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는 말

한미 동맹은 국제정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동맹이라고 평가 된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 한반도 정책에 가장 막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되는 미국 신 안보 연구소 (Center for New American Security, CNAS)가 2009년 2월 간행한 한미동맹 보고서 역시 한미동맹이야 말로 세계에서 가장 막강하고(formidable), 지속성 있는 (durable)동맹이라고 평가했다. 한미 동맹은 소기의 목적을 초과 달성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동보고서는 한미동맹은 향후에도 더욱 발전 되어야 할 미국에 있어서 대단히 값어치 있는 동맹임을 강조하고 있다. CNAS가 오바마 행정부의 대 한반도 정책에 막강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은 CNAS를 창립한 사람이며, 한미동맹 보고서를 직접 작성한 사람인 커트 캠벨(Kurt Campbell)박사가 지난 6월 30일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지역 담당 차관보로 임명 되었다는 사실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국제정치의 역사와 동맹의 역사는 같다고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동맹은 국제정치의 오래된 제도중 하나이지만 한미동맹처럼 동맹을 체결 할 당시 이룩하고자 했던 소기의 목표를 초과 달성한 경우는 거의 없다. 한미 동맹은 사실 이승만 대통령의 막강한 외교력으로 이루어진 것인데 동맹이 체결 되는 날 이대통령은 한국인들은 이 동맹으로 인해 두고두고 혜택을 입을 것 이라는 요지의 언급을 했다.

이승만 대통령의 말은, 한미 동맹이 체결 된 이후 오늘에 이르는 거의 두세대 동안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는데 기여 했다는 사실, 세계 최하위의 극빈국이었던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발전 했다는 사실, 그리고 아시아 제일가는 민주주의정치 제도를 확립했다는 사실로 증명된다. 한미동맹이라는 막강한 안전판 덕택으로 대한민국은 대단히 취약한 안보 환경 속에서도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미동맹이 체결 되었던 국제정치적 맥락이 대폭 변했다.

냉전이 종식되어 한미동맹의 주적이었던 국제 공산체제가 종식 되었고, 자생적 능력이 거의 없었던 대한민국은 스스로의 능력으로 기본적인 국가안보를 담당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새로운 시대는 한미동맹의 새로운 조정과 발전을 요구한다. 한미 동맹의 새로운 조정과 발전은 전략동맹, 가치동맹이라는 두 가지 개념으로 요약되고 있다.

2. 21세기에도 그 필요성이 그대로 남아 있는 한미동맹

20세기 후반 처절한 냉전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만들어진 한미 동맹은 성공적인 동맹이었다. 그러나 국제정치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진 21세기의 세계에서 한미동맹의 효용이 어떻게 변하게 될 것인가?

한미 동맹은 그 유용성이 지속 될 것인가?

사실 지난 10년 (1998-2007), 한국에 좌파정권이 지속 되던 기간 동안 한미동맹은 위기의 상황에 처해 있었다. 동맹이란 본시 ‘공통의 적“을 상정하고 그 공통의 적에 대해 함께 ‘군사적’으로 대처한다는 약속이다. 그래서 ‘공통의 적’이 없는 나라는 아무리 친해도 동맹을 맺지 않는다.

한미 두 나라는 북한을 공통의 적으로 상정하고 동맹을 맺었다. 지난 10년, 한국의 좌파 정부는 북한을 적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미국은 북한을 심각한 적으로 계속 간주하고 있었다. 지난 10년 적어도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는 공통의 적을 가지지 않았다. 한미 동맹이 삐걱 거린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적이란 무엇인가? 좌파 정권 10년 동안 정권 담당자들과 상당수의 국민들은 북한이 우리와 동족(同族)이니 적 일수 없다고 생각 했다.

그렇다면 한국 전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나? 한국 전쟁은 동족이 일으킨 전쟁이 아니었나?

적 이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말하지 피가 다른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 한국에서는 다시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정권이 들어섰다.

북한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정치 경제 체제를 부정하고 주체사상으로 전 한반도를 통일하려고 노력하는 한, 북한은 대한민국의 적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한미 동맹은 급속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한미동맹은 급속히 회복 되었을 뿐 아니라 한미동맹의 지속에 대해서도 한미 양국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20세기는 물론 21세기의 세계에서도 그 중요성이 전혀 감소되지 않은 한미 동맹을 지속시킨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한미동맹은 냉전시대의 상황을 반영하는 동맹이었기 때문에 21세기의 국제상황을 반영 하는 새로운 동맹으로 조정 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미 동맹이 21세기에도 중요한 이유는 한국과 미국 두 나라 모두 한미 동맹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한미동맹을 성립 시켰던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국력이 성장 했지만 역시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세계적인 강대국들을 이웃으로 하고 있고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함으로서 끝까지 한국 안보에 위협을 가하는 북한을 상대해야만 하는 취약한 국제안보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안보 환경은 속성상 지리적인 것이기 때문에 쉽게 벗어날 방법도 없다. 한국의 반영구적인 취약한 국제안보 상황을 일거에 해소시켜줄 수 있는 안전장치가 바로 한미 동맹이다.

