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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2005년부터 배급제 부활을 시도하는 등 시장을 단속한 이유는 주민들에 대한 물질적 보상이 시장으로부터 나와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약화되고 분산돼 북한의 정치체제를 위협했기 때문이라고 임수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14일 분석했다.
임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오후 서울 대한출판문화회관에서 '남북관계 긴장국면 속에 가려진 북한 주민'이라는 주제로 열린 평화재단 전문가 포럼에서 "더구나 하층관료들 스스로가 부패를 고리로 시장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시장에 참여한 주민들과 결탁돼 아래까지 정책 집행이 잘 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3년부터 확산된 종합시장이 북한 체제를 유지하는 '아래로부터의 충성 체제'를 와해시키기 때문에 북한 당국 입장에선 어떤 식으로든 통제해야 한다"며 "그렇다고 완전히 시장을 억압하면 주민들의 생계 기반이 사라지고 북한 정부의 세수원을 막아 북한 당국으로서도 딜레마"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장마당만이 북한의 계획경제 바깥에 있는 시장의 전부가 아니라면서 북한 경제 규모의 20-30%가 '사적 경제'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에도 가내수공업에 임노동자를 고용해서 시장에서 판매하는 등 일종의 노동시장 지표가 나타나거나 장사를 통해 돈을 번 '돈주'들이 국영기업 및 상점, 협동농장 작업반 등에 운영비와 자재구입비를 대주는 등 사적 경제활동이 계획경제 내부로 침투해 있으며, 아직 초보수준이지만 그 양상도 다양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북한 당국이 올해초 장마당을 공식 단속하려다 주민과 관료들의 반발로 6개월을 연기한 것을 가리켜 "북한 당국의 시장통제가 한계에 부닥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경제가 어려운데도 북한 당국이 비료 지원분까지 감안하면 연간 약100만t의 남한 식량 지원을 희생한 배경에는 중국의 상당한 대북 지원이 있다"며 앞으로 남북간 경색 국면이 더 장기화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2007년 6월 탈북, 지난해 4월 태국을 통해 입국한 리성옥씨는 "지난 98년 '광명성 1호'를 쐈을 때는 모두들 가슴이 뿌듯하고 잘 살 날이 오겠구나 희망이 있었으나 이후에도 먹고사는 것이 힘들어 다들 불안해 하고 있다"며 "지금 광명성 2호를 발사했다고 하지만 희망이라는 것이 없이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한에 대해서도 북한의 일반 주민은 쌀이나 준다면 좋아할까, 크게 기대하는 것이 없다"고 그는 말하고 "모두 살기 힘드니까 악이 받쳐 '전쟁이나 콱 일어나라'는 소리를 보편적으로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배급이 많이 줄어 먹고 사는 것이 다 시장을 통하지만 장마당 단속이 대단히 심하다"며 "물품들을 마음대로 꺼내놓고 팔지 못하고 집에 감춰놓은 뒤 일단 사람만 시장에 나가 살 사람을 집에 데려가 파는 불편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 상황이 어려워져도 대량 탈북사태가 재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과거와 달리 국경경비가 허술하지 않고 중국 조선족들도 북한 사람들을 잘 도와주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승용 좋은벗들 사무국장은 올해 춘궁기에도 아사자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대북 정책의 군사안보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고 북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제대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대북 인도지원에 나서 북한 주민들의 민심을 얻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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