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보유 정책을 고수하면서 개혁개방을 거부하는 현 상황은 남한의 대북정책상 "좌파와 우파둘 다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공조'해서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여러가지 '창조적 옵션'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14일 주장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날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대표상임의장 김덕룡. 이하 민화협)이 '남남합의를 통한 지속가능한 대북정책 모색'이라는 주제로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하는 제1차 화해공영포럼의 발표문에서 "우파 또는 좌파는 반쪽 자리 입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좌파든 우파든 공식 대북정책 담론의 주요 핵심단어는 크게 일치하며 '평화, 통일, 북한 주민의 복리증진' 등 목표가 동일하다"며 "좌파와 우파의 경쟁은 목표가 아니라 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론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수준이므로 서로 적대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대북 유화책이라는 인식이 드는 좌파적 대북정책이나 남북관계를 파탄냈다고 비난받을 수 있는 우파적 강성정책이나 서로 보완해야지 대립할 성질이 아니라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좌파는 안보 상황의 '안정적 관리'에만 치중하다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빠질 수 있고, 우파는 비핵화를 우선시하다 당면한 안보상황의 안정적 관리에 실패할 가능성이 대두될 수 있다"며 상호보완 필요성을 주장했다.

또 경제협력을 북한의 변화를 위한 수단으로 보는 좌파측 입장은 경제성이 결여되고 북한 당국의 의도에 말려들기 쉬운 반면 비핵화와 개혁개방을 전제로 경제협력을 추진하는 우파적 입장은 그동안 한국이 활용할 수 있는 여러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점도 각각의 약점으로 지적됐다.

그는 "좌파는 협상 상대와 합의를 이루는 데 집착해 양보하고 대결을 피하는 '연성협상'에 쏠리는 경향이 있고 우파는 상대의 일방적 양보를 요구하는 '강성협상'에 경도하는 경향이 있다"며 "좌파의 연성협상은 양보에 대한 내부 반발로 지탱하기 어렵고 우파의 강성협상은 상대와의 관계를 파탄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좌파.우파로 갈린 입장의 대안으로 '원칙있는 협상'을 제시하고, 이는 "'윈-윈'하는 상호 이해관계의 충족을 추진하며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제기된 문제를 공동 공략하는 자세"라고 규정했다.

이어 그는 "지난 10년간 대북정책의 기조 가운데 북한 당국을 대화와 협상의 상대로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관계 증진과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자세는 지속해야 한다"며 "이러한 시도는 남북한 사회의 접촉면을 눈에 띄게 증가시켜 한국이 북한 내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가능성을 상당히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같은 정책 기조가 북한 당국의 의도에 지나치게 방심해 이용당하는 측면"도 있었으므로 "우파적 조심성과 상대에 대한 적절한 경계를 가미해야 매우 생산적일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 쌀과 비료 지원으로 북한이 남북 당국간 대화와 이산가족 상봉에 호응한 만큼 이런 방식의 '정치 거래'를 배제하지는 말되 식량지원의 경우, 단순히 분배감시 체제의 확보만 조건으로 하지 말고 북한의 식량난을 실제로 완화할 수 있도록 북한 당국의 정책을 개선하는 유인책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화협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도 토론에 참여한 이 같은 '남남대화' 포럼을 올해 4차례 열어 남북관계 분야별 쟁점에 대해 '낮은 수준에서부터' 합의를 도출할 예정이라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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