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1일 첫 남북 당국 간 접촉에서 “근로자 월급을 올려주고 2014년까지 공짜였던 토지사용료도 내년부터 달라”고 했다. 개성공단 관련 ‘돈을 더 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 의도가 개성공단으로 돈을 더 벌어보자는 쪽인지, 무리한 조건을 내걸어 결국 공단을 닫겠다는 쪽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청와대 핵심당국자는 22일 “북한이 접촉 때 구두(口頭)로 ‘지금이라도 남한에 연락해 다음 접촉 날짜를 잡아달라’고 재촉했다”며 “일방적으로 다음 접촉 날짜를 통보하지 않고 남측에 날짜 결정권을 준 것을 보면 개성공단을 살리는 쪽에 뜻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정부 당국자도 “북한 통지문을 보면 겉으로는 엄중해 보이지만 내용상으로는 돈을 더 달라는 메시지가 읽힌다”고 했다. “남한 기업들은 돈을 많이 벌어가는데 북한 노동자들은 월급을 쥐꼬리만큼 받는다는 뉘앙스의 문구도 있다”고 전했다.

이조원 중앙대 교수는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이 끊긴 뒤 북한에 달러가 제대로 나올 구멍은 개성공단밖에 남지 않았다”며 “북한도 ‘경제 살리기’가 급한데 달러 박스인 개성공단을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작년 개성공단 근로자 3만8000여명의 임금으로 3200만달러, 금강산관광(7월 중단)으로 1800만달러, 개성관광(12월 중단)으로 1200만달러 등 모두 6200만달러(약 868억원)를 남측으로부터 벌어들였다. 2007년 북한의 총 수출이 9억달러인 점을 감안할 때 적지 않은 수입이다. 또 “외자(外資) 유치에 나서고 있는 북한이 말도 안 되는 조건을 걸어 남한 기업을 내쫓는 모습을 보이진 못할 것”(통일부 관계자)이란 관측도 있다.

반면 “남한 기업이 스스로 보따리를 싸게 만들어 공단을 폐쇄하려는 전술”이란 견해도 만만치 않다.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박사는 “북한이 현재 월 74달러 수준인 임금을 중국 수준인 월 200달러로 올리려고 한다면 개성공단 메리트(장점)는 다 사라진다”며 “임금 협상을 빌미로 노동자 철수를 반복한다면 남한 기업 스스로 철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경제적 이익보다 김정일 체제 유지가 더 우선하기 때문에 개성공단에서 불어오는 ‘황색 바람’(자본주의 풍조)을 막기 위해 내부적으로 공단 폐쇄를 결정했다는 관측도 작년 말부터 계속 제기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작년 12월 북한 국방위원회 김영철 정책국장이 개성공단을 찾아 ‘경제 문제 때문에 공단을 못 닫는 게 아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사는 “북한 메시지는 ‘우리가 먼저 닫지는 않겠지만 남측이 못한다고 하면 문을 닫는 수순으로 갈 수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북한이 당국 간 회담 형식을 기피하고 통지문만 읽는 모양새를 보인 것도 부정적 신호란 관측이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첫 접촉만으로 북한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다”며 “다음 접촉 때 북이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조건을 내건다면 ‘폐쇄 전주곡’으로 봐야 하고, 협상 여지를 보인다면 달러가 급하다는 쪽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책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정부 입장에선 꽉 막혔던 남북 대화의 모멘텀이 생긴 만큼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는 것 같고, 기업 입장에선 돈이 걸려 있기 때문에 위기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출처: 조선일보 안용현 기자

더 자세한 북한뉴스를 원하신다면

http://freedomfighters.co.kr/ (클릭)

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