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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혐의로 이란 사법 당국에 검거됐던 미국인 여기자가 석방되면서, 미국과 이란 간 화해무드가 일고 있다. 그러나 북한에 억류된 미국 여기자 2명의 문제는 아무런 진전이 없어 뚜렷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란의 혁명법원에서 8년형을 선고받은 미국인 여기자 록사나 사베리(31)는 11일 항소심 법원에서 1심 판결을 깨고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란 법원은 석방의 조건으로 앞으로 5년 간 이란에서 취재 활동을 금지했다. 이란 사법부 대변인인 레자 잠시디는 "그녀가 죄를 뉘우치고 있고, 사법부의 수사 과정에 적극 협조해줘 감형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전했다. 사베리의 석방을 줄곧 요구해온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 정부와 사법부의 결단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힐러리 로댐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와 관련 "그녀의 석방은 매우 고무적이다. 앞으로의 법적 과정에 대해 주목할 것이다"라며 이란 법원의 결정을 환영했다.
사베리는 이란계 미국인으로 테헤란에서 미국 내셔널퍼블릭라디오(NPR)와 폭스뉴스, 영국 BBC 등의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했다.
그는 취재 허가증 유효기간이 만료된 2006년 이후에도 취재를 빙자해 간첩 행위를 벌였다는 혐의로 넉 달 전 이란 당국에 구금됐다.
이로 인해 이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던 미국 오바마 행정부와 외교적 분쟁으로 비화되며 지난 30년 간의 앙숙 관계가 굳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는 다음달에 열리는 이란의 대통령 선거에 재출마를 선언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경제와 외교 정책에 있어서 정치권 안팎의 비판을 받고 있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사베리의 석방으로 일단 미국과의 외교적인 부담을 덜게 됐다.
▲ 북한 억류 美 여기자 2명, 답보상태
반면 북한에 억류 중인 유나 리와 로라 링 등 미국 여기자 2명의 석방 문제는 여전히 아무런 진전 없이 표류하고 있어, 가뜩이나 북한 장거리 미사일 실험발사로 싸늘해진 북·미 관계가 더욱 냉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국무부의 이언 켈리 대변인은 11일 "북한이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관을 통한 추가 접근조차 허용하고 있지 않아 이들의 신변 안전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영사관 접근을 금지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이는 명백하게 제네바 협정을 위반하는 행동이다"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또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도 북한이 위협적인 강경 발언으로 인해 고립을 더욱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이 사베리의 석방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돌파구를 찾아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 달리 북한은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강경 자세를 통해 미국과의 대립 국면을 더욱 악화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창립한 미국의 커런트TV에 소속된 한국계 유나 리와 중국계 로라 링 기자는 3월17일 북한과 중국 접경 두만강 근처에서 탈북자 문제를 취재하다 북한 국경을 넘어 북한 군인들에게 억류됐다.
지난달 31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이 억류 중인 미국 여기자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중간 조사 결과 불법입국과 적대행위 혐의가 확정됐다며 재판에 기소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세계 언론자유의 날'(5월3일)' 성명에서 "이란에 있는 록사나 사베리, 북한에 있는 유나 리와 로라 링과 같은 해외에 억류 중인 우리 국민들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례적으로 여기자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석방을 촉구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가 그만큼 확고하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고 뉴시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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