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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방한 이후) 많은 일이 있었지만, 또 별로 변한 것도 없다.”
8일 방한한 스티븐 보즈워스(Bosworth)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북한 비핵화 문제가 수개월째 난국에 빠져 있는 데다 6자회담 재개 가능성도 불투명한 현 상황에 대해 대북정책 총괄 조정자로서 느끼는 답답함을 토로한 것이다.
북한은 3월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 제의를 거부한 데 이어 이날도 그의 방한 시점에 맞춰 “미국과의 협상은 필요 없다”며 대화의 손길을 뿌리쳤다.
◆“할 수 있는 것 많지 않아”
보즈워스 대표는 이날 중국을 거쳐 한국에 도착, 유 장관과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외교안보 고위인사를 잇달아 만나며 북한을 6자회담 테이블로 복귀시키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해법을 도출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6자회담을 진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뭐냐’는 질문에 “현재로선 특별한 계획을 가진 것은 없다”고 했다. 또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강행하면 상응하는 결과(consequences)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재 시점에서 (미국이) 핵실험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고도 했다.
그의 이러한 어법(語法)은 직전 6자회담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Hill) 전 차관보와 확연히 대비되는 것이다. 힐 전 차관보는 어떤 상황에서도 화려한 외교적 수사로 과정을 포장하며 언론을 활용하는 방법을 즐겼지만, 보즈워스 대표는 “현재 상황은 이렇게 어렵다”고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보즈워스의 이번 순방은 당장의 해결책을 만들기보다는 현재 상황을 평가하고 향후 대응의 폭에 대해 각국의 인식을 공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했다.
◆양자대화도 6자회담 안에서
보즈워스 대표는 그러나 “6자회담이 북한 핵문제를 다루는 노력의 핵심”이라며 현재로서는 6자회담을 대체할 다른 대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여러 차례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과 양자 대화를 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지만, “양자회담은 6자회담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6자회담 틀을 벗어난 미·북 대화 가능성을 부인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한국·중국의 연쇄 접촉 과정에서 크게 두 가지 안을 집중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는 중국이 북한에 특사를 보내 설득하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북한을 제외한 한·미·중·러·일 5개국이 별도로 모여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는 공통 메시지를 도출하고 이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는 방안이다.
위성락 본부장은 이날 중국의 대북특사 파견 문제에 대해 “(북중) 양자차원의 협의가 (6자회담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또 정부 관계자는 “5자 회동에 대해 중국이 예전에는 극도의 거부감을 보였으나 지금은 기류가 바뀐 것 같다”고 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9일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주말을 한국에서 보낸 뒤 11일 일본으로 떠날 예정이다.
출처: 조선일보 임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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