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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 오전 11시 30분 15초,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한 기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이 화염을 뿜으며 공중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북한이 위성 발사체라고 주장한 대포동 2호의 개량형이 발사되는 순간이었다.
길이 약 32미터에 중량 약 70톤으로 추정되는 이 미사일은 1~2단 추진체에 액체 연료를, 3단 추진체에 고체 연료를 싣고 있었으며, 최대 사거리 6,000~10,000km에 달함으로서 하와이와 알래스카는 물론 서해안 지역 등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위협적인 존재일 것으로 분석되어 왔다.
발사와 동시에 이전부터 가동되고 있던 한미일 3국의 감시 체제가 미사일의 궤도를 긴박하게 추적하기 시작했다.
1단 추진체는 일본 아키타(秋田)현에서 서쪽으로 약 280km 떨어진 동해상에서 해상자위대 소속 초계기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2단 추진체는 당초 태평양을 향해 약 1,270km 지점에 떨어진 것으로 발표되었으나 후에 2,100km 이상 지점에 떨어졌을 것으로 변경되었다.
이번 발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던 일본 측은 2단계 추진체가 일본의 추적 범위를 벗어났으며,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미 우주방위사령부와 북부 사령부에 따르면 (당초 존재자체가 불분명했던)위성은 궤도 진입에 실패했고 탄두는 2단 추진체와 마찬가지로 태평양에 추락했으며, 일본 요미우리(読売) 신문에 따르면 비록 미사일이 위성 궤도 안착에 필요한 초속 7.9km의 속도를 내지는 못했지만 자위대 추적 결과 사거리가 3천km 이상인 것으로 드러나 북한이 비약적인 기술 향상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발사 직후 한미일 3국은 신속히 입장을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는 비록 위성 발사체일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주민들의 1년치 식량분을 구입할 수 있는 자금을 로켓 발사에 투입한 북한에 유감과 실망을 표시하며 이번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18호에 대한 명백한 위반임을 강조한 뒤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의 공식 참여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리고 오바마(Obama)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번 발사체가 위성이 아닌 ICBM임을 분명히 한 뒤 역시 안보리 1718호 위반임을 지적하며 강력한 국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기임을 강조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 또한 당초 강력 경고했던 격추를 지시하지는 않았지만 “지극히 도발적인 행위로서 간과할 수 없는 사건”으로 규정하며 발사 30분 만에 유엔 안보리 소집을 요구한 뒤 대북 금융제재와 모든 수출의 금지와 같은 독자적인 제재 방안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각 국의 야권에서도 북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미국의 뉴트 깅리치(Newt Gingrich) 전 하원의원은 발사 이전에 먼저 북한의 미사일을 불능화시켜야 했음을 지적했으며, 존 볼튼(John R. Bolton) 전 유엔 대사도 약속을 번번이 어기는 북한과의 대화는 무용지물임을 강조한 뒤 미국이 미사일 방어체제(MD)를 강화하고 대중(對中) 압박을 강화해야 함을 촉구했다.
그리고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북한을 ‘불량국가’로 규정한 뒤 이번 발사는 탄도 미사일 성능을 시험한 것임을 지적하며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따른 제재가 반드시 뒤따라야함은 물론 사거리 최소 300km 이상의 한국형 미사일을 개발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또 이번 발사에 대해 “우려해온 대로 북한이 핵탄두 운반체를 구비한 것을 의미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31일 일본 교도(共同)통신은 북한이 탄도 미사일에 적재 가능한 소형 핵탄두의 개발에 이미 성공해 플루토늄과 기폭장치를 분리한 상태에서 평양북도와 자강도, 양강도 등 노동미사일 기지 인근으로 추정되는 지역의 지하 시설에 보관하고 있는 정황을 한미 정보당국이 포착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경제난에 시달리는 친미(親美) 성향의 파키스탄을 제외한 모든 핵(核)보유국이 탄도탄을 개발
57년 8월 구소련이 ICBM 시험발사에 성공한 이후 위성 발사로 위장한 탄도 미사일의 시험 발사는 대부분의 핵보유국에서 진행되었다.
45년 원자탄 개발에 최초로 성공한 미국은 57년 ICBM의 시험발사에 성공했으며, 이어서 미소 양 국은 각각 61년과 62년에 액체연료를 사용한 ICBM 발사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들 국가는 탄도 미사일 기술을 기반으로 위성을 우주 공간으로 쏘아 올렸다.
이후 각 국들은 언제 핵전쟁이 발발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냉전(cold war)의 분위기 속에서 상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은밀히 탄도 미사일 개발을 전개했다.
