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와병설 이후 북한은 이를 강력히 부인하며 체제유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잇따른 공개총살, 주민강제이주,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지살포에 대한 민감한 반응, 개성관광 중단 및 남북철도 운행 정지, 개성공단 상주인력 감축, 남북간 육로통행 엄격 제한, 중국 단둥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상인들 통제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다.


◆계속되는 김정일 와병설

김정일 건강이상설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5일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미국 정부가 와병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김 위원장의 병세에 대해 ´상상 이상으로 좋지 않다´는 입장을 전했다. 미 정부는 김 위원장의 실각 또는 사망을 전제로 한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지난 8월14일 혹은 15일에 뇌졸중 발작을 일으킨 뒤 중국이나 프랑스 의료진의 치료를 받았다며 "그 뒤 미 정부는 한때 김 위원장이 회복하고 있다고 판단했지만 이 후 북한의 정세를 분석한 결과 그의 건강 상태가 예측 불가능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고 전했다.

잇따른 김 위원장 건강 이상설에 대해 북한은 김정일 건강이상설에 대해 계속 부인을 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북한이 지난달 5일 공개한 군부대 시찰 사진이 조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대해 "개소리하지 말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인민군 축구경기 관람 사진, 군부대 시찰 사진, 중앙예술단체의 공연관람 사진 등을 잇따라 내놓으며 김정일 건강이상설을 불식시키려 했다.

◆사활을 건 내부 통제... 공개총살

최근 신의주(9월 28일, 4명)와 회령(10월 7일, 5명)에서 잇따라 진행된 공개처형이 인민보안성(경찰청)에 내려진 김정일의 특별 지시문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소식통은“이번에 회령에서 진행된 공개처형은 인민보안성에 내려진 ‘최근 국내외 정세와 관련한 위대한 장군님의 말씀(지시문)’때문이다”며 “이번 지시문은 9월 22일경 평양에서 긴급 소집된 각 도 보안국 국장들의 회의를 통해 전달됐다”고 전했다.

지난 9월말 인민 보안성에 내려진 김정일의 지시문은 조성된 현 정세에 맞게 국가규율을 강화하고 준법질서를 세울 것과 국가 안전체계를 강화하고 비밀을 엄수하는 문제에 대한 대책을 세울것을 적시하고 있다.

아울러 당과 수령의 존엄을 훼손하고 공화국(북한)을 내부로부터 파괴하기 위해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불순분자들의 모략책동을 분쇄하기위한 대책을 강구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지시문은 우선 조정된 정세에 맞게 국가규율을 강화하고 준법질서를 세우는 문제로 비사회주의 요소 및 강력범죄와의 투쟁을 기본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마약, 인신매매, 밀수, 밀매행위, 종교와 미신행위를 강력히 처벌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소식통은 "지시문에는 사회질서가 문란한 데 대해 장군님이 "또 총소리를 내야 하겠습니다", "우리 제도와 법질서를 파괴하려는 자들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해 시범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지시문에서는 이외에도 국가안전체계를 강화하고 비밀을 엄수하기 위해 각종 디지털 장비들에 대한 단속 강화하라는 지시와 함께 각종 주민관리기관과 법기관들이 밀접한 연계를 통해 유언비어의 근원을 차단하도록 지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당국은 이외에도 최근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공개처형을 확대하고 주민들의 중국친척 방문도 극히 제한적으로만 허용하는 상태다. 최근에는 입소문의 진원지로 지목된 70대 할머니들까지 여맹(조선민주여성동맹) 활동에 참여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등 주민 통제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

◆사활을 건 내부 통제... 강제이주

대표적으로 평양과 지방주요도시에서의 주민 강제이주정책을 들 수 있다. 북한은 교화소에 수감중인 범죄자 가운데 평양거주자를 선별해 그 가족들을 지방으로 강제추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양강도 해산시에서도 국방위원회 검열이 끝나고 강제추방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평양 내부소식통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지난 9월 20일 전후로 평양시에 거주하는 주민 중 가족 가운데 한 명이라도 교화소에 들어가 있으면, 그 가족 전체를 지방으로 강제추방시켰고, 사동구역만 이미 50세대 넘게 지방으로 쫓겨났다고 한다. 전체 평양으로 따지면 그 규모가 수백에서 1천세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당국이 추방 조치에 대해 주민들에게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조치가 김정일 와병설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김정일이 아프다는 소문 때문이라거나 긴급사태에 대비해 사회 혼란을 일으키는 불순분자를 평양에서 쫓아내기 위한 것이라고 주민들에게 설명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민소개 작업에 버금가는 강제이주를 전격적으로 실시하는 것에는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배급대상자를 줄이려는 것이라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기껏 배급대상자 몇천명 줄이려고 평양에서 농촌으로 가족세대 모두를 추방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남 압박 정책

북한은 지난 1일 ‘1차적’ 조치로 개성관광 중단 및 남북철도 운행 정지, 개성공단 상주인력 감축, 남북간 육로통행 엄격 제한 등을 시행했다. 북한의 이 같은 행보에 미뤄 향후 이를 능가하는 고강도 압박조치가 추가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북한의 이번 조치가 △정부의 북한 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 발표 △이명박 대통령의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의 통일’ 발언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뒤 나왔다는 점에서 유사한 발언·행동이 계속될 경우 남북관계 차단조치가 강도를 더할 가능성이 크다.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의 기고문에서 “개성공단은 김정일 체제를 위협 한다”며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은 함께 일하는 남한 사람들을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남한 사회의 진실을 알아가고 이런 주민들의 깨달음과 자각은 북한 체제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란코프 교수는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북한의 속내는 따로 있다”며 “북한 당국자들이 문제로 보는 것은 삐라가 아니라 개성공단 자체라고 생각된다”고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