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자는 22일 전날의 개성공단 남·북접촉 결과에 대해 “북한의 진짜 관심은 ‘달러’쪽에 있었고, ‘PSI’는 남한 정부를 흔들기 위한 카드였을 뿐임을 확인했다”고 했다.

당초 북한이 이번 접촉에서 남측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를 막기 위해 ‘개성공단 폐쇄’등의 초강수 협박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빗나갔음을 두고 한 말이다.

이 당국자는 “애초 논란거리가 되지 않는 PSI에 ‘이념’이 끼어들어 남한 사회가 양분(兩分)되는 바람에 북측은 앉아서 대남 카드 하나를 얻었고, 이번 기회에 이를 마음껏 활용한 셈”이라고 했다.

통일부 김호년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개성접촉에서 북측이 요구한 사항은 이미 발표한 두 가지(임금인상, 토지사용료 지불)뿐이고, PSI에 관해서는 통지문 전달에 앞서 구두(口頭) 언급만 있었다”며 “내용은 북한의 방송매체 등에서 주장한 것과 유사하다”고 했다.

즉 PSI는 북측의 요구사항에도 들지 않았으며, 언급한 내용도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한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다. 비록 북한 군부가 아닌 개성공단 관계자들의 입장이기는 하지만, PSI에 대해 보인 관심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떨어지는 것이었다.

정부 내에서 “우리가 PSI 문제에 너무 ‘오버’한 것 아니냐”는 자성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초 우리 정부는 북한이 PSI 참여를 저지하기 위해 “개성공단을 유지하려면 PSI를 포기하라”는 식의 압박을 할 가능성도 높게 봤었다.

정부가 이처럼 PSI와 관련한 북한의 의도를 과대평가한 배경에는 일부 정치권과 좌파단체들의 영향이 컸다. 이들은 “PSI에 참여하면 북한을 자극해 남북관계가 파탄 난다”는 논리로 연일 정부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PSI 참여는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논란을 부추겼다.

이 같은 반발은 우리가 처음 PSI 가입문제를 고민하던 2005년 이래 계속됐던 것으로, 북한의 핵실험(2006년 10월) 이후에도 노무현 정권은 핵심 지지층의 이탈을 우려해 PSI 참여를 유보했었다.

정부 당국자는 “러시아를 포함한 94개국이 PSI에 가입했지만 북한은 단 한 번도 문제제기를 한 적이 없다”며 “유독 남한의 참여를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우리 스스로 의견 일치가 안 돼 논란을 만들면서 북한이 끼어들 틈을 줬기 때문”이라고 했다.

출처: 조선일보 임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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