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남북 당국자 간 ‘개성 접촉’은 당초 오전 10시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남·북은 1.7㎞ 떨어진 각자의 사무실에 머물며 연락관을 통한 7차례의 ‘예비접촉’만 벌였고, 예정시각보다 10시간이 넘도록 양측 대표단은 마주 앉지도 못했다.

김영탁 통일부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과 문무홍 개성공단관리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남측 대표단 7명은 오전 6시30분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조찬을 함께하며 이날 전략에 대한 최종 점검을 마쳤다.

현 장관은 이 자리에서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과 같은 엄중한 사안을 다루게 되는 만큼 정부와 국민이 뒤에 있다는 것을 믿고 의연하고 당당하게 접촉에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표단은 예정보다 45분 정도 이른 오전 7시15분쯤 승용차와 버스 1대에 나눠 타고 통일부 간부들의 환송을 받으며 방북 길에 올랐다. 오전 8시20분, 왼쪽 옷깃에 태극기 배지를 달고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한 대표단은 입을 굳게 다문 채 기자들의 질문에는 일절 응하지 않았다. 대표단은 북한측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오전 9시가 조금 넘어 공단 내 관리위원회 사무실에 도착했다.

이후 남북은 접촉장소, 의제, 참석자 명단 상호 통보 문제 등을 놓고 각측의 연락관 1명씩을 통한 예비접촉을 시작했다. 예비접촉에는 우리측 김기웅 개성공단사업지원단 지원총괄과장과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관계자가 나섰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하지만 논의는 시작부터 평행선을 달렸다. 남측은 “남측 대표단 명단을 먼저 보냈으니 본 접촉에 나올 북측 대표단 명단도 제시하라”고 요구했으나 북측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또 남측은 개성공단 관련 협의인 만큼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사무실에서 접촉을 가질 것을 예상했으나, 북측은 자기측 중앙특구 개발지도총국(총국) 사무실에서 만날 것을 제의하며 자신들의 페이스대로 양측 접촉을 이끌려 했다.

양측의 예비접촉은 오전 9시30분, 10시, 오후 12시15분, 3시30분, 4시30분, 5시30분, 7시 등 7차례나 이어졌지만 본회담은 좀처럼 성사되지 않았다. 우리 대표단은 당초 육로통행이 가능한 마지막 시간대인 오후 5시 귀환할 예정이었으나 이도 무산됐다.

통일부에서는 “오늘 접촉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신경전이 길어지면서 우리측은 개성공단에 억류 중인 유모씨의 신변 안전이 확인되면 장소 문제에 대해서는 융통성을 보일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계속 완강한 모습을 보이던 북측은 오후 8시가 넘어 “8시30분부터 총국에서 본 접촉을 갖자”고 통보해왔고 우리 대표단은 접촉장소로 향했다.

이날 개성에서 우리 대표단은 보안장치를 설치한 ‘직통 전화’도 쓸 수 없었다. 판문점 남북연락사무소와 개성의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가 지난해 폐쇄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통일부는 국제전화선을 이용한 팩스를 통해 개성공단 관리위원회로부터 실시간 상황 보고를 받았다. 현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도 홍양호 차관을 대신 보내고 남북회담본부에 머물렀다.

통일부는 회담본부에 임시로 상황실을 설치했지만 남북 접촉을 정식회담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전 남북회담 때 뒀던 프레스센터는 만들지 않았다. 또 대표단 방북에 공동취재단도 대동하지 않았다.

출처: 조선일보 임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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