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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5일 영변 핵 불능화 작업에 참여 중인 미국의 전문가들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요원들에게 봉인과 감시카메라의 제거 방침을 알리고 요원들이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북한을 떠날 것을 통보했다. 북한은 또 “모든 핵시설을 재가동 중”이라고 IAEA에 밝혔다.
예상대로 핵 시계를 되돌리며 미국 등 국제사회에 어깃장을 놓는 ‘핵 역주행 살라미 작전’을 개시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2009년판 대미·대남 벼랑 끝 전술의 시작에 불과하다. 전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규탄성명 채택에 맞서 “무력화됐던 핵시설을 원상복구해 정상가동할 것”이라고 한 위협을 처음 행동으로 옮긴 것으로 앞으로 후속 조치를 계속 내놓으며 위기를 고조시킬 가능성이 크다.
핵시설 복구 단계를 잘게 세분화해 한 계단씩 긴장수위를 올려가는 ‘살라미 전술’로 미국 오바마(Obama) 행정부의 인내심을 테스트하려는 것이다.
◆불능화 역행조치 시작될 듯
북한은 금명간 영변 원자로 불능화를 중단하고 핵시설 복구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게 되는데 가만히 있을 거냐”는 식의 대미 협박인 셈이다.
북한이 지난해 9월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연기에 반발해 취했던 역행 조치 등을 보면 앞으로의 북한 행보를 예측해볼 수 있다. 크게 폐연료봉 인출 중단불능화가 끝난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복구연료봉 재처리’ 수순이다.
플루토늄의 원료가 되는 폐연료봉은 모두 인출해 폐기하는 게 불능화의 핵심 조치인데, 북한이 이를 중단하는 것은 불능화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가장 직접적인 신호탄이 된다.
북한은 2007년 ‘10·3합의’에 따라 영변 핵시설 불능화를 약속한 이후 지금까지 11개 불능화 조치 가운데 5MW 원자로, 재처리시설 불능화 등 8개 조치를 끝냈고, 전체 8000여개 폐연료봉 가운데 6500여개를 원자로에서 인출한 상태다. 북한은 작년에도 연료봉 인출을 중단한 뒤 재처리시설 복구를 위해 창고에서 장비를 옮기는 행동을 취했고, 이번에도 그 과정은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이후 본격적으로 시설복구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태우 국방연구원 박사는 “시설복구 과정은 수십개로 쪼갤 수 있고, 또 이 같은 조치를 실제 행동에 옮기기 전 ‘발표’를 하는 것으로 카드를 더 세분화할 수도 있다”고 했다.
북한이 핵시설을 완전히 복구해 재가동하는 데 대략 1년 안팎 정도 소요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감안하면 “앞으로 북한의 위기 고조 압박과정은 길고 지루한 싸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정부 당국자)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북한이 실제 재처리 과정까지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재처리로 플루토늄을 추가로 생산하는 것은 현재까지 쌓아온 비핵화 프로세스의 ‘완전한 파국’을 의미해 미북 양측에 모두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그전에 미국의 고위특사 방북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또 북한 외무성이 “적대세력들의 가증된 군사적 위협에 대처해 우리는 부득불 핵억제력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 것도 뒤집어 말하면 “미북 협상 등을 통해 군사적 위협이 줄어든다면 언제든지 역행을 중단하겠다”는 여지를 남겨뒀다는 해석이다.
◆다른 카드도 꺼내 들까
북한은 영변 시설 복구를 진행하면서 이와 별도로 다른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크다. 우선 외무성 성명에서 밝힌 것처럼 경수로 건설이 먼저 거론된다. 경수로 가동은 우라늄 농축이 전제되기 때문에 핵개발로 가는 또 다른 중요한 조치로 간주된다.
하지만 경수로 건설은 주변국들의 도움 없이 북한 스스로 추진할 역량을 갖추지는 못했기 때문에 위협용으로는 효용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은 19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라 경수로 2기를 제공받기로 돼 있었지만, 2002년 2차 북핵위기가 불거지면서 신포 금호지구에서 진행되던 경수로 건설은 전체 공정의 약 3분의 1가량을 마친 상태에서 중단돼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신포에 짓다 만 경수로를 자기들 힘으로 짓겠다는 뜻 같은데, 핵심부품을 미국에서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 능력으로 짓기는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출처: 조선일보 임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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