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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시대가 끝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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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주역’이 한반도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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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동안이나 미국을 비롯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지를 여행하고, 곧 42명과 함께 동경에 다녀 지난 5일 밤에 서울에 돌아왔습니다. 나이 80이 넘어서 이렇게 여러 날, 그 아득하게 먼 거리를 여행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무사히 끝낼 수 있어서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
나는 서양의 나라들을 둘러볼 때마다 그 문명이 우리에게 ‘고별인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장엄한 석양이기는 하지만 그 태양이 서산을 넘고 서해로 서서히 가라앉는 듯 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아직도 서양이 세계를 이끌고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젠 기진맥진하여 그 ‘짐’을 대신 지고 갈 ‘주인’을 찾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새 시대는 어차피 태평양을 중심하여 전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많은 역사가들의 한결 같은 의견인데, 그 ‘주인’, 그 ‘주역’이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겠는가라는 물음에 대하여는 아직 여러 가지 답이 나올 수 있다고 믿습니다.
나는 결코 <정감록>을 읽은 사람도 믿는 사람도 아니지만, 나는 수십 년 전부터 그 ‘주역’이 한반도일 수밖에 없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왜 그 '주역‘이 일본이 아니고 중국이 아니고 한국일 수밖에 없는가? 그 근거를 제시하고 풀이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믿고 오늘도 이렇게 살아갑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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