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간된 DJ의 자서전 속에 이런 구절이 있다고 보도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과 대립되는 대북정책을 편 것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은 남북문제에 대한 철학이 없다’고 강력 비판했다.” 짧은 한 구절이지만 대한민국의 국가적 에너지를 심각하게 소모시키는 국론분열의 실체를 보여준다. 미국인 기자가 쓴 『김대중 신화』라는 책에서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북한의 절망적인 지금 사정을 고려하면, 당시 김정일은 거액의 돈을 내놓기만 하면 한국의 지도자 누구와도 기꺼이 만났을 것이다’라면서 ‘햇볕정책은 북한 주민들이 고통받는 가운데 수억달러를 (북한 정권에) 건네고 은밀히 구입한 하나의 신기루’였다고 평가한다“라는 보도를 참고한다면 북한에 존재하는 김정일 공산군사독재 정권에 대한 판이한 시각이 국론분열의 원인이란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의 북한 공산집단에 대한 평가가 왜 이렇게 다르게 나타날까? 해답은 지역 정치와 갈등에서 찾아야 한다.

지금 한반도는 일천 오백 년 전의 한반도와 정치적 상황이 비슷하다. 고구려, 백제, 신라로 분리되어 있던 삼국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영호남 갈등에 남북갈등을 더하면 신 ‘삼국시대’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유사하다. 문제는 나당(羅唐)연합군에 의해 멸망된 백제의 후손들의 북한에 존재하는 공산독재집단과 ‘영남’에 대한 태도의 차이다. 이 차이는 호남을 정치적 지지 기반으로 하는 ‘민주당’과 영남을 정치적지지 기반으로 하는 ‘한나라당’의 북괴 집단에 대한 시각과 정책의 차이에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다. 민주당은 대한민국에 반역에 가까운 노선을 추구하면서까지 북괴 집단을 대변하고 옹호하고 지원하는 해괴한 행각을 벌이고 있다. 그 뿌리가 어디에 있을까? 신라에 멸망한 백제의 후손들의 영남에 대한 증오심에 그 뿌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청준은 꽤나 알려진 소설가다. 그가 쓴 『춤추는 사제(司祭)』라는 소설에서는 천년에 걸친 신라에 대한 원한을 푸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골을 더 깊이 파야 한다는 식으로 기술되어 있으며 백제 후손들의 원한을 풀어줄 메시아를 고대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또 다른 소설가 황석영은 아예 북한으로 들어가 세기적 독재자 김일성에 충성하고 돌아왔다. 이들의 마음의 고향은 어디일까? 어쩌면 이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백제시대에 살고 있으며 가족을 죽이고 전장으로 나가 산화하였다는 계백의 원혼을 가슴 속에 품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고구려와 백제는 한 뿌리를 가지고 있다. 백제 후손이 고구려 후손들에게 호감을 갖는 것은 이런 사연에 기인하는 것인가? 통일신란 5백 년, 고려와 조선을 거쳐 일천 년 이상을 한 정치체제 아래 살아왔건만 유독 백제의 후손들이 고구려 후손들에게 호감을 갖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어쩌면 백제가 신라에 의해 멸망되었지 고구려에 의해 멸망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래서 더욱 더 뼈아프게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런 망상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한반도가 신라가 아니라 고구려에 의해 통일되었다면 만주 땅도 잃지 않았을 것이다. 신라가 통일하기 위해 당(唐)나라, 즉 외세를 끌어 들 였고 그것은 자주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만주땅을 잃어 버린 것도 신라 탓이요 지금 미국과 손잡은 것도 외세와 결탁한 것이니 신라와 같이 나쁘다.

지나간 역사에 대해 이러저러했으면 좋겠다는 가정을 해 볼 수는 있겠지만 그러한 가정에 바탕을 두고 현실적인 정치적 노선을 달리 택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지난 천오백 년 이상을 한 정치체제 아래에서 생활하였으면서도 아직도 나는 백제의 유민(遺民)이요 그래서 신라를 증오하며 북괴를 사모한다는 식의 사고는 긍정적이지도 건설적이지도 않다. 지나치게 자학적이며 미망(迷妄)일 뿐이다. 더구나 절대왕권시대에서 벗어나 각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는 현대국가인 대한민국에 살면서도 그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해 세기적 독재자 김정일에 호감을 갖는다는 것은 해괴하다 못해 자기 파괴적이다. 일반적으로 민주당의 노선이 이러한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바로 민주당의 지지 기반이 호남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호남인의 메시아로 추앙받은 DJ의 노선이요 그의 유지(遺志)를 떠받든다는 민주당의 노선이다. 북괴의 김정일이 김일성의 유훈에 따라 통치한다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민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을 한번 해 보자. 백제가 신라가 아니라 고구려에 의해 멸망되었다면 백제의 후손들이 고구려에 대한 원한을 갖지 않고 이를 반겼을 것인가? ‘아, 우리가 신라가 아니라 고구려에 의해 멸망되어 다행이다’라는 식으로 생각할 것인가? 당시 백제는 고구려의 공격에 맞서기 위해 신라와 동맹을 맺기도 하였다. 그러나 신라가 백제에 의해 공격된 적도 많다. 결국 세 나라가 서로 다투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신라가 당나라와 동맹을 맺었다면 백제는 일본과 동맹을 맺지 않았는가. 사실 당시 삼국은 필요에 따라 수시로 어느 두 나라가 동맹을 맺어 다른 한 나라를 공격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당시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서는 보다 더 깊은 생각이 필요하겠지만 겉으로 나타나는 현상만 본다면 세 나라는 각기 생존하기 위해 그리고 그 목적 때문에 상대 나라를 무너뜨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백제가 통일을 하지 못했다면 누군가에 의해 멸망되는 것은 역사의 순리라고 할 수 있다. 왜 이를 인정하지 않는가.

그래서 신라가 외세를 끌어 들였다는 사고에 고착되어 미국을 저주하고 북한의 공산군사독재 집단이 자주적이고 주체적이라면서 호감을 갖는 것은 자가당착이요 미망일뿐이다. 이런 이유로 아직도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니라 백제의 유민(遺民)이며, 신라가 미워 영남인을 싫어하며, 오히려 고구려의 후손인 북한의 공산군사독재 집단을 더 좋아한다’라고 한다면, 이는 어리석다. 엄연히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국민이면서 적대집단인 북한의 공산집단에 충성한다면 이는 정상이 아니다. 아직도 ‘우리는 왜 고구려에 멸망당하지 않고 신라에 멸망당했나’라는 식으로 생각한다면 이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저주(詛呪)다. 지금 이 시대에 백제가 어디 있고 신라가 어디 있는가? 더구나 멸망한 고구려가 어디 있는가? 오직 대한민국이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의 국민된 것이 자랑스럽지 않은가? 이런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실패한 북한의 공산군사독재 집단을 사모하고 그로 인해 대한민국에 반역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은 분명 자기 기만이요 자기 파괴적이다. 백제의 후손으로 자처하는 사람들이여, 이제 미망에서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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