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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 역주행'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북한 외무성이 25일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는 작업이 시작됐다"고 발표하며,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에 반발해 그동안 공언해온 '핵 억제력 강화'를 행동으로 옮겼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 같은 발표는 유엔 안보리 제재위원회가 북한 기업 3곳을 제재 대상으로 발표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나왔다.
폐연료봉 재처리는 곧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핵 시계를 비핵화의 첫 단추인 9·19 공동성명(2005년) 이전 상태로 돌리겠다는 의미다. 외무성 대변인은 "폐연료봉 재처리는 자위적 핵 억제력을 백방으로 강화해 나가는 데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재처리를 통해 얻게 될 플루토늄을 핵무기 제조에 쓸 것임을 분명히 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아직 실제 재처리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불능화 상태인 재처리 시설의 복구 작업을 시작하고 나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26일 "재처리 시설 주변에 인력과 차량이 많이 오가며 뭔가를 치우는 것으로 볼 때 가동을 위해 청소 등 시설 정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이 재처리 시설을 본격 재가동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재처리시설을 복구하는 대로 실제 재처리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폐연료봉 재처리는 '무기급 플루토늄'을 얻기 위한 과정이다. 5MW 원자로에서 연소돼 나온 폐연료봉을 재처리 시설에 넣고 돌리면 연료봉 속 플루토늄이 농축돼 나오는데, 이게 바로 핵무기의 원료가 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자신들의 지렛대 강화를 위해서 (재처리를 통한) 핵물질 추가 확보에 나설 의지는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고 했다.
북한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폐연료봉은 8000개이며, 이를 모두 재처리하면 약 7~8㎏ 정도의 플루토늄을 추가로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핵무기 1개를 제조하는 데 플루토늄 6~7㎏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북한은 이 과정을 통해 핵폭탄 1개 이상을 제조할 수 있는 원료를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
북한은 작년 6월 말 중국에 제출한 핵 신고서에서 "이미 플루토늄을 30.9㎏ 추출했으며 현재 남아 있는 (8000개)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면 추가로 7㎏의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주장은 검증 과정을 안 거쳤기 때문에 확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실제로 플루토늄을 추가로 손에 넣기까지는 6개월가량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먼저 재처리 시설을 복구하는 데 1~2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재처리 시설의 불능화는 기계설비 장치를 떼어내는 정도였기 때문에, 떼어내 보관 중이거나 새롭게 만든 기계장치를 다시 연결시키기만 하면 재가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오랫동안 멈춰 있던 시설을 재가동하려면 안전성 테스트 등을 거쳐야 하지만 북한은 이를 생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시간이 더 단축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시설 복구가 완료된 뒤 폐연료봉 8000개를 실제로 재처리하는 데는 "2003년 재처리 때에 비춰보면 3∼4개월 정도 소요될 것"(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처럼 단기간에 '무기급 플루토늄'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대외 협상용으로 가장 먼저 재처리 카드를 꺼냈다는 얘기다.
북한은 추가 재처리 단계가 마무리된 뒤에는 미국의 반응 등을 고려해 2차 핵실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소식통은 "2006년 핵실험은 강도가 너무 약해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북한이 위협수위를 극대화하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추가 핵실험 도발을 할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또 북한은 재처리 과정을 진행하면서 5MW 원자로와 핵연료봉제조공장, 냉각탑 등 다른 시설들의 복구 작업도 병행하며 협상카드를 다원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출처: 조선일보 안용현 기자, 임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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