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민의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 김한길 의원이 7일 안철수 공동대표의 야권통합 거부에 반기를 들었다. 이날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나온 발언은 이렇다.

《안철수 공동대표가 말씀하신대로 통합적 국민저항체제(統合的 國民抵抗體制)가 꼭 필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현 집권세력의 확장성(擴張性)을 저지(沮止)해야 한다는 대원칙에도 우리 모두가 충실해야 하지 않겠느냐. 집권세력의 개헌선(改憲線) 확보(確保)를 막기 위해서라면 우리 당은 그야말로 광야에서 모두가 죽어도 좋다는 식의 비장한 각오로 이번 총선에 임해야할 것이다. 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여당이 개헌선을 넘어설 때 이 나라와 국민이 감당해야할 끔찍한 상황이다》

그는 공천관리위원회 면접 심사 때 한 면접관으로부터 ‘국민의당이 교섭단체 이상 의석을 확보해 캐스팅보트를 갖는 게 중요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도 “우리 당이 교섭단체 이상의 의석만 확보한다면 여당이 개헌선을 넘든 말든 상관없다는 식으로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던 사실을 소개했다.

그는 “야권이 개헌저지선 이상을 지키는 일은 나라와 국민과 역사를 지키는 일이다. 우리 당만 생각하는 정치가 아니라 나라와 국민(國民)과 역사(歷史)를 생각하는 정치를 해야 되지 않겠느냐. 여당이 180석 이상을 확보한다면 캐스팅보트니 뭐니 하는 것이 다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되고 국회는 식물국회(植物國會)가 될 텐데 그 때 교섭단체(交涉團體)라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고 밝혔다.

2.

소설가 출신의 수사(修辭)가 넘친다. 안철수에 반대하며 안철수가 얘기했던 ‘통합적 국민저항체제(統合的 國民抵抗體制)’까지 언급하니 흥미롭다. 통합적 국민저항체제(統合的 國民抵抗體制)란 安대표가 작년 11월 더민주 탈당 전 혁신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하며 당시 무소속 상태로 있던 '천정배 신당'과의 통합을 추진하자며 제안한 해법이다.

김한길 의원은 “통합적 국민저항체제(統合的 國民抵抗體制)를 만들려 한다”며 명분을 걸지만 두 달 전 그의 명분은 “수명이 다한 양당(兩黨) 중심 정치의 적대적 공생관계(敵對的 共生關係)를 허무는 것”이었다. 1월3일 탈당의 변에서 “새로운 정치질서를 요구하는 국민의 열망” “창조적 파괴를 통한 새로운 도전” “백지 위에 새로운 정치지도를 그려낼 것” “우리 정치의 새 장을 열어갈 것” 등 새정치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새로운 정치질서 구축에 헌신(獻身)”하고 “밀알이 되고 불씨가 되고 밑거름이 되겠다”고 했었다. “패권정치와 싸우고 참고 견디는 동안 저도 많이 불행(不幸)했다”며 “바른 정치로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제게 남은 힘을 온전히 바칠 수 있다면 저도 무척 행복(幸福)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이제 양당(兩黨) 중심 적대적 공생관계(敵對的 共生關係)는 허물어 졌는가? 새 정치를 위한 헌신은 끝난 것인가? 밑거름, 밀알과 불씨는 해 본 말인가? 정치의 공신력(公信力)과 신뢰도(信賴度), 사회의 트러스트(trust)를 무시한 발언은 아닌가?

金의원은 국민의 뜻을 말한다. 하지만 국민의 뜻은 야당의 약화를 바라는 보수층 마음도 있고 국민의당 주류(主流) 지지층인 중도층 마음도 있다. 중도층은 여(與)도 야(野)도 싫으니 새로운 정치를 하라는 소박한 마음일 것이다. 정작 야권통합은 국민의당 主流 지지층 의사를 무시한 처사요, 전체(全體) 국민 정치적 선택의 자유를 임의로 부수는 일 아닌가? 이런 설득(說得)과 설명(說明)의 절차를 무시한 채 ‘국민의 뜻’을 말하면 정략적인 깜짝쇼로 비춰지진 않겠는가?

3.

김한길 의원은 물론 지역에서 쉽지 않은 상황이다. 2월15일 광진갑 모노리서치 결과에 다르면, 金의원은 새누리당 후보(정송학 광진구청장 51.8%)에 비해 한참 밀렸다(25%). 더민주 후보도 나오면, 새누리(정송학 47.2%)>더민주(전혜숙 23.2%)>국민의당(김한길 18.6%) 순으로 3위에 그쳤다. 현역 의원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도 68%로 그대로 있어야 한다는 여론의 22.2%에 비해 한참 높다.

명분(名分)과 실리(實利), 이상(理想)과 현실(現實) 가운데 현실적 이익의 훼손이 치명적이다. 명분과 이상을 돌아볼 여력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닌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대공(大公, Great Public)이다.

4.

당(黨) 대 당(黨) 통합이 안 된다면 김한길 개인이 복당(復黨)에 나설까? 어려울 것이다. 그럴싸한 명분과 이상을 떠나 문재인이 추락할 때 탈당(脫黨)하고 안철수가 무너질 때 복당(復黨)한다면 최소의 도의적 기준을 어기는 것이다. 오로지 당선을 위해서 이리 저리 말갈아 탔다는 비난도 따른다. 무엇보다 ‘사람 엮는 것’이 재주인 김한길 의원의 개인적 복당에 더민주가 전략공천으로 보상해줄지도 의문이다.

어쩌면 金의원 발언은 당 대 당 통합이 아닌 ‘지역별 선거연대’를 위해 악역(惡役)을 자처한 것일 수도 있다. 만일 그렇다면, 여(與)도 야(野)도 최악의 안보·경제 위기 속에서 정치적 생존을 위한 공학만 넘치는 느낌을 지울 길 없다.

(사)한국자유연합 대표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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