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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응해 12일 내놓은 의장성명 초안의 내용은 “예상보다도 높은 수위”(정부 당국자)를 담고 있다. 형식상으로는 ‘결의문’보다 낮은 격이지만, 중국·러시아까지 동의한 의장성명에 ‘북한의 행동을 규탄하고 제재를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은 당초 한·미·일의 목표치에 근접한 결과물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안보리의 대응이 향후 실질적으로 효과를 거두고 북한의 행동변화를 이끌어내기까지는 여전히 변수가 많다는 지적이다.
◆“북 로켓은 1718호 위반”
안보리가 의장성명을 통해 북한의 로켓발사를 비난하면서 가장 강력한 용어인 ‘규탄’(condemn)을 사용한 것은 중국·러시아 등 북한의 우방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그만큼 컸다는 것을 보여준다. 외교부 당국자는 “‘규탄’은 의장성명에 담긴 단어로는 거의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강한 표현”이라고 했다.
또 의장성명은 로켓 발사를 2006년 10월 북한 핵실험 이후 채택된 안보리 결의 1718호의 ‘위반’(contravention)이라고 명시하며 “북한이 어떤 형태의 추가 발사도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는 곧 북한의 주장대로 로켓에 인공위성을 탑재했다 하더라도 국제사회는 이를 ‘탄도미사일 관련 실험’으로 인식한다고 밝힌 것이다. 앞으로는 어떠한 형태의 로켓 발사도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는 의미도 있다.
의장성명은 새로운 제재를 담진 않았다. 그러나 1718호에 지정된 무기금수와 자산동결, 여행금지 등 3가지 대북 제재 조치 중 지금까지 사실상 사문화상태였던 자산동결과 여행금지의 구체적 타깃 리스트(대상 목록)를 작성토록 했다. 다만 1718호에 ‘개인과 단체’로 돼 있는 대상 목록 중 ‘개인’은 빠졌다.
자칫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의 이름이 리스트에 명기돼 북한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제재까지 변수는 남아
의장성명이 채택되더라도 타깃 리스트 선정을 두고 다시 한번 마찰을 빚을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강경한 의장성명에 합의하는 대신 제재 대상 선정 과정에서 ‘까칠하게’ 나오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대상 목록이 구체적으로 작성됐다 해도 이에 대한 각국의 이행여부를 정교하게 파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이미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거미줄처럼 엮여있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북한이 얼마나 추가적인 타격을 받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안보리는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했지만, 북한이 강력 반발할 경우 당분간 6자회담은 물론, 북한과의 어떤 협의도 진행되기 어려운 냉각기가 조성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 자체가 미·북 양자 대화를 끌어내려는 의도에서 나왔다고 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긴장국면이 지나면 다시 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처: 조선일보 임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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