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 북한이 지난 98년과 2006년에 이어 세 번째로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BM)을 쏘아 올렸다.

이번에 발사된 대륙간 탄도탄(ICBM)의 사거리는 약 3,000km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일본과 중국은 물론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및 동남아 국가들까지도 포함되는 거리이다.

그러나 당초 북한이 목적한 ICBM의 사거리는 3,000km가 아닌 6,000~10,000여km이다. 이 정도 거리이면 동쪽으로는 미국 서해안 지역을, 서쪽으로는 유럽까지도 사정권에 둘 수 있다.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6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실제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줬다”고 지적했다.

현재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는 이번 북한의 ICBM 발사와 관련한 유엔 차원에서의 제재를 논의하기 위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협의가 치열한 물밑 신경전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최근 알려지고 있는 바에 의하면 미일 양 국은 탄도 미사일의 개발을 금지한 안보리 결의안 1718호에 이은 새로운 결의안의 채택에 대해 적극 찬성의 입장을, 중국과 러시아는 반대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박인국 유엔 대사에 따르면 이러한 북한 ICBM의 실제적 위협 때문에 협의에 참석한 15개국 중 영국과 프랑스 등을 포함한 3분의 2에 달하는 국가들이 새로운 결의안 채택에 찬성의 입장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러 양 국과 마찬가지로 반대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국가는 베트남과 리비아, 우간다 등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ICBM 보유국들 중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는 이유는 바로 북한 집권세력이 이미 한 차례 전쟁을 도발한 전범(戰犯) 세력인데다가 이후 판문점 테러 및 대한항공(KAL)기 테러, 그리고 서해상에서의 두 차례에 걸친 군사적 도발을 자행한 이력이 있는 ‘테러리스트 그룹’이기 때문이다.

동서(東西)로부터의 이러한 압박은 매년 9~10%대의 경이적인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마침내 외환보유액 규모 1위라는 위상을 차지한 가운데 국제사회의 맹주(盟主)를 노리고 있는 중국으로서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북한이라는 계륵(鷄肋 - 먹을 건 없으나 버리긴 아까운 존재)을 방패로 삼아 자칫 중국의 분열을 야기할 미국의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의 침투로부터 공산주의라는 이데올로기를 방어하면서도 바로 이 이데올로기를 초월해 범국제적인 지지를 얻어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는 것이다.

때문일까, 6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안보리 이사국인 코스타리카의 호헤이 어비나 유엔 대사와 의장국인 멕시코의 클로드 헬러 대사가 중국과 러시아의 결의안 지지 가능성을 암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에 따르면 어비나 대사는 “중국이 발사 이전에는 결의를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으나 지금은 그럴 수 있다”며 “중국은 6자회담이 위험해지지 않기만을 우려하고 있을 뿐 약한 수준의 결의나 강력한 의장성명을 수용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리고 헬러 대사도 “중국이 (공식적 입장이 아닌) 은밀하게 미일 양 국의 강력한 대응 요구에 대한 타협책으로 기존의 2개 제재 조치들을 재천명하는 결의에 따를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통신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중국은 비록 새로운 제재 결의안 채택에는 아직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미사일이 아니라면 안보리 결의안 1718호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기존의 입장을 뒤집고 북한에 대한 제재가 불가피함을 인정한 것이다.

실제로 5개 상임이사국과 일본이 참여한 소그룹 미팅에서는 미일 양 국이 결의안 초안의 강도를 약화시킨다면 중국이 이를 수용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다카스 유키오(高須幸雄) 유엔 대사 또한 “가장 적절한 형식과 내용을 놓고 폭넓게 논의했지만 현재는 어떤 접점도 찾지 못했다”면서도 “상황이 심각하며 안보리가 분명하고도 강하고 신속한 반응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광범위한 이해가 있었다”고 밝혀 결의안 합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실 기존의 결의안은 6자회담 때문에 잠시 ‘냉장고’ 속에 넣어져 있던 상태였고,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을 가진 중국이 설사 기존의 결의안 이행까지 거부한다 하더라도 한미일 3국이 독자적인 제재안 마련을 통해 북한을 얼마든지 압박할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유엔 차원에서의 대북 제재에 대한 중국의 긍정적 입장은 현재 중국이 안고 있는 딜레마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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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차원에서의 제재는 구속력을 갖는 결의안과 구속력이 없는 의장성명 등으로 나누어진다.

뉴욕 현지에서 들어오는 소식을 종합하면 중국은 굳이 의장성명을 고집하고 있지는 않으며, 결의안을 완전히 반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난 2006년 중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사례까지 있다.

당시 중국의 이러한 강경한 입장을 이끌어 낸 것은 지난 92년 한중 수교 당시 북한이 중국에게 느꼈던 바로 그 ‘배신감’이었다.

이러한 북중 양 측의 냉기류는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23일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방북한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통해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지 않을 것을 당부하는 한편 편한 시간에 김정일의 방중(訪中)을 요청했지만 몇 달이 지난 지금도 김정일은 중국을 방문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에 중국은 다시 2월 26일 자칭린(賈慶林)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을 통해 다시 한 번 김정일의 방중을 촉구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는 앞서 작년 1월 방북한 왕 부장에게 ‘북한은 중국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한 김정일의 입장과 정면 위배되는 태도였다.

그리고 이도 모자라 북한은 지난 달 김영일 총리의 방중 이후 마치 중국에게 보란 듯 대외 온라인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가짜 사회주의도 망한다”는 극언까지 하며 사실상 중국을 겨냥하기도 했다(2009년 3월 29일자 ‘막나가는 金正日, "가짜 사회주의도 망한다"’ 보도기사 참조).

따라서 이번 안보리 협의를 전후로 나타난 중국의 태도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인내심이 점차 고갈되고 있으며, 앞서 언급된 오랜 딜레마에서 벗어나 한국 쪽으로 방향을 서서히 선회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사일 발사를 전후로 중국이 ‘위성 발사’를 전제로 한 새로운 결의안 채택을 반대한 것도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위성 발사일 때만 결의안을 반대한다는 것은 곧 북한이 발사한 물체가 미사일 발사로 판명될 시 한국의 입장을 지지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작년부터 한 층 긴밀해지고 있는 한중 양 국의 긴밀한 태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실용 앞에 맺어져 올 해로 수교 17주년을 맞는 한중 양 국은 북한에 대해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작년에만 무려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갖고 양 국의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

그리고 중국 측은 무상(無償)에 가깝던 대북 수출을 중단하는 한편 주한 대사를 국장급으로 격상시키고 주북(駐北) 대사를 차관보급으로 격하시켰다.

또한 필자가 최근 확인한 바로는 중국은 그동안 6.15 공동선언 이행 등을 촉구하며 북한의 입장을 지지해 온 한국진보연대 홈페이지의 자국 내 접속을 차단시킨 반면 북한의 요청으로 그 동안 차단해 오던 자유북한방송 새 홈페이지의 자국 내 접속을 허용했으며, 탈북자들에 대한 단속의 강도도 확연히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친한(親韓)적인 태도로 전환되던 중국은 미사일 발사 직후인 지난 6일 공산당 내 권력서열 5위의 리창춘(李長春)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청와대로 파견한 뒤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 문제(북한 미사일 발사)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한국 측과 더욱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힌 것으로도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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