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가 13일(현지 시각) “북한의 로켓 발사를 비난(condemn)하며 이는 안보리 결의 1718호 위반”이라는 의장 성명을 발표했다. 안보리는 그간 6자회담 진전 상황 등을 고려해 시행되지 않았던 2006년 결의 1718호에 따른 대북 제재 조치를 되살려 북한을 응징하겠다고 했다.

북한은 이에 맞서 14일 발표한 외무성 성명에서 “6자회담에 다시는 절대로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며, 영변 핵시설에서 나온 ‘폐(廢)연료봉을 깨끗이 재처리하고’ ‘경수로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며’ ‘장거리 로켓 발사도 계속하겠다’고 했다. 지난 2년간 6자회담 틀 속에서 동결했던 핵 프로그램을 다시 가동하겠다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 것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14일 정부가 조만간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전면 참여 방침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시작된 PSI는 핵·미사일 등이 불량국가나 국제 테러조직으로 이전되는 것을 막기 위한 국제 공조체제로 94개국이 참여하고 있지만 정부는 북한의 반발 등을 우려해 참여를 유보해 왔다. 북한은 “한국의 PSI 참여는 전쟁 선언”이라고 주장해 왔다.

지난 몇달 한·미·일은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 유엔 제재를 하겠다고 다짐해 왔고 북한 역시 유엔이 제재하면 “6자회담을 깨겠다”고 공언해 왔다. 문제는 정부가 앞으로 위기가 다단계(多段階)로 심화되는 과정에 대응하는 단계별 대비책을 갖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안보리 제재와 PSI 참여 같은 대북(對北) 카드는 일단 칼집에서 칼을 뽑아 든 순간 대북 억제력이 급속히 줄어든다. 북한은 대북 제재 조치를 무시하고 다음 도발을 벌일 것이 분명하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안보리 성명 발표 후 “중국은 안보리의 제재 결의안 통과와 제재 조치 시행에 반대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 성공을 거두려면 북한 권력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중국이 동참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중국이 공개적이고 명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선에서 대북 조치가 취해지거나 아니면 한·미의 대북 압박에 중국이 최소한 묵시적으로라도 동의하는 모양이 돼야 하는데 한·미 외교는 이 대목에서 걸려 넘어지고 있다. 그 결과 대북 제재가 북한의 태도를 바꾸는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대북 제재와 PSI 가입 결정에 대한 북한의 반발을 통과의례쯤으로 여기는 듯하다. 그러나 북한문제는 사소한 오판이나 실수만으로도 대형 안보 위기로 번질 위험을 안고 있다. PSI 참여만 해도 미국·일본 등이 대량살상무기를 적재한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을 남한 영해에서 세우겠다고 하면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럴 경우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를 비롯해 각종 위기 시나리오를 어떻게 현실적으로 관리해 나갈지에 대한 사전 대책이 있어야 한다.

출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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