세계 제일의 강대국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는 한, 우리는 우리나라 주변의 강대국들인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의 군사력에 일일이 대처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미국 역시 대한민국과의 동맹을 중시한다. 미국은 언제라도 아시아와 유럽 대륙에 미국과 맞먹을 수 있는 지역 패권국의 출현을 거부해야 한다는 대전략을 가지고 있다.

유럽을 지배하는 패권국, 아시아를 지배하는 패권국이 존재할 경우 미국은 대서양과 태평양 양쪽에서 다가오는 위협에 대처해야만 한다.

그래서 미국의 전통적인 대전략은 아시아와 유럽에서 패권국이 출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아시아 및 유럽에서의 패권국 출현을 저지한다는 미국의 대전략은 지리(地理)에서 유래하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아시아와 유럽에서 강대국들의 세력 균형을 도모하는 전략을 추구한다. 즉 미국은 아시아에서 중국이 홀로 패권을 차지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도전에 당면해야할 미국에게 한반도는 전략적으로 특히 중요한 지역이 아닐 수 없다.

3. 한미동맹에 대한 한미 양국의 시각차

앞에서도 언급 했지만 한국 미국 두 나라 모두는 21세기에도 한미 동맹을 유지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한미 동맹을 유지하려는 한국의 목표와, 한미동맹을 지속시키려는 미국의 목표가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냉전 시대에도 한미 동맹을 유지하기 위한 한미 양국의 목표가 100% 똑같은 것은 아니었지만, 한미 두 나라는 동맹을 유지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한국은 북한의 침략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했고 미국은 국제공산주의의 확장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 했는데 한미 양국은 한미동맹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반도의 휴전선을 철통같이 지키면 되었다.

그리고 한미 동맹은 거의 두세대 동안 한반도의 휴전선을 철통같이 지키는데 성공 했다.

그런데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된 후 새로 형성된 21세기 국제관계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싸움을 초월하는 다른 종류의 갈등이 지배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의 유일 패권국으로 자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이슬람 테러리스트, 점차 힘이 강해지는 중국 등을 도전자로 간주하게 되었다.

노무현 정부 때 나타났던 일이었지만 한국정부는 미국과 중국이 경쟁을 벌일 경우 한국은 중립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정책을 표명한 적이 있었다.

소위 ‘균형자’ 론이라는 노무현 정부의 정책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면 한국이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하겠다는 발상이었다. 균형자란 원칙적으로 동맹이 없는 나라를 의미 한다. 미국, 중국 두 나라 중 어느 나라와도 동맹 관계에 있지 않은 나라라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균형자가 되려면 힘도 막강해야 된다. 역사상 영국 정도가 균형자 역할을 담당 할 수 있었던 나라였다.

노무현 시대 한국의 발상은 미국을 놀라게 했다. 당시 많은 한국인들이 주한미군은 북한 문제 이외의 다른 목적에 사용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된 커트 캠벨 박사는 앞에서 소개한 한미 동맹의 미래라는 보고서에서 미국과 함께 피 흘린 호주, 한국 군사력의1/3 수준이지만 수 천 명의 전투병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해서 미국군과 함께 싸워준 영국이야 말로 미국의 1급 동맹국이라고 말하고, 한국은 그 수준은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물론 캠벨 박사는 한국은 세계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미국의 역할에 보다 적극적으로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중요한 나라이며 그렇게 할 때 한미동맹은 21세기에도 좋은 동맹으로 발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대한민국은 과거의 대한민국이 아니지만 아직도 한미동맹을 북한 문제에만 한정 시켜 보려는 사고를 하고 있다. 주한미군이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문제, 대만 해협 문제에도 활용 될 수 있다는 말에 펄쩍 뛰는 사람들도 있었다.

노무현 정부 시대에 특히 그러했다. 미국은 정 그렇다면 궁극적으로 주한미군은 철수하는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국제정치가 완전히 변한 세상에서, 북한의 공격 하나만을 상대하기 위해 한반도에 미군 수만 명을 붙박이처럼 고정 시켜 둘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은 한국이 미국의 세계적인 전략에 협력해주는 동맹국이 되기를 원했고, 한국은 미군이 오직 북한만을 상대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미국은 점차 한국에 대한 개입을 줄이기 원했고, 때맞추어 북한은 핵무기 개발, 미사일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해 한국을 무력 통일할 수 있는 준비태세를 높여나갔다.

