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측과 개성공단 운영 및 현안을 논의할 ‘개성회담’을 준비 중인 가운데 북한의 대남정책 총괄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남북 대화 무용론’을 시사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북한이 지난달 21일에 이은 2차 남북 개성접촉에 응할지, 또 응하더라도 우리측의 최대 현안인 ‘개성공단 억류 국민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수 있을지에 대한 부정적 전망도 높아지고 있다.

조평통은 9일 대변인 담화에서 남한 정부의 북한 인권문제 제기를 거론하며 “우리를 공공연히 중상모독하고 노골적으로 부정하는 조건에서 북·남(남북) 사이의 대화에 대해서는 논의할 여지조차 없다”고 주장했다.

조평통은 특히 제성호 인권대사의 ’탈북자 정착촌 건설’ 발언과 최근 외교부 당국자가 미국을 방문해 현대아산 직원 억류문제를 협의한 것 등을 들며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반공화국 인권 소동에 더욱 광분하고 있다”고 했다. 또 “우리는 역적패당이 대결만을 추구하고 있는 조건에서 단호하고 무자비한 징벌로 끝까지 결판을 보고야 말 것”이라고도 했다.

조평통의 담화는 북한 외무성이 8일 ‘대미(對美) 대화 무용론’을 언급한 데 이어나온 것이다. 담화 내용대로라면 개성접촉을 비롯한 남북 대화를 전면 거부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는 “개성공단 2차 접촉은 북한이 먼저 제의했다. 조평통 담화가 개성공단 협의에 대한 직접적 대응일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다른 소식통도 “이르면 이번주 개성 접촉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문제는 북측이 대화 테이블에 나오더라도 상호 관심사를 균형있게 협의하기보다는 자신들이 하고 싶은 얘기만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지난번 접촉에서 요구한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 인상 등만을 일방적으로 관철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조평통이 이날 담화에서 억류 중인 현대아산 유씨 문제를 언급한 것도 이 문제가 개성접촉에서 의제에 포함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견제구’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대북 전문가는 “유씨 문제를 거론하면 회담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개성 접촉에서 공단 운영 재협상뿐만아니라 유씨 문제 등 현안을 두루 다뤄 남북 당국간 회담 복원의 모멘텀으로 삼겠다는 방침이어서 북측과의 신경전은 피할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유씨 문제는 개성공단 운영과 관련된 본질적 문제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제기한다는 방침”이라며 “북한과 만나 유씨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면 국민들에게 어떤 설득을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출처: 조선일보 임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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