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민정수석 논란은 ‘곧 이어질 개각(改閣)에서 제대로 된 검증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진다. 최근 경찰청장 임명은 대표적 사례다. 언론에선 ▲특별감찰을 받는 민정수석이 다른 고위 공직자 검증을 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과 ▲또 특별감찰을 받고 있으니 검증하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 민정수석의 기능마비(機能痲痺)에 해당한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어떤 쪽이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있을 개각 대상에 대한 불충분·불확실 검증은 인사청문회 홍역(紅疫)을 부를 수 있다고 말한다.

3. 야당의 비판과 여론의 흐름은 더 큰 문제란 말도 한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빚어진 격렬한 찬반갈등 수습, 추경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 등 야당과의 이른바 소통과 협치(協治)는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까운 게 총선 이후 현실이다. 영남(嶺南) 지역마저 대통령 지지가 꺼지는 것 또한 위기다. 야당은 협력의 첫 번째 카드로 우 수석 경질을 말한다. 우 수석 경질은 여론을 되돌릴 카드가 될 수 있다. 찬반을 떠나, 남은 임기 국정운영에 힘을 빼지 않기 위해 우 수석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은 어느 정도 힘을 받을 것이다.

4. 대통령도 휴가 중 수많은 공학적 계산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론은 우 수석 잔류로 갈 확률이 높다. 특별감찰관의 감찰을 승인한 터이니 결과에 따라서 결정할 것이란 말이다. ①특별감찰관은 관련법 상 현직(現職) 시절 비리만 다룬다. 2011년 우 수석 처가의 강남역 빌딩 매각 과정에서 진경준 개입의 여부와 변호사 시절의 ‘몰래 변론’ 여부 등은 제외된다. ②특별감찰관은 강제수사권·계좌추적·압수수색 권한도 없다. ③무엇보다 대통령이 우 수석에 제기된 의혹을 사실로 드러내 ‘자를’ 생각이면 특별감찰관 같은 공개적 정치처형(?)의 절차를 거칠 리 없다. 특별감찰은 일종의 책임을 덜어줄 면죄부 또는 사면의 절차로 기능할 것이다. 그만큼 대통령의 우 수석에 대한 신임의 무게가 무거운 셈이다.

우 수석 사례는 작은 한 방이다. 그러나 이 작은 한 방이 쌓여 박근혜 정부의 남은 1년 7개월을 무력화시키진 않을지 걱정스럽다. 가야할 길이 멀고 해야 할 일이 많으니 말이다.

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