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예고한 로켓 발사가 거의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가운데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대체로 향후 한반도 정세에 긴장구도가 불가피하며 이를 계기로 결국 북미 양자대화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북미 양자대화에서 장거리 로켓 문제를 다루기에 앞서 6자회담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이 북한이 노리는 6자회담의 무력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으로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에 정식 참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적절한 정책 대응이라는 분석과 함께 논리적으로 매끄럽지 못한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오는 등 의견이 엇갈렸다.

◇김기정 연세대 교수 = 북한의 로켓 발사로 말미암아 동북아시아의 질서에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북한은 이를 통해 대내적 정치적 효과도 노리면서 강성대국론의 완성이라고 하는 것을 국내외적으로 과시하려는 것 같다. 특히 인공위성 발사를 통해 미국과의 양자 접촉을 추구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한미동맹의 정신에 비춰볼 때 미국과 공동의 보조를 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넘겨 안보리에서 강경한 대응이 나온다면 한반도 정세가 또 다른 위기로 치달을 수도 있다.

더구나 정부는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계기로 핵무기를 비롯한 WMD의 비확산을 위한 PSI 참여하겠다고 하는데 이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해 이론의 여지가 있다. 이명박 정부가 북한의 로켓 발사를 대북 적대정책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사태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북한 로켓 발사에 대해 일본이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내 대북 강경론이 득세하게 되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구도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 = 북한이 이번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다면 이는 핵을 운반할 수 있는 중.장거리 미사일, 경우에 따라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반도를 비롯한 국제 안보 역학구도에 상당히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또 이는 북한으로서는 미사일 부품이나 미사일 제품의 국제시장이 확대된다는 의미다. 특히 핵탄두 소형화에 상당히 근접한 것으로 알려진 점까지 고려한다면 핵무기와 미사일이 모두 국제사회에 확산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한국이 PSI에 가입해서 반테러.반확산 국제공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논리적으로 정당한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북한은 미국과 양자협상을 노린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양자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마지막에 못 이기는 척 6자회담을 열어주면 되지 않겠느냐 하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 결국 북한 로켓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은 유엔과 북미 양자, 6자회담 등의 순서가 될 수 있는데 동맹국들을 이간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따돌리려는 북한의 전략을 봉쇄하기 위해서는 북미 양자 협상 전에 6자회담을 여는 것이 바람직하다. 6자회담에서 핵과 미사일 문제를 같이 다룰 수 있으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북미 양자회담을 통해 6자회담을 형해화하려는 북한을 막으려면 철저한 한미공조가 중요하며 6자회담이 안 된다면 5자라도 모여 북한 미사일 문제와 핵문제를 다루는 것이 북한의 노림수에 말려들지 않는 길이다. 미국이 북한과 협상테이블에 앉아 소위 ’통큰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를 하지 않도록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윤영관 서울대 교수 =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나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크게 2단계로 나눠 볼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가 발사 직후의 단계로 상당한 긴장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고 최소한 3∼4개월은 지속할 것이다. 즉, 북한의 로켓 발사에 상응하는 미국이나 한국, 일본의 조치와 이에 대한 북한의 반발로 야기되는 긴장 국면이 조성될 것이다. 이 상황에서 한.미.일의 대응 조치의 강도와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여기자 2명과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한국인 문제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상대적으로 강도가 약한 대응을 보이면서 한.미.일과 북한 간 중재 노력을 시도하려 할 것이다.

그러면서 결국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갈 것인데, 미국과 북한이 서로 대화를 모색하는 단계가 그것이다. 이 단계에서 아무래도 미국 측의 인사가 억류된 기자 2명을 송환받기 위해 접촉하거나 방북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이를 실마리로 미국과 북한 간 대화와 협상이 시작되고 여기서 핵문제까지도 포괄적으로 논의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정부는 이런 전반적인 상황을 염두에 두고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대응은 하더라도 2단계의 진행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준비와 함께 미국.일본 정부와의 공조에 계속 힘써야 할 것이라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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