4. 전략동맹, 가치 동맹을 향하여

공산주의 국가들이 대부분 붕괴해 버렸기 때문에 21세기의 세계정치에서 국가 간 이념의 대결 역시 소멸된 상태다. 미국은 물론 북한, 쿠바 등 공산국가들과 적대 관계에 있지만 그들의 공산주의 이념이 미국으로 흘러넘칠 것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이상하게도 한국 사람들 중에는 아직도 철지난 사상과 이념을 숭배하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공산주의, 혹은 사회주의 이념은 이데올로기로서 그 가치가 소멸 된지 오래다.

대신 21세기는 자유, 인권, 민주주의, 법치주의, 시장경제, 자유무역, 자유 항해의 원칙 등 제반 가치들을 공유하는 나라와 그렇지 않는 나라가 대결하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이들 가치들은 한마디로 요약해서 ‘자유주의적 가치’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유주의적 가치는 정치적으로 민주주의, 경제적으로 시장주의를 지향한다.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보장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며, 인간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장 좋은 방안이라는 사실이 증명된 시장경제체제를 택해야 한다.

최근 자유주의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이 서로 힘을 합쳐 국제문제에 대처해 나가기로 약속하는 모습이 널리 나타나고 있으며 이들이 이룩한 국제협력을 ‘가치동맹’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과 한국이 21세기의 세계에서도 동맹 관계를 지속해 나갈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이미 일본, 미국, 호주, 인도 등 자유주의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이 가치 동맹을 형성, 미국과 체결했던 기왕의 쌍무 동맹(Bilateral Alliance) 관계를 확대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21세기 동맹을 가치 동맹 외에 전략동맹이라는 말로 표현하는데 이는 과거 쌍무 동맹과 달리 동맹의 적용 범위가 국가 혹은 지역의 차원을 넘어 전 세계의 차원으로 확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한다. 가치 동맹은 인간을 위해 유용한 것이라는 판명된 제반 가치들을 전 인류에 확대하는 목적을 가진다. 당연히 동맹의적용 범위가 지역, 국가에 만 국한 되지 않고 그 범위가 세계로 넓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21세기 형 동맹인 가치 동맹은 전략 동맹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미국 신안보연구소의 한미 동맹의 미래에 관한 보고서의 큰제목이 Going Global 이며 부제가 The Future of U.S-South Korea Alliance 라고 되어 있다는 것은 21세기 한미 동맹은 전략동맹이 되어야 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 국민들은 아직도 국제무대에서 정치, 군사적으로 활약하는데 소심하다.

그래서 우리는 Global (전 세계적) 인 역할보다는 한반도 혹은 그 주변(Local, Regional)등에서만 활동하고 싶어 한다. 아직도 세계적인 역할을 담당하기에 역부족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우리에게는 북한 문제의 해결이 제일 절박하다. 당연히 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도 한미동맹은 사활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한미 동맹이 오직 북한 문제에만 대처해야 한다고 요구할 수 없는 시점을 맞이하고 있다. 미국은 스스로 세계의 모든 일을 맡을 수 없다고 말하며 2008년 가을 미국발 금융 위기는 미국 힘의 한계를 나타내는 징표가 되기도 했다.

우리는 냉전 시대 동안 미국이 확보해준 자유무역 체제와 바다의 안전보장을 통해 5대양 6대주를 누비고 다니며 세계적인 산업국가, 무역국가로 성장 했다. 중동에서부터 수 십 만 톤의 석유를 싣고 줄지어 달려와 대한민국이라는 공장에 기름을 부어넣고 또 빈 배로 중동으로 달려갔던 우리 유조선들의 안전 항해를 보장 해 준 것은 미국 해군이었다. 이제 미국은 한국의 적정한 기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최근 문무대왕 함이라는 한국형 구축함 1척을 중동에 파견, 전 지구적 차원에서 벌어지는 해적과의 싸움에 일조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으로 전선이 옮겨가는 이 시점 미국은 한국의 보다 구체적인 기여를 내심 요구하고 있을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관리들은 한국은 이미 국제적인 활동을 적극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중요한 우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미동맹은 21세기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에도 필수적이다. 우리는 강력한 한미동맹을 지속하는 한, 중국, 일본, 러시아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에 일일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한미동맹을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는 보다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 올바른 가치를 세계적 차원으로 확대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한미동맹을 가치동맹, 전략 동맹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이 바로 그런 의미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대한민국이 되자. 화물선과 유조선 뿐 아니라 우리의 군함들도 세계의 바다에서 태극기를 펄럭여야 할 만큼 우리가 큰 나라가 되었다는 사실을 당당히 받아들이자. 우리나라도 강대국의 반열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크게 생각하자. 이미 상당 수준 국제적인 능력을 갖추었으니 관점을 바꾸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