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1일 남북 당국 간 첫 접촉을 앞두고 “이번 방북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3주 넘게 억류 중인 현대아산 직원 유모(44)씨 접견과 석방 문제”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 대표단이 유씨 얼굴도 못 보고 돌아오자 정부 내에서조차 “이러다가 정말 ‘개성 차사’(돌아오지 않는 사람)가 되는 거 아니냐”는 자조(自嘲)가 나온다. 대표단은 유씨 억류 장소로 추정되는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건물에서 북측과 접촉했지만 유씨가 어디에 있는지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22일 “북한이 유씨를 체포할 때 혐의를 읽어주고 그런 장면을 비디오로 찍어 간 것으로 안다”며 “작심하고 잡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부는 유씨가 평양으로 압송되거나 ‘간첩죄’로 기소되지 않은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이번 접촉 때 우리가 제일 우려했던 게 유씨의 압송이나 기소였다”며 “북한이 일방적으로 유씨 문제를 처리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정부 성적이) 50점은 된다”고 했다.

정부 당국자는 “유씨가 고집이 무척 센 사람이라고 들었다”며 “북한이 말하는 혐의를 끝까지 인정하지 않고 버티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통상 금강산이나 개성공단에서 북한이 시비를 걸면 대충 진술서에 도장 찍어주고 벌금이나 추방 형식으로 풀려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데 유씨는 “잘못한 게 없다”고 버티고 있고, 북한도 ‘생사람 잡았다’는 비난을 듣지 않으려고 계속 붙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북한이 개성공단 관련 계약을 남측과 재협상할 때 유씨를 인질로 삼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의도”(대북 소식통)라는 견해도 나온다.

정부는 중국 등 북한에 공관이 있는 제3국을 통해 유씨 신변을 확인하고 있지만 “개입하기 곤란하다”, “북한이 싫다고 하면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듣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유씨 문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개인이나 단체 등이 진정서를 접수하면 인권이사회가 논의를 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유엔의 인권 침해 논의는 1년 이상 걸리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하루가 급한 유씨 문제 해결에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개성공단 문제로 우리와 계속 접촉하겠다는 뜻을 전달했기 때문에 북측 당국자를 만날 때마다 유씨 석방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출처: 조선일보 안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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