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20년 만에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전격 삭제한 것과 관련해 북한 정권이 지난 7월에 이미 이를 예상하고 향후 계획까지 마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산케이(産經) 신문은 북한 정권이 올 해 6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 방침을 발표한 직후인 7월 중순에 작성해 일본의 조총련에 간부 전용으로 하달한 ‘새로운 전환적 국면을 맞이한 한반도 정세에 대해(주체 97년 7월)’ 문서를 입수해 15일 이 같이 보도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이러한 유형의 문서는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선전부가 조총련 간부들에게 정기적으로 외교적 지침을 내리기 위해 보내는 지령문으로서, 이번 문서는 7월 중순에 작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전 편에 걸쳐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에 대한 분석과 향후 전망 등의 내용으로 채워졌다.
문서에서 북한 정권은 “그 ‘악의 축’ 낙인을 누른 대통령이 아침 일찍 일어나 백악관에서 북한에 대한 주요 경제 제재 해제를 선언한 의미는 크다”며 “미국의 적대정책 전환을 위한 전략 목표로서 군사적 억제력(핵개발)을 조금도 게을리 하지 않고 강화해 온 위대한 장군님의 초강경 원칙과 아울러 대화에는 대화로 응한다는 외교방법의 성과”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경애 하는 장군님의 위대한 선군영도로 (한국전쟁 이래)60년간의 미국에 의한 적대 정책을 마침내 전환시켰다”며 “미국 정치사상 가장 호전적이고 반동적인 대통령 부시가 장군님에게 무릎을 굽힌 항복 선언”이라고 규정했다.
신문은 이 문서가 김정일의 결재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건강 위기설 직전에 완성된 지령서하고 밝힌 뒤, 북한 정권은 이미 이 문서를 작성하던 시점에서 미 행정부가 8월 11일 의회 통고 이후 테러지원국 해제를 실시할 것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서에서 북한 정권은 또 미국의 금융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2006년 7월 실시했던 미사일 발사와 동년 10월의 핵실험이 이번 대미 외교 승리의 원인이라 주장하며, “핵과 미사일 전술에 의해 부시 정권이 북한과의 핵 대결이냐 직접 대화냐는 양자택일을 재촉당해 결국 직접 대화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번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가 “한국 전쟁의 종전을 선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 뒤, 경제와 관련해서도 향후 미국을 시작해 세계 모든 나라와 무역 및 합작, 금융거래를 실시하게 됨은 물론 세계은행(IBRD)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의 국제금융기관으로부터의 융자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대일 관계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는데 “6월 미북 양 측의 접근으로 인해 일본이 고립되었다”며 “미북 간 관계의 급속한 진전에 의해 6자회담에서 완전히 고립돼 강경책을 중단하게 된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북한)에 제재 해제 의사를 밝히면서 대화를 요구해 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일 양 국과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과는 달리 한국과의 향후 관계 전망 등은 문서 어디에서도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신문에 의해 전해져 북한 정권이 한국을 철저하게 배격한 채 현재 통미봉남 전략을 진행 중에 있음을 시사했다.
그리고 3달 앞서 이미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이 문서가 김정일의 결재를 받은 것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김정일이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 연기에 따른 충격으로 말미암아 쓰러졌다는 일각의 주장에도 적잖은 수정이 요구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또한 신문은 북한 정권이 어떤 경유로 미국에 의한 테러지원국 해제를 확신했는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분석을 내놓지 않았으나 이 문서가 사실일 경우 백악관에까지 북한 정권의 첩보망이 침투해 기밀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까지도 일 것으로 관측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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