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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북한 장거리로켓 발사 사태’는 11년 전인 1998년 8월 북한이 대포동1호 미사일을 쏘아올렸을 때의 상황과 표면적으로 유사한 점이 많다.
이 때문에 향후 사태 해결절차에서도 북한은 ‘페리 프로세스’로 대표되는 대포동1호 때의 해법, 즉 미사일을 매개로 한 미국과의 ‘빅딜’을 희망하는 듯하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적•군사적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에 북한의 바람처럼 미국이 호락호락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북한 ‘제2의 페리 프로세스’ 꿈꾸나
북한 내부 상황은 내부 결속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1998년과 2009년이 비슷하다. 1998년에는 수십만~수백만 명이 굶어 죽은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 막바지에 이른 시점이었다. 올해는 만성적 경제•식량난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까지 겹쳐 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박사는 “1998년엔 김정일 정권의 공식 출범을 위해서, 올해는 후계구도 마련을 위해서 내부 결속이 절실했다”고 했다.
장거리로켓 발사가 실패로 끝났다는 점도 같다. 이번의 로켓은 대포동1호보다 2배가량 더 멀리 날아갔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 입증에 실패했다. 하지만 1998년 당시 대포동1호의 기술은 미국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고, 쇼크를 받은 미국은 북한과 직접협상을 서둘렀다.
결과적으로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톡톡히 거둔 것이다. 미국이 이번에도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북한이 2006년에 핵실험을 한 점이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이끄는 한 요인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북한은 1차 미사일사태 때의 ‘페리 프로세스’를 되살리는 꿈을 꾸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1998년 클린턴 행정부의 윌리엄 페리 대북 정책조정관은 방북(1999년 5월)에 이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중지와 미국의 대북 경제 제재 해제, 장기적으로는 미•북 관계 정상화까지 포함하는 내용의 ‘페리 프로세스’를 내놓았다.
이어 2000년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거치면서 북한은 미사일 발사유예를 선언하고, 미국은 그 대가로 매년 10억불 이상의 지원을 하는 ‘빅딜’이 타결 직전까지 갔다. 결국 미국의 정권교체로 이 딜은 백지화됐지만 북한에는 여전히 최상의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클린턴과는 다른 오바마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오바마(Obama) 행정부가 1998년 당시 클린턴(Clinton) 행정부와 같은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추측은 성급하다고 말한다. 우선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섹스 스캔들 등으로 조기에 권력 누수가 시작되는 시점이었다.
“북한이 코너에 몰린 미 정권을 만만하게 봤다”(김경민 한양대 교수)는 것이다. 게다가 클린턴 행정부는 1994년 북한과의 핵협상을 타결짓는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 낸 당사자로서, 북한 문제를 임기 내에 마무리 짓기 위해 대화를 서둘렀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의 상황은 다르다.
출범한 지 100일이 채 안 지났고 지지율도 60%가 넘는다. 무엇보다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부채’가 없다. 정부 관계자는 “그의 우선순위 리스트 위에는 경제문제, 아프가니스탄 문제가 있고 북한 문제는 상대적으로 밀려 있다”고 했다. 클린턴처럼 조급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북한의 이번 로켓의 사거리가 늘어나긴 했지만 11년이 지나도록 ICBM의 핵심기술 개발에 실패했다는 것도 미국의 입장을 더 강화시켜줄 가능성이 크다. 김경민 교수는 “미국은 좀 더 느긋하게 원칙적으로 북한을 압박할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결국에는 미•북 대화가 재개될 수밖에 없지만 그 과정까지는 유엔 안보리의 제재 논의 등으로 촉발된 냉각기가 어느 정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이 기간 북한이 2차 핵실험이나 서해상 도발 등으로 미국의 인내심을 시험할 경우 오바마 행정부는 ‘터프(강인한) 외교’로 북한에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또 북한 희망처럼 6자회담을 제치고 미•북 고위급회담을 여는 방안에 미국이 응할 가능성도 낮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6자회담은 동맹국인 한국•일본은 물론 중국•러시아와도 연관돼 있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응한다고 해도 ‘6자회담 틀 내’라는 게 전제조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출처: 조선일보 임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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