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권이 대북 전단지를 살포하고 있는 국내 민간단체들이 던진 미끼를 물어도 제대로 물었다.
 
2일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내부와 긴밀히 연락을 취하고 있는 중국내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정권이 지금 인민군 병력까지 동원해 대대적인 대북 전단지(삐라) 소거 작전을 펼치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이 인용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의 내부 분위기는 거의 준(準) 전시상황이다.
 
이 소식통은 “(전단이) 바닷가 쪽으로 많이 떨어져 특히 황해남도 장연, 용연 등은 삐라 때문에 완전히 난리가 났다”며 “군대(군인)들도 아침에 기상해서는 아침 운동으로 삐라를 줍고 식량 단속을 하는 사람들도 식량 단속보다는 삐라에 더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대표 한기홍)도 앞서 지난달 10일 발간한 ‘NK in&out’ 5호에서 북한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전단지들이 황해북도 황주군과 멀리는 평양시 중화군 일대까지 날아가 떨어졌다”며 “때문에 강원도와 황해도에 있는 분계선(휴전선) 마을과 평양시, 평안남도 등지에서 간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회와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민반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다급해진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북한 인민군의 병력 수는 국방부 통계상 공식적으로 약 120만 명에 달하고 있으며, 리언 러포트(Leon J. LaPorte) 전 주한미군 사령관이 지난 2003년 7월 미국 ABC방송과 가진 인터뷰에 따르면 그 중 70%가 비무장지대(DMZ)에 전진 배치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시피 인민군이 국가의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선군(先軍)정치’라는 기형적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사회이다.
 
김정일은 집권 직후 스스로의 무능함 탓에 약 300만 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희생되자 미국과 남한을 비롯한 외부의 개입과 주민들의 자발적인 민중 봉기를 두려워한 나머지 스스로 국방위원장을 자처하고 무력에 의지해 북한을 통치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현재 북한 정권이 기댈 수 있는 곳이라고는 사실상 군부가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정은 이미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며, 북한 정권을 먹여 살리고 지탱하는 것도 군부의 핵 개발 및 미사일 위협 등을 통해 얻어내는 6자회담국들로부터의 지원이 거의 절대적이다.
 
하지만 이 선군정치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곧 군부에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있던 탓에 군부가 한 번 휘청거리면 자연히 북한 정권도 따라서 휘청거리게 되어 있는 것이다.
 
북한 인민군은 이미 북한 전역에 만연해 있던 고질적인 부정부패 때문에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06년~2007년 비무장지대 인근 우리 군부대에 의해 촬영된 대북 인도주의 지원 식량들이 주민들에게 공급되는 대신 인민군 부대에 반입되는 사진이 증명하듯 일반 주민들에 비해 그나마 군인들은 사정이 조금 낫다고는 하지만, 인민군 출신 탈북자들의 공통된 증언에 따르면 장교가 아닌 일반 병사들이 처한 상황도 간부들의 부정부패로 말미암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대북 인도주의 지원 식량들이 트럭에 실려 인민군 부대로 흘러가던 바로 지난 2007년, 굶주림에 지친 한 북한군 병사가 총을 소지한 채 중국 국경을 넘어 식량을 강탈하다 체포되어 북송된 사건은 일반 병사들이 처한 상황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인민군에 식량이 도착하더라도 대부분은 고위 간부들에 의해 빼돌려지고 있으며, 인민군 병사들은 살기 위해 민가를 습격하고, 심지어는 탈북까지 감행하고 있다. 선군정치의 주축을 이루는 인민군 병사들의 사기는 이미 바닥에 추락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전단지는 바로 이러한 북한의 선군정치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획기적인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군인들이 굶주림이라는 육체적 고통에 이어 심리적으로도 무너져 이탈하기 시작하면 북한 정권을 지탱하는 선군정치는 대들보부터 무너지게 될 것이다.
 
[서서히 입질이 오기 시작하는 북한 독재체제 붕괴]
 
그런데 인민군 병사들에 대한 전단지 살포가 갖는 위력은 사실 여기에 있다.
 
함경북도 함흥 출신인 탈북인단체총연합회 한창권 회장은 지난 10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나도 살면서 삐라 이야기만 들었지 실제로 본적은 없다”며 “반대로 휴전선 인근의 주민들은 너무 많이 봐서 면역력이 생겼다”고 지적한 뒤 “더 멀리 날려서 평양 같은 대도시에 떨어뜨려야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단지를 살포하는 매개체가 풍선이라는 한계 탓에 북한 전역에 전단지를 살포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그 동안의 현실이었다.
 
그러나 인민군 병사들이라는 인력을 매개체로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민군 병사들은 대북 전단지의 내용을 머릿속에 담아두었다가 입에 입을 타고 북한 전역에 광범위하게 퍼뜨릴 수 있다.
 
전단지가 살포되는 길목에 있는 탓에 전단지가 주로 많이 떨어지는 비무장지대에 배치된 인민군 병사 1인을 기준으로 가족 수를 4명으로 가정했을 때, 84만 전체 병력의 가족 수는 무려 336만 명에 달하게 된다.
 
복무기간 10년 동안 대북 전단을 수도 없이 접하며 북한 체제와 외부 세계의 진실을 깨닫게 된 인민군 병사들이 전역해 북한 전역 곳곳으로 귀향할 시 그 선전 효과는 북한 정권의 입장으로 볼 때 실로 재앙에 가까운 수준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김일성을 중심으로 거의 모든 주민들이 단합해있었던 탓에 지난 60~90년대 초에는 대북 전단지가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부족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크게 다르다.
 
주민들 대다수가 북한 체제가 자본주의라 규정하며 금지시키고 있는 장마당을 펼치고 개인 영농을 하며 노골적으로 그리고 공개적으로 체제에 반발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반체제적인 낙서 등을 통해 증오심마저 드러내고 있다. 북한 인민군 특수부대 장교 출신의 한 탈북자 단체 대표는 지난 2006년 10월 영국의 더 타임스(The Times)지에서 “국경지대에 4∼5개의 무장 저항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수십만에 달하는 주민들은 북한 정권을 버리고 두만강을 건너 북한을 탈출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은 심지에 불만 붙이면 터져버리는 폭탄과도 같은 상태가 되어 있다. 최소 84만 명의 인민군 병사들의 입을 타고 살포되는 전단지는 지난 반세기 동안 북한을 철통같이 지배해 온 북한 정권이라 하더라도 그 어떤 수단을 동원해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인민군 병사들의 입과 입을 타고 북한 전역에 살포된 대북 전단지는 안 그래도 타들어가던 주민들의 가슴에 기어코 불을 지피고야 말 것이다. 전단지에 실린 북한 체제의 실상과 모든 진실들은 북한의 민주화 봉기를 촉발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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