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둘 사이의 공통점이라고는 북핵 문제 책임자라는 것과 순두부찌개를 좋아한다는 것 정도밖에 없다.”

스티븐 보즈워스(Bosworth)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 3월과 이달 8~11일 두 차례 한국을 다녀간 뒤 한 외교소식통이 진담 반 농담 반으로 한 말이다. ‘그 둘’이란 보즈워스 대표와,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였던 크리스토퍼 힐(Hill) 전 국무부 차관보(현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를 가리킨다.

미국 북핵정책의 전·현 주(主) 책임자인 두 사람의 비교되는 스타일은 이미 외교가의 화제다. 정부 관계자는 “힐 전 차관보가 국무부 상근직이었던데 비해 보즈워스 대표는 플레처스쿨 학장직을 겸임하는 특수한 형태의 직위라는 표면적 차이 외에도 둘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했다.

북핵 담당자들에 따르면 보즈워스 대표는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보다는 관련국들의 의견을 듣는 것을 우선시하는 스타일이다. 이번 방한 때도 특별한 아이디어를 제시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반면 힐 전 차관보는 자신이 아이디어를 들고 와 이를 관련국들에 공격적으로 설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영변 냉각탑 폭파쇼’도 그의 머리에서 나왔고,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신고 문제 등으로 협상이 난국에 빠졌을 때도 갖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힐의 아이디어는 창의적인 돌파구가 되기도 했지만 다소 무리수였던 적도 많았다”고 했다.

언론을 상대하는 방식도 180도 다르다. 보즈워스 대표는 언론 접촉을 최대한 자제한다. 8일 인천공항에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 있었지만 “북한 입장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다”는 한마디만 하고 빠져나갔다. 그날 저녁 외교부 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도 단 8분만 할애했다. 9일 김대중 대통령을 예방했을 때도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반면 힐 전 차관보는 “마이크만 들이대면 최소 30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언론과의 대화를 즐겼다. 그는 참모진들이 기자회견을 끝내려 해도 “다른 질문 없느냐”면서 계속 질문을 유도할 정도였다. 그의 이런 스타일은 종종 “지나치게 언론플레이를 한다”는 뒷말을 듣기도 했다.

어법(語法)의 차이도 크다. 보즈워스 대표는 무뚝뚝해 보일 정도로 차분하고 외교적 수사(修辭)가 별로 없는 건조한 어법을 쓰지만, 다혈질인 힐 전 차관보는 농담·비유를 많이 섞고 몸짓도 크다. 한 당국자는 “같이 식사를 하다 보면 보즈워스는 딱 학자 스타일이고, 힐은 협상가 스타일”이라고 했다.

특히 야구광인 힐은 “이제 1루를 돌아 2루로 가고 있다” “9회말 2아웃까지 가봐야 안다”는 식으로 협상국면을 야구에 빗대 설명하는 방식을 즐겼다.

한 외교소식통은 “보즈워스 대표가 이번 방한 때 ‘북한의 핵실험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했는데, 이는 힐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말”이라고 했다.

출처: 조선일보 임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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