65년 프랑스(60년 핵실험 성공)의 성공을 시작으로 70년에 일본(잠재적 핵보유국)과 중국(64년)이, 71년에 영국(53년)이, 80년과 88년에 각각 인도(74년)와 이스라엘(70~80년대 추정)이 위성 발사와 동반한 탄도 미사일의 첫 시험 발사 혹은 개량형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핵무기는 그 자체만으로는 군사적 정치적 위력을 발휘할 수 없으며, 항공기나 미사일같은 운반체가 있어야 만이 비로소 대량살상무기(WMD)로서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특히 대기권 밖을 경유해 지구의 인력에 따라 자유 낙하하는 ICBM은 최고 비행속도가 약 마하 20(시속 약 24,000km)에 달해 요격이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최상의 핵무기 운반체로 평가되고 있다.
때문에 핵무기 개발에 성공한 각 국은 앞서 언급한 대로 위성 발사라는 평화적 용도로 위장한 채 탄도 미사일의 개발에 박차를 가해 온 것이다.
탄도 미사일과 위성 운반체의 차이는 단지 발사 각도가 30도 내외이냐 수직이냐의 차이 뿐이다. 탄도 미사일과 위성 운반체는 사실상 같은 존재이다.
핵보유국 중 경제력이 뒷받침되거나 혹은 지독한 독재에 시달리는 반미(反美) 성향의 국가는 반드시 탄도 미사일을 개발한다는 공식은 미국과 대립하며 WMD 개발을 지속해오다 지난 2006년 4월 11일 농축 우라늄(EU) 보유를 공식 선언한 이란이 작년과 올해 연속으로 위성 발사체라 주장한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사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주장한 이란에는 여타 핵보유국들과 마찬가지로 핵탄두를 효과적으로 투사할 수 있는 운반체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으며, 이에 이란이 올 해 2월 초 ‘위성’이라 주장한 탄도 미사일 발사에 성공하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이 발사체가 발사 각도를 약간 바꾸기만 해도 사거리 2,000~3,000km의 중거리 탄도 미사일(IRBM)로 변모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번 북한(물론 북한은 핵보유국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 직후인 지난 60년대 초부터 무력 적화통일을 위해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해 온 북한은 외부의 지원 없이 소련제 스커드(Scud) 미사일을 연구하는데 몰두해왔으며, 75년 마침내 중국으로부터 액체 연료를 사용하는 탄도 미사일을 도입해 핵심 기술인 고체 및 액체 연료 엔진기술을 확보했다.
박승춘 전 국방정보본부장(예비역 육군 중장)에 의하면 북한의 탄도 미사일 개발은 전적으로 한국전 이후 가장 큰 패배 원인이었던 부산항을 통한 미(美)증원전력을 차단하기 위함인 것으로 전해졌다.
엔진 기술을 확보한 이듬해인 76년부터 북한은 탄도 미사일 개발을 본격 추진해 88년 사거리 500km의 스커드C를, 97년 사거리 1,300km의 노동 1호를 실전 배치했다. 그리고 98년 8월, 비록 3단 추진체의 궤도 진입은 실패했지만 1단 추진체가 발사 장소로부터 253km 지점에, 2단 추진체가 1,646km 지점에까지 낙하하는데 성공한 사거리 2,500km의 대포동1호를 시험 발사했다.
비교적 성공적이라 할 수 있었던 3단계 발사체의 시험 발사 이후 북한은 부산항 봉쇄의 차원을 넘어 미국 본토를 위협함으로서 유사시 미국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정치적으로 미군 증원전력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ICBM 개발을 시도했다.
2006년 북한은 사거리 약 12,000km로 추정된 대포동2호 시험 발사를 강행했으며, 실패 이후 이란과의 기술 협력을 통해 미비한 점을 꾸준히 개선해왔다.
그리고 2006년 10월 핵실험에 성공한 이후 기존의 핵보유국들과 마찬가지로 ICBM의 본격적인 개발이라는 절차를 밟아 마침내 위성 발사를 가장한 이번 시험 발사에서 비록 10,000km 이상 비행이라는 당초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사거리 3,000km라는 비약적인 기술 향상을 이룩했다.
무수단리로부터 태평양 방향으로 3,000km의 거리에는 한반도 유사시 B-52 전략폭격기 등이 출격하게 되는 괌의 앤더슨 공군 기지가 포함되고 있어, 핵탄두를 적재한 탄도 미사일 공격을 통한 미 증원전력의 차단이라는 목적은 사실상 이미 달성한 것으로 보이고 있다.
김정남, “이번 발사는 대미(對美) 압박용” 그러나 근본적 이유는..
