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권력구도가 노동당 중심에서 군부(軍部)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24시간 뉴스 전문채널인 폭스(Fox)뉴스는 1일 ‘권력 이동(Powershift)’이라는 제목의 분석기사에서 북한이 최근 새로 선출된 국방위원회 구성원 전원의 얼굴 사진을 공개한 것을 근거로 이 같이 주장한 뒤 “국방위의 권한과 위원이 증가한 것은 가장 의미 있는 변화”라고 진단했다.

뉴스는 또 “이러한 일련의 인사와 조직 개편은 군부에 대한 김정일의 신뢰를 반영한 것”이라며 특히 오극렬(78) 노동당 작전부장의 국방위 부위원장 내정에 따른 작전부의 감독권 이양, 국방위의 노동당 대외연락부 평양 건물 접수 등을 예로 들었다.

북한의 권력 중심이 군부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바 있는 브루스 벡톨(Bruce Bechtol) 미 해병대지휘참모대학 교수는 최근 북한의 인사이동과 관련해 “김정일이 군부, 그 중에서도 오랜 친구인 오극렬을 당 관료들보다 더 믿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특히 김정일의 삼남 정운이 국방위 중간 직책에 임명되었을 수 있다는 점은 중요한 사태 진전”이라며 김정일이 오극렬과 장성택 당 행정부장을 정운 혹은 그의 형제 중 한 명의 후견인으로 내세웠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부로의 권력 이동 가능성은 이전에도 예측되어왔다.

본 지(誌)는 이미 작년 김정일의 와병과 관련한 분석기사(2008년 9월 15일자 ‘風맞은 김정일, 軍部의 꼭두각시 될까’ 분석기사 참조)를 필두로 군부의 집권 가능성을 여러 차례 제시한 바 있으며, 수전 셔크(Suzanne Shirk)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도 방북한 미국 측 인사들의 증언을 토대로 지난 달 군부의 집권 가능성을 주장했다.

吳克烈은 누구인가

82년과 92년 두 차례에 걸쳐 김일성 훈장을 수여받은 이력이 있고 김정일의 비자금을 관리하던 장남이 지난 2003년 미국으로 망명한 것으로 일본 NHK에 의해 보도되어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는 오극렬(吳克烈) 노동당 작전부장은 해방 이전 김일성 빨치산 부대원이었던 오중성의 외아들로서 1931년 중국 지린(吉林)성에서 출생했다.

‘혁명 유자녀’들만이 다니는 만경대혁명학원과 김일성종합대를 수료하고 62년 소련 공군대학 유학 과정을 섭렵한 그는 64년 소장으로 진급해 공군대학 학장을 지낸 뒤 67년 중장으로 진급해 공군사령관을 역임하는 등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동년 11월 36세라는 젊은 나이에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선출되어 70년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을 거친 오극렬은 79년 9월 북한군을 총지휘하는 총참모장에 임명되어 80년 9월에 상장(上狀), 85년 4월에 대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서울올림픽이 개최된 해인 88년 2월까지 총참모장을 지내다 퇴임해 89년 7월 무장간첩을 양성하는 노동당 산하 대남 공작부서인 작전부 부장으로 취임, 오늘날까지 작전부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그는 올 해 2월 국방위 부위원장으로 선출되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군사 이론에 해박하고 영어, 러시아어, 중국어도 능통한 탓에 김정일의 신임을 받아 그의 최측근이자 술친구로서 막강한 권한을 휘둘러 온 오극렬은 80년대 후반 인민군 내 정치기관을 축소하려다 오진우 당시 인민무력부장과 갈등을 빚어 총참모장에서 좌천된 바 있다.

좌천 직후 일시적으로 노동당 민방위 부장이라는 한직에 밀려났던 그가 각종 테러를 주도한 대남 공작의 핵심부서인 작전부 수장에 임명된 것은 아웅산 테러와 KAL기 폭파테러에서 보여준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되었다.

김영춘 신임 인민무력부장과 각별한 사이이며 자신의 차남이 김정일의 셋째 아들인 정운의 측근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오극렬은 현재 정운의 후계 작업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북한의 2인자였던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 79세의 고령에 와병까지 겹친 상황이고 또 다른 부위원장인 리용무 차수(次帥)는 단지 김일성 가계의 피붙이라는 명분 뿐 아무런 실권이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오극렬의 입김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집단지도체제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일각에서는 군부가 아닌 장성택 당 행정부장이 권력 실세로 손꼽혀 왔지만 그가 최근의 인사단행에서 오극렬보다 한 단계 낮은 지위인 국방위 위원에 내정되었다는 점은 그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김정일의 외척(外慽)이라는 명분과 내정에서의 탁월한 능력이라는 장점을 가진 장성택은 정운을 앞세운 군부의 집권이라는 대세에 편승함에 따라 비록 권력에서 완전히 배제되지는 않고 있지만, 평양 재건축과 같은 행정적인 업무에만 투입되며 군부를 보좌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이고 있다.

