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 국이 항복하면 대북지원 뽑아내고, 강경대응 한다면 이를 명분으로 전면 남침하고’

최근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에 강성대국 건설을 노리는 북한 정권의 치밀한 압박 전술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 보도되었다.

노동신문은 7일 ‘전면적인 군사적 대결선언’ 제하의 논평에서 “우리에 대한 (한미 양 국의) 경제 제재도 군사적 위협도 무용지물”이라며 “미제와 남조선 괴뢰들이 추구하는 침략전쟁에 대한 우리의 대답은 정의의 통일전쟁”이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이 날 “남조선 강점 미군사령관(주한미군 사령관)이 전작권 반환과 상관없이 한미 호상(상호)방위조약과 핵우산을 유지시키겠다며 급변사태 작전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우리에 대한 전면적인 군사적 대결선언”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지금 미국은 합법적인 인공지구위성 발사를 악랄하게 걸고들며 유엔을 통한 제재와 압력소동을 체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며 “그들이 호상방위조약 등을 떠든 것은 우리의 초강경대응 앞에 기가 죽은 남조선 집권세력을 전쟁에로 몰아가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전쟁각본의 적용을 노골적으로 시사한 것은 미제가 공격태세를 완성하고 괴뢰들을 전쟁도발에로 부추겨 핵전쟁을 일으키려 한다는 것을 명백히 입증 한다”며 “우리는 이미 천명한대로 그 누가 뭐라고 하든 자위적 핵 억제력을 백방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만일 내외 호전세력이 우리의 존엄과 자주권을 조금이라도 건드린다면 선군으로 만장약(고조)된 군사적 위력을 총폭발시켜 이 땅 우(위)에 평화롭고 번영하는 통일조국을 일떠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북침 준비와 같은 억지 주장으로 위협해 대북지원을 얻어내 군사력을 증강시킨 뒤 이를 바탕으로 또 위협을 가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다가 더 이상 협박이 먹히지 않고 강성대국 건설 시기가 임박했을 때 그간 양성한 군사력으로 무력통일을 이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었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국제사회로부터 막대한 대북지원을 이끌어 내 군사력 증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따라서 앞으로도 벼랑 끝 전술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강성대국 건설을 약속한 2012년이 불과 3년 앞으로 다가왔고 김정일의 수명 또한 짧아진 조건에서 절박해진 북한 정권이 배수의 진을 치고 정말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월 23일 국방부가 발간한 ‘2008 국방백서’에 따르면 실제로 북한은 사거리 3,000km로 괌 미군기지 등을 공격권에 넣는 중거리 탄도탄(IRBM)을 실전 배치하고 특수전 병력을 6만여 명 증강하는 등 공격형 군사전력 증강에 박차를 가해왔다.

그리고 올 해 들어서는 대남 전면대결을 내외에 선언하는 한편 20년간 노동당 작전부 특수전 병력을 지휘해 온 오극렬 대장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라는 실권직에 내정하고, 95년 6군단 쿠테타 모의를 진압한 김영춘 차수를 인민무력부장에 임명하는 등 군 수뇌부를 야전파로 채워 넣었다.

북한 정권은 또 전쟁을 반대하는 중국에 대해서도 ‘가짜 사회주의’라 비난하며 거리를 두었다(2009년 3월 29일자 ‘막나가는 金正日, “가짜 사회주의도 망한다”’ 보도기사 참조). 게리 세이모어 미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중국이 북한에 매우 분노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북한 정권의 전술 앞에 이명박 정부도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다.

정부는 당초 유엔 안보리의 의장성명이 채택된 직후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지난달 21일 “PSI 가입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을 뿐 약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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