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개성 실무회담 접촉 과정에서 남측이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억류 문제를 꺼낼 때마다 매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통일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남측이 유씨 문제를 언급하려 하면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는가 하면, 우리측 입장을 담은 통지문은 아예 수령하는 것조차 거부했다.

지난달 21일 1차 개성접촉 때도 우리측의 통지문을 우리 대표단 사무실까지 다시 들고 와 되돌려주고 갔다고 한다. 한마디로 유씨 문제는 “입도 뻥긋하지 말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15일 발표한 통지문에서도 유씨 문제에 대해 “남측은 개성공단에 현대아산 직원의 모자를 쓰고 들어와 우리를 반대하는 불순한 적대행위를 일삼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는 자의 문제를 가지고 소란을 피우면서 그것을 실무접촉의 전제조건을 내드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며 노골적인 반감을 표시했다. 또 15일로 억류 47일째를 맞이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접견도 허용하지 않았다.

북한은 왜 이렇게 유씨 문제에 대해 강경일변도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을까. 우선 “북한이 실제로 유씨 문제를 자신들의 체제의 존엄성을 건드린 엄중한 위법사항으로 보고 있어 협상의 대상으로 삼지 않기 때문”(대북 전문가)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도 “아직까지 북한이 유씨 문제와 관련 우리측에 특별한 요구를 해온 것이 없는 것을 보면 북측이 이를 다른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유씨가 실제로 어떤 이유로 잡혀갔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북한은 그동안 유씨의 억류 이유에 대해 “여성 종업원을 변질·타락시켜 탈북을 책동했다” “체제를 악의에 차서 헐뜯으면서 공화국의 자주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이번 통지문에 나온 ‘현대아산 직원의 모자를 쓰고 들어와~’라는 표현에서는 유씨의 행동을 우발적 실수 차원이 아닌 ‘신분을 위장한 남측 공작원의 소행’으로 판단하려는 의도까지 보인다.

북한이 이처럼 유씨 문제를 엄중행위로 보며 자신들의 방식대로 처리하려 할 경우 사태는 장기화되고 복잡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북한이 ‘반국가적 선전·선동죄’, ‘조선민족 적대죄’ 등을 적용한다면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강제 노역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물론 북한이 유씨 문제를 다른 ‘정치적·경제적 카드’로 활용하려 하고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강경책을 쓴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북측이 유씨 문제를 세게 다룰수록 개성공단에서 요구하고 있는 근로자 임금 인상과 토지사용료 징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만약 북한이 이런 의도를 갖고 있다면 완전히 오판한 것이다. 이미 개성공단에서는 ‘이런 식으로 공단에서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사업을 계속하기 힘든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출처: 조선일보 임민혁 기자

더 자세한 북한뉴스를 원하신다면

http://freedomfighters.co.kr/ (클릭)

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