曲直)하고 바지자락과 양말을 걷어 자신의 발을 일행에게 보여주었다.

그 발의 일부는 뼈와 살과 피로 구성된 진짜 발이 아니었다.

“썩어서 절단 했습니다” 무뚝뚝한 인상의 최 씨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한 마디를 툭 던졌다.

수년 전 북송된 후 재 탈북을 시도한 그는 제대로 된 길조차 없는 산을 타고 중국으로 들어오다 혹한(酷寒)의 추위에 발이 얼어 결국 절단해야만 했다.

당시 그의 곁에는 몸을 녹일 따뜻한 불씨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통상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는 북송된 이후 보위부 조사를 받게 되며, 기독교를 접했거나 한국행을 시도한 것으로 판명될 경우 관리소(정치범수용소) 혹은 교화소(교도소)로 보내지거나 심지어 공개처형을 당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행히 그는 각목과 가죽 벨트가 날아드는 잔혹한 구타 속에서도 끝내 입을 열지 않아 지역 인민보안서(경찰서)가 관리하는 강제노동단련대(노동단련대)로 이송되던 도중 재 탈북에 성공했지만, 대신 발을 잃어야만 했던 것이다.

(기자 주 - 북한 당국은 본래 한국행 혐의가 없는 탈북자들에 대해서는 노동단련대 몇 개월 수감으로 처벌을 끝냈지만, 2006년 이후부터는 두 번 이상 북송된 탈북자들을 한국행 기도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교화소에 수 년 간 수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 씨는 발을 잃은 이후 다른 6~7명의 탈북자들과 함께 다시 탈북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목적지는 몽골이었다.

당시 대륙을 순조롭게 가로질러 중몽 국경도시인 얼롄하오터(二連浩特)를 지난 최 씨 일행은 고비사막 한 가운데에서 국경까지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운명은 가혹했다.

너비 1,600km의 사막에 걸쳐 중몽 양 국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는 철조망에 다다랐을 무렵 순찰 중이던 중국 공안에 적발된 것이다.

무어라 설명할 틈도 없었다.

한 눈에 그들이 탈북자임을 눈치 챈 공안 요원들이 정지 명령을 내리며 체포하려 다가서자 일행은 도주를 시도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최 씨에 따르면 중몽 국경선 일대의 고비사막은 모래와 흙이 뒤섞여 있어 평상복 차림의 성인이 달리기에는 여의치가 않은 환경이었다. 뿐만 아니라 주변에는 전갈과 같은 맹독류가 많아 발이 불편한 최 씨가 자칫 사막에 넘어지기라도 하면 목숨마저 위태로울 상황이었다.

그야말로 절망이었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저 철조망만 넘어 몽골 국경수비대를 만난다면 이제는 인생의 지난 모든 악몽들을 위로받고 보상받을 수 있었건만, 썩어버린 발은 그가 자유를 뒤쫓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길로 최 씨와 전원 여성으로 구성된 나머지 일행은 공안에 체포되었다.

길게는 1년까지도 수감될 수 있는 북중 국경도시 도문(圖們)의 변방대 수용소에 끌려간 최 씨 일행은 각각 독방에 감금된 채 약 3개월 동안 심문을 받았다.

이미 북송된 경험이 많은 최 씨는 한국행을 기도한 것이 아니라고 끝까지 버텼지만 함께 붙잡힌 나머지 일행들이 문제였다. 도문 수용소의 독방은 바로 옆방에서 들리는 인기척조차 느낄 수 없는 환경이었기에 일행이 함께 입을 맞춘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우리 모두 입을 맞췄으니 최 씨는 안심하라”던 당초 은밀한 말과는 달리 나머지 일행은 석 달에 걸친 가혹한 심문 끝에 한국행이었음을 시인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는 당시 함께 붙잡혀 모두가 북송될 때 홀로 공안으로부터 석방된 함경북도 청진 출신의 한 여성 탈북자에게 의혹을 두었다.

이 여성이 애초부터 일행의 모든 행적을 공안에 낱낱이 보고했거나, 도문 수용소에 수감되었을 당시 모종의 협력을 약속하고 모든 비밀을 폭로한 것이 아니었겠냐는 것이다.

“나는 지금 그(인솔자)든 누구든 아무런 원망도 없습니다”

말을 마친 최 씨는 그 짤막한 한 마디를 끝으로 끝내 입을 다물었다. 그는 하지만 좌절하지 않겠노라고 굳게 다문 입술로 다짐했다.

예감이지만, 기자 일행은 그가 또 다시 자유로의 비상(飛上)을 시도할 것임을 직감했다. 비록 잃어버린 발의 상흔은 평생이 지나도 치유될 수 없을터였지만, 자유를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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