비록 북한은 발사 이후에도 이번 실험을 평화적 위성 발사라 주장하고 있고, 또 6일 노동신문은 김정일이 현장을 찾아 과정을 참관한 뒤 ‘평화적 이용 분야에서의 새로운 전환’을 강조했다고 밝혔지만 그렇지 않은 정황은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우선 마치 미사일 발사 시점에 도피라도 하듯 이 달 4~8일 내내 외국에서 머물 것으로 전해진 김정남은 지난 달 30일 마카오에 도착해 일본 후지TV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고서 “이번 발사가 미국과의 직접 대화 혹은 6자회담과 연관이 있다”고 밝힌 뒤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기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미사일 시험 발사에는 ‘평화적 위성 발사’라는 북한의 공식 입장과 완전히 상반되는 발언을 했고 또 미사일이 발사된 현재 외국에 머물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지금의 북한 체제에서 소외된 것으로 보이는 김정남의 주장보다 더 구체적인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내부 결속을 위하는 차원도 있겠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60년대부터 꾸준히 이어져 내려 온 유사시 미군의 증원전력 차단, 즉 무력을 통한 강성대국 건설, 다시 말해 국지적 도발 혹은 전면적 도발을 감행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은 다음과 같은 북한의 입장에서도 가시화되고 있다.
6일 노동신문은 ‘대고조의 불길높이 비약의 한 길로’라는 보도에서 김태봉 금속공업상(장관)이 “이 경이적인 사변(위성 발사)은 수령님(김일성)의 탄생 100돐이 되는 2012년에 기어이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어제낄 열의 밑에 총진군전투를 더욱 힘차게 떠밀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그가 “오늘의 대고조 전투에서 사회주의자립적민족경제의 기둥인 금속공업부문 일군들이 지닌 임무는 자못 크다”며 “혁명적대고조의 봉화를 높이 추켜들고 강성대국의 대문을 활짝 열어제끼기 위한 총진군을 다그치고 있는 격동적인 시기에 인공지구위성의 성과적인 발사소식에 접한 일군과 노동자들은 증산성과의 결의를 굳게 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북한 언론매체는 앞서 수차례에 걸쳐 강성대국 건설에서 특히 철강금속 부문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으며(2009년 3월 22일자 ‘北, 제철(製鐵)증강 연일 독려.. 군수(軍需)용?’ 보도기사 참조),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적화통일과 동일시하기도 했다(2009년 3월 26일자 ‘北, "2012년 조국통일(?)" 공식 발표’ 보도기사 참조).
북한이 연일 철강금속 공업의 중요성을 부각하며 마치 군수물자 생산을 독려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온 가운데 금속공업을 담당하는 장관이 이번 ICBM의 발사를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의 발판으로 표현하고 증산을 강조한 것은 ICBM의 대량 생산을 통해 무력으로 적화통일을 이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핵실험에 성공한 北이 ICBM을 개발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다
김정일의 건강 악화로 인한 권력누수를 틈타 군부(軍部)가 북한을 장악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과 관련해(2009년 1월 28일자 ‘김정일, 범(虎)의 새끼'를 키우다’ 분석기사 참조) 미국의 전문가들도 최근 이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2009년 4월 3일자 ‘폭주(暴走)하는 북한, 2012년은 다가오고 있다’ 분석기사 참조).
군부가 북한 체제의 중심을 이루고 있을 가능성이 한 층 높아진 가운데 설사 북한이 위성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고 해도 이는 결국 ICBM 개발로 전용될 가능성은 대단히 농후하다.
게다가 2006년 핵실험 이후 약 3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난 만큼 북한이 최근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했다는 일본 교도 통신의 보도대로 이미 수 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CBM이 없다면 핵무기는 무용지물이 되는 만큼, 이미 핵실험에 성공한 북한이 ICBM 보유에 박차를 가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이상할 정도이다. 따라서 이번에 발사된 발사체는 곧 ICBM이라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북한이 만약 사거리 약 10,000km의 ICBM 개발에 성공하게 된다면 그것은 앞서 언급한대로 유사시 미군 증원전력을 차단하는 효과를 발휘하게 되어 우리의 안보에 크나큰 위협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2012년 강성대국 건설 약속은 300만 명이 아사(餓死)한 고난의 행군 이후 오랜 세뇌에서 벗어나 체제에 대한 분노로 나날이 무장되어 가고 있는 2천만 주민들에 대한 두려움에서 기인한 만큼, 이제 불과 3년 앞으로 다가온 강성대국 건설은 북한 수뇌부에 있어 생존이 걸린 사안이다.
그리고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이 바로 적화통일임을 이미 드러낸 이상, 북한의 ICBM 개발은 미국을 노린 것도 일본을 노린 것도 아닌 바로 대한민국을 노린 것임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비록 정부가 미사일 발사 이후 PSI 정식 참여를 북한에 경고했지만, 북한이 남한의 PSI 참여를 두려워했다면 애초부터 미사일을 발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금의 남북 관계는 더 큰 처방을 필요로 하고 있음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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