따라서 김정일 사후 집단지도체제가 형성될 것이라는 주장은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근거로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작용하고 있다.

「1.장성택 라인 등 급진적인 관료 계층과 보수적인 군부라는 극과 극의 세력이 함께 집단지도체제를 구성한다는 것은 자칫 체제 분열과 내란을 일으킬 위험을 안고 있다.

집단지도체제 보다는 정운 등 ‘만경대 혈통’을 내세워 특정 세력이 집권하는 것이 안정적임을 북한 수뇌부도 알 것이다. 실제로 조명록 인민군 총정치국장, 리용무 인민군 차수,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김일철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등 현재 국방위원회 구성원의 대부분은 유화정책보다 강경정책을 지지하는 ‘혁명 유가족’ 출신의 군부 인사들이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군부와 연관이 없는 인물은 장성택이 유일하다.

2.김정일 일가를 제외한 모든 권력기관에 대한 인사권과 검열권을 쥔 탓에 ‘당 속의 당’이라 불리는 조직지도부에는 아직 리제강과 리용철 제1부부장이 건재하다.

이들은 경협 등 북한의 개방을 중시하는 장성택 라인의 숙청을 실질적으로 주도했을 정도로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으로서 그만큼 군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실제로 장성택이 한 때 지지했던 개혁 성향의 김정남이 후계구도에서 멀어지고, 김정일과 흡사한 기질로서 군부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정운의 후계자 확정 설이 확산되고 있는 점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3.북한 자체가 권력기관 간의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상호 감시에 독재의 기반을 둔 공산주의의 특성 상 북한 체제는 김일성 시대 당시부터 수평이 아닌 오로지 획일적인 수직 체계로 운영되었으며, 김일성 사망 이후에도 절대적인 권력 집중을 필요로 했던 김정일에 의해 각 권력기관 간의 감시가 한 층 강화되었다. 서로를 헐뜯고 증오하는 오랜 습관에서 벗어나기란 쉽지가 않다.

실제로 지난 3월 9일 군부는 이튿날이 북한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이 지급되는 날인줄도 모르고 개성공단 육로 통행을 금지시키고 우리 측 상주인원 600여 명을 억류했다가 부랴부랴 통행을 재개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서 경협 관련 기관들과 군부 간의 의사소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드러냈다.

4.속임수와 폭력으로 체제를 지탱하는 고질적인 특성과 현재 몰락의 나락을 걷고 있는 북한의 현실을 고려할 때 권력의 공유는 자칫 개혁개방 세력의 주도권 독점과 그에 따른 주민들의 개혁개방 지지 여론 확산을 불러올 우려가 있다.

300만 명이 아사(餓死)하는 처참한 광경을 목격한 북한 주민들이 오랜 수령절대주의 사상에서 깨어나 급속도로 의식화함에 따라 정권에 대한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확산되고 있는 오늘 날 북한의 현 주소는 그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 수뇌부로서는 자칫 체제를 붕괴시킬 우려가 있는 개혁개방보다 확실하고도 신속한 방법, 즉 무력에 기반을 둔 급속한 적화통일과 주민들에  대한 탄압으로 ‘2012년 강성대국’을 건설하고 불만 여론을 억압 무마하는 길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군부의 탄도탄 시험발사 등 전쟁 준비로 인해 이명박 정부가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하려 하자 최근 노동신문은 전면전 발발 가능성을 경고하며 북한 수뇌부의 음모를 드러냈다.

5.인류 역사를 살펴볼 때도 어느 왕조(王朝)이든 근대적 국가이든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는 거의 예외없이 군부가 칼을 앞세워 권력을 장악했다.

더구나 북한은 60년대부터 ‘전 인민의 무장화, 전 국토의 요새화, 전 군의 현대화, 전 군의 간부화’라는 4대 군사노선을 앞세우는가 하면 김정일 시대부터는 노골적으로 선군정치를 표방하며 인민군을 사병화 하는 등 평상시에도 군부의 권력을 보장해왔다.

리제강, 리용철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도 군부와 같은 입장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한 군부는 이미 당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이 집단지도체제의 형성은 불가능한 가운데 4일 통일부 대변인 브리핑에서 밝혀진 대로 최근 북한의 각 권력 기관들은 마치 보수적이고 강경한 군부에 대한 충성 경쟁이라도 하듯 대남 비방을 한 층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바로 그 군부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오극렬, 그는 전형적인 야전(野戰)형 군인으로서 실제로도 풍부한 야전 경험과 탁월한 실적을 자랑하고 있는 인물이다.

북한의 차후 체제 구도가 김정일의 후계자를 앞세운 군부의 집권 형태로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금 현재도 유사시 남한에 침투시킬 2천여 명의 무장간첩 육성을 책임지고 있는 오극렬이 북한 권력의 중심인 군부에서도 요직을 맡게 되었다는 사실은 앞으로의 남북관계에서 짙은 안개를 한 층 드리우고 있다(2009년 4월 3일자 ‘폭주(暴走)하는 북한, 2012년은 다가오고 있다’ 분석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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