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5일 "(영변의) 시험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핵 폐연료봉들을 재처리하는 작업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날 조선광업무역 등 북한 회사 3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해 이들 기업의 해외 자산 3170만달러를 동결하자 핵 카드를 또 꺼내 든 것이다. 북한은 지난 14일에도 안보리가 의장 성명을 통해 북한의 로켓 발사를 규탄하자 "6자회담에 다시는 절대로 참가하지 않을 것이며 자위적 핵 억제력을 백방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었다.

한·미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 도발 수위를 높이는 데 대해 "예견됐던 일"이라며 "오히려 북한이 초조함과 당혹스러움을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상황이 북한 뜻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북한은 지난 5일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성공했다고 주장했지만 카트라이트 미 합참 부의장은 "연거푸 3번 실패한 국가에서 누가 (미사일을) 수입하겠느냐"는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북한이 24일 한달 넘게 억류해 온 미국 여기자 2명을 정식 재판에 회부한다고 밝혔지만 미국은 과거처럼 특사를 보내거나 몸을 낮춘 협상을 제의하지 않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23일 미 의회 청문회에 제출한 10쪽짜리 '외교정책 우선순위' 보고서에서 아예 북한 문제를 빼버렸다. 클린턴은 의원들 질문에 "북한의 오락가락하고 예측할 수 없는 행동에 강력하고 끈질기며 일관되게 대처해야 하며 굴복해선 안 된다"고 했다. 과거처럼 북한의 핵 도발에 질질 끌려 다니지 않을 것이며 북한이 대화에 응할 때까지 '압박'과 '무시'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이야기다. 북한으로선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폐연료봉 재처리를 위해 한동안 폐쇄했던 영변 방사화학실험실을 청소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시설을 가동해 남은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면 3~4개월 안에 7㎏ 안팎의 핵 물질 플루토늄을 손에 쥐게 된다. 북한은 이미 30㎏가량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 한·미는 북한이 추가로 플루토늄을 갖게 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북한이 2006년에 이어 올 하반기쯤 2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로켓 발사에서 봤듯 북한의 핵 도발은 국제적 고립을 심화하고 제재 수위만 높일 뿐이다. 로켓 발사 때와 달리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두둔하기도 어렵게 된다. 클린턴 장관은 25일 "미국은 6자회담 참가국들과 북한이 자신들의 (비핵화) 의무로 되돌아오도록 계속 압박할 것"이라면서도 "북한과의 대화가 재개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 권력은 이젠 핵 도발로 재미 보기 어렵게 된 현실을 똑바로 보고 대화의 장으로 돌아와야 한다.

출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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