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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장거리 로켓발사 이후 6자회담 거부, 핵시설 복구 등 벼랑끝 전술의 강도를 높여온 북한은 15일 ‘개성공단 폐쇄 카드’를 들고 나왔다. 북한이 강경일변도로 국제사회와 한국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여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오공단 미 국방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랄프 코사 CSIS 퍼시픽 포럼 대표, 소에야 요시히데(添谷芳秀) 일본 게이오대 교수, 김성한 고려대 교수 등 한·미·일 전문가들이 15일 조선일보 회의실에서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 위협이 갖는 의미를 분석하는 좌담을 가졌다.
이들의 공통적인 분석은 “북한이 후계구도를 안정시키고 핵국가로 인정받기 위해 대내외적으로 강수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국내정치 분열 노려
김성한=북한이 연 3000만~4000만달러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개성공단을 정말로 닫을 의사가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방북 용의를 밝힌 직후 이런 발표가 나왔다는 게 흥미롭다.
남쪽을 어렵게 하며 또 한편으론 미국과 어떤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려는 포석일 수도 있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지 않으면 한반도 상황이 계속 악화될 듯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소에야 요시히데=한국 국내정치에 영향을 끼쳐 한국사회를 분열시키려는 것이다. 북한이 한국의 단합을 시험하고 있는 셈이다.
랄프 코사=한국은 이 상황에서 북한의 게임에 끌려들어 가든지, 아니면 초당적으로 대처하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개성공단은 남북문제이므로 미국이나 일본이 도와줄 수 없다. 한국이 일정기간 개성공단을 폐쇄해 북한이 합의를 지킬 준비가 될 때까지 열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단기적으론 피해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론 북한이 일방적으로 합의사항을 바꾸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북한의 강경일변도는 내부 문제 때문
오=북한이 개성공단에서 얻는 수입을 포기할 각오를 하면서까지 외부에 공갈을 쳐야 하는 심각한 내부적인 이유가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서 후계구도에 위기가 왔고 그렇기 때문에 내부를 단합시키고 사회를 통제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코사=한국 국내 정치에도 결정적인 순간이다. 평소 의견이 갈리는 미국 정치인들도 안보 이슈에 대해선 초당적으로 접근한다. 한국 정치인들도 북한이 한국의 안보이슈를 좌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소에야=북한의 벼랑끝 전략이 좀 달라졌다. 예전엔 미국과의 관계가 나빠질 땐 한국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이었고 미국에 접근하면 한국을 더 따돌리는 식이었다. 요즘은 6자회담도 거부하고 한국과 관계도 악화시키는 등 양쪽으로 벼랑끝이다.
오=김 위원장은 스트로크(뇌졸중)를 겪은 후 후계구도를 만들 시기를 놓치는 실수를 했다는 걸 알게 됐다. 이젠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뭔가 보여주기로 한 것이다. 군부에 전례 없이 강한 힘을 실어줘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후계구도를 만들고 내부단결을 강화할 수 있도록 했을 것이다.
◆북한은 ‘핵을 가진 후계자’를 원해
김=만일 북한이 2차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또 다른 도발을 한다면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과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고 버티긴 어려울 것이다.
코사=북한이 원하는 건 국제사회에서 명실상부한 핵국가로 인정받는 것이다. 북한이 오바마 행정부와 양자회담을 원하기 때문에 이런 극단적인 행동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북한은 파키스탄처럼 사실상의 핵국가로 대우받기를 원한다.
소에야=결국 북한문제를 이해하는 핵심은 핵국가 인정과 후계구도 안정이다. 김 위원장은 다음 후계자가 권력을 물려받을 때 ‘핵을 가진 북한’의 지도자로 시작하게 하고 싶은 것이다. 그 외의 요소들은 계산을 복잡하게 보이게 할 뿐 그리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오=김 위원장이 권력을 승계할 때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랭군 테러 등 온갖 이상한 일들을 일으켰다. 내부에 위기감이 고조되면 북한은 국경을 닫고 국내외를 향해 ‘우리는 강한 국가’란 메시지를 내보낸다.
◆북한, 기본전략엔 변화없어
소에야=그런 의미에서 북한은 후계구도가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고 느끼기 전까지는 협상테이블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김=김정일 건강, 후계구도, 선군정치라는 ‘마의 3각 딜레마’가 있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 나쁘니까 후계구도가 급하고 후계자를 정하려면 군부의 지지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사정이 복잡한 것이다. 그러나 외부와의 관계를 완전히 망쳐서 고립을 자초하는 자충수를 두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핵과 미사일 능력을 강화해 미국과 협상을 통해 관계정상화를 하겠다는 기본 전략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오=지금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담당자들은 클린턴 행정부에서 북한과 핵협상을 해본 경험자들이다. 15년 넘게 북한을 상대하면서 미국도 배운 게 많다. 미국은 그동안 영변 핵시설을 두 번이나 돈을 주고 산 셈이다. 다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북한급변대책, ‘2분에서 20년까지’
오=요즘 워싱턴에서 북한문제의 핵심은 ‘북한급변대책(contingency plan)’이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인 지난 10년 동안 이 말은 한·미 간에 금기였다. 요즘 북한 내부 사정을 보면 북한 사람들은 낮엔 사회주의자, 밤엔 자본주의자다.
사회가 너무 위태롭다. 그래서 미국엔 ‘2분에서 20년’이란 말이 있다. 2분 후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고, 이러다가 20년 갈 수도 있다는 뜻이니 그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김=북한은 미국과의 관계를 지나치게 악화시키기보다는 미북 양자협상을 적절하게 활용해서 후계구도 확립에 활용할 수도 있다. 북한이 완전히 정신이 나갔다고 보면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출처: 조선일보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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