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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이어) 경제적 고통은 우리 삶의 통계로 나올 때 더욱 어둡다. 2014년 10월 공식 실업률은 3.2%, 실업자는 85만8,000명이다. 구직을 포기한 ‘사실상 실업자’ 등을 포함한 수치는 287만 명으로 훨씬 더 는다(한국경제 2014년 11월14일 보도).
1,700만 노동자 중 607만 명이(공식통계) ‘사실상의 비정규직 근로자’다. 이들의 임금은 정규직에 비해 1/3(중소기업)~ 2/3(대기업) 수준이다. 국내외 박사는 해마다 8,000명 씩 쏟아져 나오는데 5,000명 정도만 직장을 구한다. 나머지 3,000명은 실업자 신세다. 99년 이후 10명의 대학 강사가 스스로 목숨을 버린 것도 참담한 통계다.
(※ 이주노동자 문제는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15년 현재 52만 이주노동자 중 30~50%는 미등록 노동자, 즉 임금은 50% 수준에 노동권 보장을 못 받는 불법체류자다.)
한국 직장인은 세계적인 일 중독증 환자다. ‘직장에서 쫓겨나면 죽음’이란 인식 탓이다. 2011년 한국근로자 평균 노동시간 2,070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400시간 많다. 네덜란드·독일 보다 700시간 많은데, 이는 하루 8시간씩 4개월 이상을 더 일하는 꼴이다.
산업재해 일일평균 200명. 매일 10명이 목숨을 잃으며 2~3명이 과로로 죽는다. 통계에 따르면, 직장인 70%는 스트레스성 심신(心身) 이상 증상을 겪었고 노동자 50%는 직장에서 매우 강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호소한다.
‘밀리면 끝’이라는 탈락(脫落)과 배제(排除)에 대한 공포가 온 사회를 짓누르고 있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이 되려고 아등바등 일을 하고, 정규직은 잘리지 않으려 또 비정규직으로 전락하지 않으려고 윗사람 눈치 보며 일을 한다. 노동시간(時間)은 길어지고 노동강도(强度)는 높아간다. 업무시간과 비(非)업무시간 경계가 사라진 일 중독증 가장으로 변해간다. 폭탄주를 퍼마시며 그날그날 스트레스를 이겨낸다. 부모·자녀·부부 사이, 동료 사이, 이웃 사이 친밀한 교감과 유대는 모래알처럼 부서진다. 쉽지 않은 한국의 직장인 삶이다.
<88만원 세대. 3포 세대. 6무세대. 프리터족. 캥거루족. 잉여세대...>
소박한 시민의 삶이란 퍽퍽한 것이다. 청년은 더욱 그렇다. 하숙에서 자취로, 원룸에서 고시원 방으로, 4,000~5.000원 하는 밥값도 부담돼 포장마차에서 다시 2,000~3,000원짜리 컵 밥으로. 이조차 여의치 않아서 점심을 거르는 이십대 점심 결식률 12.3%. 모든 세대 가운데 가장 높고 전체 6.4%의 2배에 달한다. ‘성장판’이 닫혀버린 한국경제 최대 소외집단이 되버린 한국의 청년들 별명은 이렇다.
《88만원 세대. 3포 세대(연예·결혼·출산). 6무세대(일자리·소득·집·연예·출산·희망). 프리터족((free arbeiter). 캥거루족(성인이 된 뒤에도 부모 곁을 떠나지 못하는 세대). 잉여세대. 취업난민세대. 청년실신(실업자+신용불량자). 십오야(15세만 되면 앞이 캄캄). 목찌(취업이 대학생들의 목을 죈다). 청백전(청년백수전성시대). 삼일절(31세에 직장이 없으면 절망적). 알부자족(알바로 부족한 학자금 충당하는 이들)...》
공포에 짓눌린 20대는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친다. 20대가 책을 사는 도서시장(圖書市場) 비율 중 69%가 자기계발과 경제·경영 서적들이다. 나머지 인문사회 7%, 기타가 24%. 대부분 돈 버는 책만 읽는다는 말이다. 버둥대는 20대가 좌파가 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반대의 경우도 적지 않다. KTX 비정규직 여승무원 고충을 토론의 주제로 제시한 뒤 쏟아진 학생들 반응에 대한 어느 진보(?)학자의 묘사는 이렇다.
《“날로 정규직 되려면 안 되죠” “여승무원 여러분들은 철도공사 정직원이 되고 싶으시면 시험을 치고 정정당당하게 들어가십시오.”무작정 떼쓴다고 될 일인가? 나 같은 사람은 (정규직이 되기 위해서) 지금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데?”(‘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괴물이 된 20대의 자화상’ 오찬호 著)》
<사제대포로 볼트·너트를 날리면 대안이 나오나?>
소위 진보는 특유의 논리로 상처 난 대중의 마음을 예리하게 비집는다. ‘깨어나 궐기할 것’을 명한다! 쌍용자동차가 2009년 6월 3,000명을 정리해고에 나서자, 노조는 7월부터 77일 간의 공장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2달 반의 시간 동안 공장 일대는 무정부 상태로 변했다. 사제(私製) 대포를 만들어 담뱃갑만한 볼트·너트를 경찰에 날렸고, 날카롭게 각이 선 표창을 날리며, 경찰 천막 위에 인화물(引火物)을 뿌린 뒤 불을 질렀다. 화염병과 파이프가 난무했다. 경찰이 화염병 맞고 바닥을 구르면 노조원 예닐곱 명이 달려와 몽둥이찜질을 하기도 했었다. 법치는 무너지고, 정부는 무기력했다.
역사가 말하는 단순한 진실은 소위 진보가 말하는 변혁(變革)과 그를 위한 폭력(暴力)은 답이 아니라는 체험이다. 쌍용사태 역시 노동자 현실을 더욱 벼랑에 몰렸다. 쌍용자동차는 노동자 65명에게 임금과 퇴직금 가압류를, 금속노조엔 100억 원의 손해배상을, 정부는 경찰 치료비 배상을 위해서 해고자 76명의 임금과 퇴직금 22명의 부동산 등 20여 억 원을 가압류했다. 쌍용사태를 거치며 해고 노동자 23명은 자살·병사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노동계는 그러나 브레이크 없는 폭주열차처럼 돌진한다. 2012년 4월13일 민주노총에서 열린 쌍용차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재야인사 백기완은 “해마다 들꽃은 꽃과 열매를 맺는데 왜 피땀 흘리는 노동자들은 꽃과 열매를 맺지 못하느냐”며 “얄팍한 선거정치에 침이나 흘리지 말고 사람 죽이는 놈들과 크게 싸워 이길 때만 노동자들은 역사의 열매를 맺는다”고 외쳤다. 사람 죽이는 놈들은 누구고, 그들과 크게 싸워 이기는 것은 또 무언가? 자본과 권력 그리고 자본과 권력을 해체한 혁명의 이상향(理想鄕)인가? 그것이 노동자를 위한 대안인가?
<계속>
written by (사)한국자유연합 대표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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